우리 팀은 앞서 스팅어 2.0T를 먼저 경험해본 바 있다. 당시 차량은 사실상 최고 사양 옵션이 적용됐기 때문에 3.3T와 외관상 구분이 어렵다. 휠, 타이어 사이즈도 동일하고 브레이크 사양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트렁크에 다가가서야 로고를 보고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팅어 3.3T는 그저 2.0T에서 배기량만 키운 모델일까?

아니다. 스팅어 3.3T는 완전히 다른 차량이다. 조작계의 감각부터 서스펜션, 그리고 차체가 회전을 일으켰다가 다시 얌전해지는 성향까지 모두 다르다.

배기량이 높아짐에 따라 출력이 증가했고 무엇보다 엔진의 무게가 늘었다. 우리 팀이 실측한 무게에 따르면 3.3T의 무게는 1783kg으로 2.0T보다 약 78kg이나 무거워졌다. 그로 인해서 스팅어 3.3T는 출력과 무게를 고려하여 스티어링 시스템의 반응 그리고 서스펜션까지 다시금 조율됐다고 한다.

일반 도로에서 주행 감각도 다르다. 2.0T 모델이 깔끔한 스티어링 답력과 차체 무게 대비 가뿐한 차체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3.3T 모델은 무게감이 더해져 기울어짐이 커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스티어링 입력에 대한 반응은 2.0T 모델보다 조금은 굼뜬 편이다. 하지만 코너 탈출 구간에서 후륜구동 특성과 높은 배기량의 장점을 살려내 재미있는 성향을 보여준다. 타이어의 접지력을 끝까지 사용하는 코너 중간에서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후륜 타이어가 아주 쉽게 미끄러진다. LSD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으로 운전자의 가속 페달 조절을 세심하게 읽고 후륜 타이어에 안정적으로 접지력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일부 후륜 구동 차량들은 후륜 타이어를 쉽게 미끄러뜨릴 수 있는 성향으로 셋업 해 운전 재미를 높이는 사례가 많다.

피트로드를 통과하며 본격적으로 서킷을 달려본다. 일반 도로에서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으로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코너의 길이가 짧고 속도가 낮은 일반 도로에 비해 서킷의 코너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여준다. 깊숙한 헤어핀 코너의 굴곡을 따라서 스티어링을 감아내자 조향을 담당하는 앞 타이어의 접지력 여유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 문제는 스팅어의 차체 중량에 비해서 앞 타이어의 접지면적이 넓지 않아 발생하는 것으로 조종성에 불리함을 가져온다. 하지만 전, 후 타이어 폭의 밸런스가 나쁘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어디까지나 중량 및 출력 대비 타이어의 폭이 랩타임에 대한 운전자의 욕심을 채워줄 수 없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가속 페달을 밟은 정도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후륜 타이어도 서킷 타임어택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후륜 구동 차량은 가속 페달의 증감이 극적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네 바퀴 타이어의 접지력을 균형 있게 사용하면서 약간의 언더스티어 성향으로 속도를 높여 코너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스팅어는 미끄러짐 자체를 쉽게 만든 셋업으로인해 다른 성향을 연출했다.

전륜 타이어의 접지면적을 비롯해 차량이 추구하는 셋업은 온전히 재미만을 쫓는다. 또 한가지 서킷 랩타임에 발목을 잡는 것은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이다. 100km/h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성능은 훌륭하다. 그러나 강하고 긴 제동시간이 반복되는 서킷에서 스팅어의 브렘보 브레이크는 한 랩조차 견디기 힘들어했다. 그렇기에 타임어택을 위한 공격적인 주행에서도 제동 시스템이 발휘할 수 있는 최대 압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패드가 발열로 인하여 조각조각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인제 스피디움의 일부 구간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VDC가 개입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당시 스팅어의 서킷 주행 모드 설정은 스포츠 모드로 변경 이후 구동력 제어 및 차체제어장치까지 해제한 상태였다. 그러나 턴 7, 18, 20에서 카운터 스티어링 각도가 순간적으로 깊어질 경우 가속 페달 입력을 차량이 차단했다. 드리프트 상태와는 다른 환경이다.

20분의 한 세션 동안 지치지 않는 스프린터처럼 서킷을 주행 하기 위해서는 출고된 그대로의 스팅어에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많다. 그렇지만 스팅어가 서킷에 어울리는 모델이 아니라 하기에는 너무도 아깝다. 도로 교통법에서 자유로운 서킷이야말로 스팅어의 매력을 확인하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이기 때문이다.

스팅어는 코너를 탈출할 때 항상 자유롭다. 후륜을 호쾌하게 미끄러뜨리면서 멋지게 타이어 연기를 뿜어내기에 최적의 성향을 갖췄다. 그렇게 커다란 각도로 비틀어진 차체를 바로잡는 것은 순전히 운전자의 몫, 하지만 여기에 스팅어의 차체가 도움을 더한다.

차량이 코너링 중에는 YAW 방향의 회전이 발생하게 된다. YAW는 쉽게 말해 차량이 중심 축을 기준으로 팽이처럼 도는 움직임을 뜻한다.

스팅어의 차체는 YAW를 처리하는 능력이 좋다. 급작스럽지 않고 차분하게 관성이 처리되어 운전자가 차량 자세를 바로 고치는데 유리했다. 그렇기 때문에 스팅어는 회전이 발생하고 나서 재차 반대 방향으로 튕겨 나가듯 관성이 제대로 상쇄되지 않는 현상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항상 일관적인 차체 움직임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쉽게 드리프트를 즐길 수 있지만 운전자가 알아 두어야 할 부분이 있다. 가속 페달의 가장 끝에 숨어있는 킥 다운 스위치다. 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에서 VDC를 완전히 해제하면 업 쉬프트를 운전자가 직접 행하도록 한다. 하지만 다운 쉬프트는 킥 다운 스위치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어 3단의 3,500rpm 정도의 낮은 엔진 회전 속도로 드리프트를 할 수 있는 미끄러운 노면이 있다고 해보자. 하지만 가속 페달은 최대로 밟아야만 그 미끄러짐이 유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킥 다운 스위치가 밟혔다면? 그렇다. 스팅어는 2단으로 즉각 변속해버리면서 드리프트를 망칠 것이다.

애써 업쉬프트 변속을 운전자에게 맡겼으면서 다운쉬프트는 어째서 킥 다운 스위치가 제멋대로 선택하게 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이러한 점은 차후 변속 로직 개선을 통해 반영되었으면 좋겠다. 분명 스팅어를 소유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그러한 업데이트를 반기며 더욱 멋진 드리프트를 타인에게 자랑할 것이다.

스팅어는 컴팩트 스포츠 세단으로서 기아차의 첫 시도였다. 그리고 그 시도는 처음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꽤 성공적인 상품성으로 세간을 놀라게 했다. 하지만 세단을 점차 멀리하는 시장 상황에서 점차 하락하는 판매량이 신경 쓰인다. 스팅어를 운전하는 즐거움이 널리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필자는 약 1년 반의 기간을 토요타 86과 함께 했었다. 서킷과 일반 도로를 누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86의 추억이 스팅어를 통해 되살아났다. 두 차량은 배기량과 차체 크기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지만, 후륜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성향과 일상을 겸할 수 있는 마일드한 성향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데일리 드리프트 머신, 내가 붙이고 싶은 스팅어의 애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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