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의 새로운 이미지 리더, 2.0과는 전혀 다르다!

지난해 말 스팅어 2.0과 제네시스 G70을 직접 비교했었다. 그 결과 G70 쪽이 조금 앞선 주행 성능과 감각을 전달했다.

그 이후 다시 스팅어를 만난 것은 지난 2월, 자동차 성능 시험 연구소(KATRI)에서 진행된 "중앙일보 올해의 차" 평가 때였다. 이 평가에는 경력 10년 이상을 가진 각 매체의 편집장들, 타이어 성능 시험 연구원을 비롯해 프로 드라이버들도 자리한다. 이들은 자동차 성능을 읽어내는데 전문가들이다.

이 심사에 참가한 모델은 스팅어 3.3과 제네시스 G70 3.3 두 차량 모두 4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내놓은 결과는 일치했다. 스팅어가 조금 더 다이내믹한 성능을 가졌다는 것. 물론 우리 팀도 여기에 같은 의견을 보탰다.

슬라럼을 비롯해 180km/h 이상에서의 고속 레인체인지에서조차 스팅어는 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고 G70의 성능이 크게 뒤처진 것은 아니다. 굳이 따진다면 발진 가속에서는 G70이 앞서지만 나머지 종합 운동성능에서 스팅어가 앞섰다고 이해하면 된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이원일 선수는 스팅어 후륜이 4륜 구동 보다 한층 날카로움을 잘 살렸다고 평했다. 그는 스팅어 후륜구동을 탄다. 이는 우리 팀의 궁금증을 자극했고 이에 다시금 스팅어를 다루게 됐다.

스팅어 3.3 터보는 기아자동차의 이미지 리더 역할을 한다.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탑재해 높은 성능을 발휘한다. 또, 그동안 기아차가 내놓은 어떤 차보다 빨리 트랙을 질주할 수 있다.

디자인도 꿀리지 않는다. 출시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여전히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다른 차량에서 봤던 유사한 디자인이 아니라 독창성을 갖는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는 요소다. 넓고 낮은 형태도 스포티한 매력을 잘 표현한다.

인테리어는 과거에 만났던 2.0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2.0 모델에 1천만 원에 가까운 옵션이 추가된 덕분에 3.3 모델만의 차별화된 부분이 희석됐다. 대신 2.0 모델의 속도계가 260km/h까지였다면 3.3 모델은 300km/h까지 표시한 것에서 고성능 모델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특히 시승 모델과 같은 GT 트림은 D-컷 스티어링 휠과 시트 헤드레스트에 GT 로고가 각인되는 등 부분적인 차별화가 이뤄진다. 브라운 색상의 인테리어 역시 GT 트림의 구성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만족도는 높다. 어디에서 본 것 같은 친근한(?) 모습도 있지만 고급스러움과 스포티함을 적절하게 겸비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카메라를 통해 스팅어의 실내를 바라보면 매우 고급스럽고 멋지다. 하지만 실제로 접하면 다소 저렴한 플라스틱과 가짜 금속, 부드러운 소재가 아닌 대중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마감으로 만족감이 높지는 않았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더할 나위 없지만 소재의 고급스러움 부분에서 아쉬움이 나온다.

무선 충전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 다양한 주행모드 변경 기능 등 구성적인 부분도 잘 갖췄다. 이외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기능 등을 포함한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역시 수입 모델에서 보기 어려운 사양이다. 이미 2.0 모델을 통해 먼저 경험했지만 만족감은 높다.

무선 충전 시스템은 면적이 넓어 어떤 크기의 스마트폰도 충전이 가능하다. 타사와 같이 면적이 좁거나 꽂아 넣는 방식이 아니라 좋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역시 타사보다 밝고 많은 정보를 보여준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은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정도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이 많은 기능을 스팅어가 갖추고 있는 것이다.

2.0 모델이 255마력의 성능을 가졌다면 스팅어 3.3은 370마력의 성능을 낸다. 한층 여유로운 성능이기에 기대감이 커진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다소 묵직한 V6 엔진이 만드는 배기음이 뿜어진다. 적당히 듣기 좋은 수준이다. 도로에 나서 가속페달을 밟자 두터운 음색이 실내를 감싼다. 하지만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짙다. 타사들도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통해 인위적인 엔진 음색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현대, 기아차는 아직 이 부분에 서툰 모습이다. 주행성능과는 무관하다 해도 이는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다. 그렇기에 페이스리프트 때는 사운드 제너레이터를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었으면 한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박진감은 역시 대배기량 엔진을 머금은 세단답다. 국산차 중에서 이런 느낌을 보였던 차는 없다. 출력으로 본다면 350마력대 제네시스 쿠페 정도가 떠오르지만 자연흡기 엔진이 만드는 토크감과 터보차저 엔진이 보이는 체감적 느낌은 다르다.

시원스레 뻥 뚫린 도로. 가볍게 가속페달만 밟아도 속도가 쉽사리 상승한다. 가속력만큼은 발군이다. 특히나 저속에서의 기어비를 적절히 잘 조율해 발진 가속 성능을 개선했고 이를 통해 전체적인 가속력을 이끄는데도 유리한 모습을 갖는다.

변속기도 제법 좋은 성능을 낸다. 과거 무시당하던 현대기아차의 변속기는 잊어도 될 것이다. 또한 최근 현대기아차는 시각적인 만족감 향상을 위해 실제 변속기 반응 보다 타코미터의 바늘이 더 빨리 반응하도록 만들었다. 최근 시승한 기아 K3도 CVT 치고는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데 이 역시 타코미터의 바늘 속도를 빨리 반응하도록 설정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방법을 먼저 쓴 것은 폭스바겐이었다. 당시 DSG(듀얼 클러치)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에 이와 같은 방식을 썼다.

중요한 것은 실제 성능이다. 그리고 스팅어는 기대감을 충족시켰다.

와인딩 로드. 사실 이런 도로와 어울리는 기아차는 흔치 않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엘란 정도가 떠오른다. 현재 팀리더를 맡고 있는 김기태 PD는 과거 기아차 제휴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그 카드 표면을 장식한 엘란이 좋아서, 언젠가는 엘란을 사겠다는 목표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엘란은 영국 로터스가 개발한 경량급 로드스터였고 기아차의 기술이 더해진 것은 일본 이스즈의 터보 엔진을 덜어내고 세피아 1.8 엔진을 튜닝해 넣는 정도였다. 엄밀히 말하자면 기아가 순수 개발한 차가 아니었다.

기아차는 슈마라는 준중형 세단을 내놓으며 스포츠 세단이란 점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 역시 평범한 준중형 세단에 불과했다. 굳이 성능에 신경을 쓴 모델이라면 2.0터보 엔진을 얹은 K5 정도가 떠오른다. 제한적인 국내 문화에서 극소수를 타깃으로 한 고성능 모델의 개발은 먼 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수입차들이 늘었고 이제 우리 소비자들의 문화 수준도 상당 수준 올라섰다. 이에 기아차도 스팅어 같은 모델을 내놓게 된 것이다.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동안 짜릿함을 맛봤다. 리어가 살짝살짝 흐르며 운전자의 엉덩이 끝을 자극하는 느낌이다. 안정감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추구하는 방향에서 다소 차이가 난다고나 할까? 제네시스 G70 3.3T(AWD)로 빠르게 코너링을 해보면 의외로 바디롤이 크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반면 같은 조건에서 스팅어 3.3T AWD로 코너를 돌아보면 조금 더 작은 바디롤을 바탕으로 다이내믹하게 코너를 치고 나가려는 성향을 보인다.

참고로 4륜 구동과 후륜구동 간의 차이는 안정감에서 나타난다. 아무래도 4륜 구동 쪽이 조금 더 마일드한 성향을 보인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쉽사리 리어 휠을 미끄러뜨리지 않는다는 것도 차이점이다. 하지만 성능을 위해 스팅어를 구입하는 소비자라면 후륜구동을 택해야 한다. 엉덩이 끝을 간지럽히며 가끔씩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차체의 움직임이 운전 재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가지 변수가 있다. 현대기아차가 처음 자세제어장치를 넣기 시작했을 때, 정말 아쉬움이 컸다. 물론 이들보다 십수 년 전부터 이 시스템을 개발해 사용하던 프리미엄 브랜드 상품을 떠올리니 그 갭이 더 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YF 쏘나타 및 K5 초기형 때만 해도 자세제어장치의 능력은 기대 이하였다. 어떤 경우는 먹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술의 상향 평준화로 이제 현대기아차도 이상적인 성능을 만든다. 때문에 강력한 엔진을 가진 스팅어 3, 3T 후륜구동이라도 VDC가 켜진 상태라면 걱정이 필요치 않다. 약간의 움찔거림이 느껴질지는 몰라도 실제 차가 미끄러지는 일은 거의 없다. 주행모드를 SPORT 모드로 바꾸면 조금 더 활동적인 모습을 갖게 되는데 리어 휠이 조금 더 미끄러지는 것을 허용하기 때분이다. 마치 적당히 지켜보다 운전자가 케어를 하지 못한다 싶으면 '이제 내가 잡아 줄게'라고 메시지를 던지는 느낌이다. 일상에서 스포티한 감각을 느끼고 싶다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VDC를 끄는 순간 스팅어가 돌변하기 때문.

스팅어는 생각보다 리어휠의 움직임을 빨리 가져가려는 성향을 보인다. 제네시스 G70이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고성능을 추구하는 메르세데스-AMG C63 같다면 스팅어는 BMW M3쪽에 가깝다. 사실 어느 것이 정답이라 말하긴 어렵다. 과거 M3, C63, ATS-V를 비교 테스트할 때도 내부에서 선호도가 엇갈렸는데 이는 개인 취향에 따를 부분이다. 다만 순수 성능으로 본다면 스팅어가 조금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코너에 다가서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언더스티어를 보이는 듯하지만 속도가 높아지면 리어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진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면 리어 휠은 보다 적극적인 모습으로 엉덩이를 흘린다. 카운터 스티어를 모르는 운전자도 스팅어와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 다만 출력 대비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부족하다 느껴질 때가 많다.

의도적으로 리어 휠을 미끄러뜨리길 원하는 순간도 있지만 빠른 재가속으로 코너링을 마치고 싶을 때도 있다. 즐기는 운전과 빨리 달리기 위한 운전은 분명 다르다. 스팅어는 순수한 빠르기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인데 리어 타이어의 그립이 조금 더 여유로우면 좋겠다. 또한 전체적인 성능을 감안해도 255mm 급의 미쉐린 PS4의 성능은 그리 이상적이지 않다.

스팅어는 전륜 225, 후륜 255mm 급 타이어를 쓰는데, 이 정도의 규격이라면 300마력 미만의 자동차들에게 여유로운 성능이다. 하지만 400마력을 바라보며 막강한 토크를 가진 3.0리터 급 터보 엔진에게는 다소 헐거운 신발로 느껴질 때가 있다.

통상 이 정도의 성능을 가진 자동차들은 프리미엄급 스포츠 타이어를 쓴다. 물론 차량 성격에 따라 4계절 타이어를 장착한 경우도 있지만 이는 컴포트한 매력을 내세우는 세단들의 경우다. 기아차는 스팅어를 광고하며 다이내믹함을 내세웠다. 물론 후륜 타이어를 미끄러뜨리는데 목적을 둔 드리프트를 지향한다면 모르지만 순수 성능에서 바라보면 부족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제조 원가가 일부 상승하겠지만 미쉐린의 PSS(PS4S) 또는 컨티넨탈의 스포츠컨텍6, 브리지스톤 S001 등을 써보는 건 어떨까?

핸들링도 좋은 수준이다. 물론 이 영역에 특화된 프리미엄 브랜드의 일원과 비교한다면 소폭 아쉬운 느낌이 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격 등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성능을 내고 있다. 과거 C-MDPS에서 느끼던 아쉬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스팅어는 랙타입(R-MDPS)을 사용한다. 물론 조금은 단단한 성향의 서스펜션도 핸들링 성능을 이끄는데 일조하며, 미쉐린의 PS4도 이 성능을 높이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다시금 가속페달을 밟는다. 스팅어의 3.3T 엔진이 최고 능력을 뽑아내며 가속감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 팀이 측정한 결과는 5.19초였다. 사실 스팅어를 처음 받았을 때 측정을 해보니 5초대 중반에서 후반을 기록한 경우가 많았다. 기아차에 문의한 결과 출시 이후 꾸준히 일반유만 잡수셨다고 한다. 우리 팀은 스팅어의 입맛을 다시금 프리미엄 가솔린(고급유)에 맞췄다.

그렇게 컨디션을 바꾼 스팅어의 구동 테스트를 진행했다. 약 330마력과 53kg.m에 가까운 토크를 발휘했다. 출력 손실은 10.8%로 나타났다.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차량으로는 수준급 효율이다. 오버부스트로 인해 토크가 제원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2500rpm부터 4000rpm 구간까지 꾸준하게 토크가 유지됐다. 일회용 최대토크가 아니라 일정 구간은 꾸준하게 이끌고 가는 최대토크라는 것이다.

스팅어는 일상에서 즐기기 좋은 모델이다. 특히나 카운터 스티어에 익숙해진다면 어느 환경에서건 재미난 운전을 지향할 수 있다.

그렇다면 스팅어 3.3T가 서킷에서는 어떤 능력을 보여줄까?

다시금 인제 스피디움을 찾았다. 참고로 날이 좋지 않다. 특히나 오르막 구간을 중심으로 바람이 거셌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오토뷰 로드테스트팀의 방식이다. 이에 프로 드라이버 출신의 전인호 기자가 스팅어로 서킷 공략에 나섰다.

잠시 전인호 기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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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호 기자 : 스팅어 3.3T는 감성적인 운전의 재미를 추구한 구성을 갖췄다. 서킷에서 스팅어가 추구하는 즐거움을 느끼려면 자세제어장치(VDC)를 해제하면 된다. 코너의 깊이에 맞춰 회전한 스티어링 휠의 각도가 정점을 이룰 때 가속 페달을 밟으면 후륜 타이어가 쉽게 미끄러진다. 다시 말해 드리프트 상황이 쉽게 연출된다는 것. 미끄러진 차체를 바로잡는 부분의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이는 대중성이 강한 모델에게 장점이 된다. 즉, 운전 재미를 느끼려는 마니아들에게는 즐거운 놀이기구가 될 것이다. 참고로 순수 빠른 랩타임을 목표로 한다면 4륜 구동 버전이 유리하다. 2.0터보 버전 때도 그랬지만 4륜 구동의 스팅어라면 오늘의 기록을 쉽사리 갈아치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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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록한 스팅어의 랩타임은 1분 58초 39였다. 거센 맞바람이 없었다면 약 0.1~0.2초라도 당겼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스팅어는 이런 성능을 냈다. 2.0터보 모델과 비교한다면 매우 빼어난 기록은 아니었다. 즉, 스팅어는 순수 빠르기를 지향하기 보다 즐거운 운전을 지향하는 차라는 점이 잘 나타났다.

하지만 서킷을 달리며 몇 가지 보완할 점들을 찾았다. 우선 엔진 출력에 비해 제동력과 접지력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특정 조건을 만나면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이 출력을 높이지 않는 현상을 보일 때가 있다. 사실 이점만 보완돼도 스팅어는 0.5~1.0초가량 빠른 기록을 냈을 것이다.

최근 제보에 따르면 이와 같은 현상을 없애고자 ECU를 튜닝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 사실 과거에도 현대기아차의 일부 엔진에서 특정 구간의 아쉬움이 나타난 케이스들이 있다. 일시적인 토크 함몰 구간 또는 특정 영역에서 반응이 너무 느리다던지 하는 부분의 개선을 위해 ECU를 손봤던 소비자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 이후 현대기아차도 다양한 엔진을 개발하며 쌓은 덕에 큰 문제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금 이런 증상이 목격되고 있다. 처음에는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라 생각했지만 몇 차례 테스트한 결과 가속이 되지 않는 현상이었다. 남양 연구소에서 이런 소소한 것조차 말끔히 개선해주면 좋겠다.

참고로 도로의 고저차가 변화하는 구간에서 차체 미끄러짐이 발생했을 때 가속 페달을 밟은 양과 무관하게 엔진 출력이 나오지 않는 때가 있다.

아울러 제동 성능도 개선되면 좋겠다. 이미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2.0터보 모델 때도 전했다. 초기엔 좋은 반응을 보이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부족함이 느껴진다. 물론 양산차로는 무난한 성능이라 할 수 있지만 조금 더 성능에 어울리는 제동력을 갖추길 바라는 마음에 한번 더 지적을 하고 싶다.

기아 스팅어는 분명 잘 만들어졌다. 특히 2.0 모델보다 3.3 쪽이 완성도나 운전 재미 면에서 월등하다. 2.0 모델에 각종 옵션을 추가하면 3.3과 가격대가 겹칠 정도가 되는 만큼 순수 가성비만 놓고 봐도 스팅어 3.3의 경쟁력은 분명 높다.

그럼에도 스팅어는 너무나도 아쉽다. 안 팔리기 때문이다.

위 표는 스팅어 출시 이후 현재까지 판매량을 정리한 것이다. 출시 초기에는 신차 효과로 인해 1천 대 이상 판매를 했다. 하지만 이것은 2달을 넘기지 못했다. 월 판매 7백 대는 4개월 만에 무너졌으며, 현재는 월 4백 대 판매에 그치고 있다.

체감이 안되는 독자를 위해 설명을 하자면 2011년 출시돼 현재까지 장수하고 있는 르노삼성 SM7과 비슷한 판매량이다. 단종을 앞둔 현대 엑센트도 월 500~600대씩은 팔린다. 국내에서 사실상 실패한 모델로 꼽히는 현대 i30가 약 300~400대 가량 팔리고 있다. 스팅어도 이 그룹에 속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형제 모델인 제네시스 G70은 어떠한가? 월 1200~1500대씩 팔리고 있다. 같은 파워트레인, 같은 구성에 가격은 더 비싸지만 실내 공간은 더 좁다. 원인은 크게 2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자인이 너무 젊어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 두 번째는 기아자동차라는 브랜드의 한계다.

특히 두 번째 원인에 대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스팅어가 벤츠나 BMW 마크를 달고 태어났으면 이 정도 판매량으로 그쳤을까? 같은 이유 때문에 기아 K9이 아무리 좋아도 제네시스 EQ900을 절대로 뛰어넘을 수 없다.

너무나도 아쉽다. 어떻게 보면 기아자동차는 사활을 걸고 스팅어를 만들었다. 전통적인 세단이나 SUV처럼 잘 팔리는 모델이 아니다. 게다가 연비를 중시한 모델도 아니다. 현시대와 동떨어진 자동차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기아자동차는 과감히 도전을 했고 스팅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판매 성적으로 인해 어쩌면 차세대 스팅어를 못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기아자동차 경연진들이 ‘거봐 안 팔리는 거 뭐 하러 만들었어’라는 말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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