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세단 시장에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깡패가 등장하다

지난해였다. 우리 팀이 시승한 캐딜락 CT6는 좋지 않은 기억을 만들어 줬다. 당시 1억 원 육박하는 대형 세단 CT6 플래티넘이 뭐 하나 성한 곳 없는 모습으로 우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각종 시스템이 먹통 되기 일쑤였고, 심지어 글로브 박스에 조명조차 없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명이 나갔던 것.)

시승차는 각 제조사를 대표하는 모델이다. 일부 국산 브랜드는 시승차의 품질을 높이라는 명령서가 노출돼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당연히 우리는 테스트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에 대해 지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른 차를 제공해 줄 경우 다시금 시승을 진행하겠다고 캐딜락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그 이후 캐딜락은 우리 팀에 차량을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올 여름, 담당자가 변경된 이후 차량에야 제공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CT6를 시승하며 당시의 품질 문제가 해당 차량만의 문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당시 차가 내부 시험과 인증을 위한 차량이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CT6 라인업에 새로운 트림도 추가됐다.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한 입문형 모델이다. 다운사이징 기술의 발달로 1.6리터 엔진에서 1천 마력을 뽑는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는 시대인 만큼 대형 세단에 2.0리터 엔진의 조합 자체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보다 인상적인 것은 가격. 6,98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를 달고 나온 것이다. 국내 일부 매체들은 5천만 원대 후반 가격을 예상하기도 했는데, 이는 아무런 옵션도 없는 기본 모델을 가격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사양의 터보 버전은 3.6 AWD와 같은 구성을 갖고 있다. 단지 파워트레인만 다를 뿐 각종 옵션이 같다. 가격 대비 가치를 높게 사는 우리 팀에게 CT6 터보가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렇다면 CT6 터보는 끝까지 이렇게 좋은 인상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시승기를 끝까지 지켜보시길 바란다.)

웅장한 느낌을 전하는 CT6의 디자인에서 여전히 존재감이 잘 살아난다. 입문 모델이라 해도 헤드램프를 저가형으로 바꾸지 않았다. Indirect fire LED라는 이름을 갖는 풀-어댑티브 LED 라이트도 그대로 적용됐다.

측면부 디자인 역시 트림 간 차이를 알 수 없게 만들 정도다. 심지어 상급 모델인 V6 3.6 프리미엄 모델과 휠, 타이어도 같다. 본고장 미국에서는 18인치 휠을 기본 사용하지만 국내 사양은 옵션 사양의 19인치가 기본이다.

차이는 후면부 머플러에서 발생하는데, 터보 모델은 2개의 머플러가, V6 모델은 4개의 머플러를 사용한다. 그밖에 상급 모델인 3.6 AWD라는 것을 알리는 배지가 부착된 정도가 차이점일 뿐이다..

CT6는 캐딜락의 기함급 모델이다. 당연히 한 덩치 한다.

위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 노멀 휠베이스 모델과 비교해도 뒤처짐 없는 크기를 자랑한다. 물론 타사들은 롱 휠베이스 모델을 운영한다. 때문에 CT6의 크기는 독일 기함급 세단의 노멀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 모델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인테리어 역시 상급 모델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다. 16 방향 및 통풍시트, 리어 카메라 미러, 무선 충전, 파노라마 선루프, 리어 윈도 선쉐이드,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하는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자동 주차, 360도 전방위 카메라, 10개 보스 사운드 시스템까지 동일하다.

참고로 CT6 플래티넘 모델에는 앞 좌석 20 방향 및 마사지 시트, 뒷좌석 8 방향 및 마사지 시트, 헤드업 디스플레이, 12인치 디스플레이 계기판, 뒷좌석 디스플레이, 나이트 비전, 카본 트림,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4존 공조 시스템, 34 스피커를 갖춘 보스 파나레이 사운드 시스템 등이 추가된다.

현재 CT6 플래티넘 모델은 미국에서도 별도 모델로 분류할 정도로 최상위급의 위치를 갖는다. 때문에 국내에 판매되는 CT6 터보 모델은 플래티넘 모델을 위한 구성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포함된 사실상 풀옵션 모델로 볼 수 있다. 2.0리터 엔진이 들어갔다고 구성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단,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적용되면 좋겠다.

구성을 제외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자. 캐딜락 특유의 부드러움 보다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는(캐딜락에서는 BOLD 하다고 표현) 분위기가 여전하다. 벤츠 S-클래스가 부드러움을 지향한 정점에 있다면 CT6는 강인함의 끝에 있다. 그 중간에 BMW 7시리즈, 아우디 A8, 렉서스 LS, 재규어 XJ 등이 있다고 생각하면 쉽겠다.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겠지만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답게 조금 더 고급스러워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젊고 감각적인 부분에서 앞서지만 플라스틱 패널이 그대로 노출됐다든지, 가죽 질감이 너무 뻣뻣한 느낌을 주는 것이 일부 아쉬움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거 알페온에서 사용했던 시동 버튼. 요건 바뀌어야 한다. 터치식 비상등도 위치와 소재를 바꿔야 한다. 오버헤드 콘솔에 위치한 선루프 조작 버튼도 5개나 된다. 인터페이스를 다듬었으면 한다.

나머지는 만족감이 크다. 플래티넘 모델과 비교해 많은 장비들이 빠진 것 같지만 실제 필요한 기능은 알뜰하게 갖춰져 있다. 대형 세단인 만큼 넉넉한 뒷좌석 공간도 만족감을 높인다. ATS에서 좁았고 CTS에서도 그다지 넓지 않았던 뒷좌석이 CT6로 오면서 갑자기 확 넓어진 것.

여기에 10개 스피커를 갖춘 보스(BOSE) 사운드 시스템도 제법 입체감 있는 사운드를 뽑아낸다. 물론보스 상품답게 두둑한 베이스도 전해준다. 계기판은 12인치 디스플레이 대신 아날로그 계기판을 기초로 한 8인치 디스플레이 사양으로 대체됐다. 오히려 깔끔하게 정돈된 인터페이스가 좋아 보인다. 계기판 전체를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 것도 좋지만 오히려 심플함에서 만족도를 높일 수도 있다는 것.

스티어링 휠에는 패들도 갖춰진다. 최고급 플래티넘 모델에는 거대한 크기의 마그네슘 패들이 적용됐지만 프리미엄 버전에는 작은 플라스틱 패널로 대체된다는 것이 아쉽다. 마그네슘이냐 아니냐라는 소재 문제가 아닌, 크기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는 조작성과 연관이 있다.

이제 젊은 감각의 CT6 터보와 함께 달려보자. 등급 간 성능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CT6 3.6 프리미엄 AWD 모델도 함께 준비했다. 3.6 AWD 프리미엄은 CT6 터보와 내 외관 사양은 모두 동일하며, 머플러 디자인, 엔진 배기량, 4륜 시스템의 채용 여부가 다르다.

시동을 걸어본다. 당장 정숙성과 진동 부분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지난해 만난 인증용 시험차는 고급 세단의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진동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하지만 터보 및 3.6 AWD 모두 소음과 진동에서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스티어링 휠, 변속 레버, 시트에서도 진동을 느끼기 어렵다. 엔진 소리도 고요함에 가깝다.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겨본다. 지난해 시험차는 뒷좌석에서도 심한 진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 시험차 하나의 문제였다. 지금은 대형 세단 다운 정숙성과 최소한의 진동만 보여줄 뿐이다.

정숙성을 확인해본다. 터보 모델은 아이들링 소음 수준 36.5 dBA를 기록했다. 상당한 수치다. 이후 V6 모델은 배기량 때문인지 38.0 dBA를 나타냈다. 수치적 차이는 있다지만 두 모델 모두 충분한 정숙성을 확인시켜 줬다.

이번에는 시속 80km의 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의 정숙성을 확인했다. 그 결과 두 모델 모두 동일하게 55.0 dBA을 기록했다. 55.0 dBA.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수치다. 우리 팀이 정숙성 테스트를 실시한 이후 55 dBA을 기록한 것은 단 2대 뿐이었다. 2010년 진행한 렉서스 LS600hL이 처음 기록을 세웠고, 2014년 진행했던 현대 제네시스 DH(現 제네시스 G80)가 두 번째로 기록을 냈으니 3년 만에 3번째로 정숙성 최고 등급에 오른 것. 우리 팀 패널 한명은 이 정도로 뛰어난 정숙성을 가진 차량들이 대략 3~4년에 한 번씩 나온다는 농담을 건넸다.

분명 CT6는 이 정도로 최상급의 정숙성을 가졌다. 그도 그럴 것이 CT6는 윈드 실드와 앞 좌석은 물론 뒷좌석 유리창까지 모두 2중 접합 유리를 사용한다.

가격 덕분에 첫인상이 좋았던 CT6 터보. 이제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서보자.

어라? 첫 출발부터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이 큰 차체에 2.0리터 터보 엔진이라니… 하지만 걱정일 뿐이다. 배기량의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대체 얼마큼 잘 나가기에 이렇게까지 표현하는가라고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이제 전문 계측장비를 통해 수치적으로 풀어보자.

CT6 터보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6.82초 만에 도달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한 ATS의 6.89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물론 ATS 테스트 때보다 낮아진 기온도 보탬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라인업 중 가장 큰 세단이 가장 작은 세단과 동등한 수준의 가속 성능을 가졌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커진다.

그렇다면 3.6리터 엔진을 사용하는 CT6 V6 모델의 가속성능은 어땠을까? 측정 결과 6.7초였다. 사실상 0.1초 차이에 불과했다. 물론 대배기량 엔진의 여유로움과 즉각적인 반응 면에서는 자연흡기 엔진이 앞섰지만 터보 모델 역시 감각적인 아쉬움을 보이지 않았다.

CT6 터보에 탑재된 엔진은 2.0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사양으로 ATS와 CTS에도 얹힌 바 있다. 하지만 차량 성격에 따라 설정이 조금 달라진다.

위 표와 같이 모두 270마력과 41kg.m 내외의 성능을 갖지만 차량에 따라 조금씩 설정을 달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CT6 터보에서는 최대 토크가 유지되는 구간을 소폭 줄이는 대신 토크를 키웠다. 고회전 영역보다 실용구간에서 보다 넉넉한 토크를 만들어내기 위한 성격이다.

그렇다면 CT6 터보의 엔진은 실제 어느 정도의 구동 출력을 만들어낼까?

측정 결과 각각 232마력과 37.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각각 13.7%와 8.3%의 구동 손실률이다. 자동변속기를 사용하는 모델로는 꽤 높은 효율이다.

참고로 CTS는 228마력과 36.9kg.m, ATS는 223마력과 35.3kg.m의 토크를 만들어냈다. 물론 연료와 차량 관리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마디로 차량이 움직이는 무게감에 있어 ATS와 유사한 정도였다. 2리터 엔진을 갖춘 대형 세단이지만 가뿐하게 내달렸다. 아니 보다 여유로운 수준이었다. 무게감이라는 표현이 나오니 문득 궁금함이 증폭된다. CT6가 얼마나 가벼운지 말이다.

CT6 터보의 무게를 측정한 결과 1,705kg으로 측정됐다. 얼마나 가벼운 것이냐? 우리 팀이 축적한 데이터에 따르면 같은 2.0리터 터보 엔진을 사용한 벤츠 E300이 1,794kg, BMW 530i가 1,739kg으로 측정됐다. 이들 차량은 4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대략 70kg 가량 빼면 동일한 기준이 된다. 그럼에도 CT6 터보는 E300보다 가벼운 무게를 갖는다. 참고로 5시리즈, E 클래스와 경쟁하는 CTS 2.0 후륜 모델의 무게 측정 결과가 1,700kg이었다. 크기는 월등하게 크지만 CTS와 같은 수준의 무게를 갖췄다는 것이다. 참고로 CT6 V6 AWD 모델은 3.6 엔진과 4륜 시스템의 추가로 1,821kg 이란 무게를 갖고 있다. 대형 세단이만큼 이 역시도 가벼운 수치다.

잠시 설명을 더하자면 CT6의 이러한 무게에 대한 이점은 캐딜락이 최신 경량화 기술 덕분이다. 이는 GM의 최신 기술이 더해진 알루미늄-인텐시브 아키텍처를 통해 구현됐다. 차체에 사용된 각기 다른 소재만 11가지나 된다. 여기에 차체 구조 중 13개 주요 부위에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차체 전체의 64%가 알루미늄으로 구성된 것.

뿐만 아니라 외부를 구성하는 모든 패널 역시 알루미늄을 사용해 제작했다. 레이저 용접과 구조용 리벳, 180미터 길이에 해당하는 구조용 접착제를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경쟁 모델보다 가벼운 무게를 갖기 위해 21가지 특허 기술이 사용됐다.

캐딜락이 알루미늄을 얼마나 많이 사용했는지는 차량의 하체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상 하체를 구성하는 모든 부품이 모두 알루미늄이다. 서브 프레임을 시작해 각종 링크, 암, 심지어 언더 브레이스까지도 알루미늄이다.

특징적으로 전륜 맥퍼슨 스트럿에 추가적인 링크를 더했다. 맥퍼슨 구조에 멀티링크의 이점을 더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겠다. 후륜 서스펜션에는 매우 긴 링크가 갖춰진다. 조금 과장하면 ‘오픈휠 레이싱카 저리가라’다. 참고로 멀티링크 방식에서 서스펜션 링크가 길어지면 바퀴가 위아래로 많이 움직여도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변화(구조 역학에 따른 운동성 변화)가 적어진다는 장점을 갖게 된다. 고급 대형 세단에 이러한 서스펜션 구조를 갖게 했다는 것만 봐도 캐딜락이 얼마나 기본기에 신경을 쓰는지 알게 해준다.

여담이지만 CT6에 사용된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너무나 많은 자금을 쏟아 넣어, 다른 기술 개발에 발목이 잡혔다는 소문이 날 정도다.

CT6의 무게 이점은 제동성능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다. CT6 터보의 시속 100km의 속도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8.06m였다. 테스트가 반복돼도 동일한 38m 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가벼운 무게에 따라 브레이크 부담이 상대적으로 축소됐고 그 덕에 성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무게가 증가한 V6 모델은 39.31m의 최단거리를 기록한 이후 40m대로 제동거리가 늘어났다. 1m 내외의 차이였지만 무게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플래티넘 모델도 최단거리 기준 38m 대를 기록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3.6 AWD 프리미엄의 브레이크 컨디션이 조금 떨어졌을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겠다.

터보 모델과 V6 모두 주행감각은 확실히 과거 모델보다 여유롭다. 신경질적이지 않고 안정적이라는 뜻인데, MRC 서스펜션과 20인치 휠을 사용했던 플래티넘 모델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야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노면 쇼크를 처리하는 서스펜션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만큼 고속 주행 안정감도 향상됐다. 우리 팀이 테스트했던 플래티넘 모델의 경우 속도 영역이 올라간 상황에서 노면이 거칠어 질 때 차체가 튀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스펜션이 노면에 따라 너무 과도한 반응을 보였던 것. 물론 당시 차량이 너무나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던 터라 서스펜션 역시 비정상적일 가능성도 배제하긴 어렵겠다.

참고로 차량의 성능을 끌어내기에 MRC 서스펜션은 분명 이점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러한 점을 감안해도 CT6와 같은 차량에는 프리미엄이 갖춘 적정 값의 설정이 더욱 잘 어울린다.

나긋하다고 표현했지만 승차감 자체는 대형 세단으로는 조금 단단한 성격이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 역시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보다 짧다. 하지만 승차감을 훼손하는 수준이 아니기에 젊고 세련됐다고 표현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과속 방지턱을 넘는 감각이 상당히 깔끔하고 좋았다. 매우 부드럽게 좋은 승차감도 전했다. 반면 짧게 툭툭 치는 노면을 만나면 조금 단단하게 버티는 성질을 보여줬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감각을 표현하자면 터보 모델은 ‘날렵’, V6 모델은 ‘묵직’이란 것이 어울린다. 전자가 가볍고 경쾌한, 반면 후자는 보다 안정적인 감각을 살려낸다. 그렇다면 조금 더 정확히 뭐가 어떻게 다른 감각을 만들어내는지 우리 팀 전인호 기자가 설명에 나섰다.

------------------------------------------------------------------------------------------

전인호 기자의 1% 마니아를 위한 시승기

이번 시승에서는 3.6리터 자연 흡기 엔진 대비 2리터 터보차저 엔진이 발휘할 수 있는 성능 차이에 관심이 몰렸다. 다운그레이드 스펙이지만 가성비 좋은, 세련되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두 모델은 엔진 배기량과 구동 방식을 제외하고 모든 구성이 같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도 2리터 배기량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다. 오히려 본래 이 정도 엔진 출력 대가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들었다. 3.6리터 엔진에 비교해도 답답함 없었다. 그저 커다란 차체를 유유히 가속시켜 나갔다. 2리터 터보 엔진은 가속감이 날카롭고, 달리고 싶을 때 엔진 회전 한계까지 확실하게 돌려 사용하는 편이 좋다. 반면 3.6리터 엔진은 넓은 영역에서 나오는 두둑한 토크가 특징이다. 반응에 있어서 터보 모델보다 무미건조하지만 구동 시스템과 맞물려 묵직하고 차분하게 차체를 밀어낸다.

CT6 터보는 기대한 만큼, 예상대로 3.6리터 AWD 모델보다 민첩하게 운전자의 입력에 응했다. 가벼운 무게 덕분에 질량 집중이 줄어들어 관성의 영향도 적게 받았다. 그 결과로 코너링 이후에 자세 회복에 걸리는 시간이 짧아졌다. 3.6리터 모델은 차체 무게중심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길 짧은 시간이나마 기다려야 했지만 터보 모델은 이미 자세를 반듯하게 바로 고친 후 가속에 들어가고 있었다.

스티어링을 돌렸을 때 반응이 날카로운 편은 아니다. 날카롭다는 표현은 동급 차체를 가진 대형 세단을 기준으로 할 경우다. 어디까지나 3.6 모델과 상대적 비교에서 민첩한 것이며 스프링이나 댐퍼 또한 적정 수준으로 컴포트한 성향에 맞춰져 있어서,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조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코너에 진입했을 때 요구되는 스티어링 조작량이 작은 것도 큰 차체를 가진 대형 세단의 특징이 된다. 와인딩 로드 같은 구불구불한 산길에서 대부분의 대형 세단 모델들은 유람하듯 조작을 크게 가져가야 할 때가 있다. AWD 모델은 터보 모델 보다 더 큰 스티어링 조작량을 요구하고, 일관적인 언더스티어로 코너를 돌아 나가는 성향을 보인다.

반면 터보 모델은 적은 스티어링 조작 만으로도 만족스럽게 코너에 뛰어들 수 있다. 미약한 수준의 언더스티어로 시작해 코너 정점에서 안쪽으로 후륜 타이어가 말려들어가는 성향도 보여준다.

코너에서 기분 좋게 말려들어간 후륜의 미끄러짐을 유지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지만 이후부터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하기 시작했다. CT6의 시스템은 브레이크와 출력 제어를 통해 움직임을 통제했다. 잠시 속도를 줄여 자세제어장치가 켜져 있는지 확인했지만, 꺼진 상태였다.

CT6는 CTS와 비슷한 자세제어장치 셋업을 갖췄다. 확실히 ATS가 보여준 성향은 굉장히 젊은 캐딜락의 이미지 그 자체였다. 그러나 CTS, CT6와 같은 컴포트 성향의 어른스러운 캐딜락들은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자세제어장치가 해제된 상태에서도 철저히 통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젊은 감각을 부각 시킨 CT6지만 대형 세단다운 어른스러움에 기분이 차분해진다. 때문에 CT6의 자세제어장치 해제는 사실상 스포츠 주행을 위한 제어 감도의 조절 기능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스티어링과 제동, 가속 페달은 편안한 감각으로 운전자를 맞이한다. 스티어링 휠을 회전시킬 때 무게감도 묵직한 편보다는 적당하게 조율됐다. 페달도 마찬가지다. 브렘보의 제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일반적으로 GM이 내놓는 모델들보다 제동 페달 답력의 반응이 빠른 편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고성능 모델이 선보이는 성능에 비해도 부족함이 없다. 다만 고성능 시스템의 특성상 열에 대한 내구도가 높은 만큼 분진과 소음 발생을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

------------------------------------------------------------------------------------------

간단하게 정리하면 V6 모델은 넉넉한 배기량과 4륜 시스템을 바탕으로 중후함을 갖추면서 캐딜락 특유의 탄탄한 주행 감각을, 터보 모델은 차급을 잊게 만드는 날렵하고 감각적인 성능을 갖췄다. 아무래도 반복해서 강조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정말 배기량과 차량 크기를 잊게 만드는 넉넉한 힘과 날렵한 주행성능이 인상적이다.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추가적으로 첨언할 부분이 있다. 한 독자님께서 메일로 질문 주신 CT6 플래티넘의 주행 특성에 대한 질문에 답해보고자 한다. CT6에 탑재된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CT6에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를 만들어내는 등 주행 성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데 실제로 그런 것이냐는 내용이다.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CT6 플래티넘 모델에만 적용되며, 우리 팀이 이번에 테스트한 터보와 V6 모델에는 탑재되지 않는다. 그래도 같은 차량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얘기해 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4휠 스티어링 시스템 덕분에 보다 편하고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진다.

먼저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농가에서 사용하는 트랙터나 대형 트럭 등에서 먼저 사용됐다. 제한된 공간에서 최소의 회전 반경을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바퀴가 앞뒤 모두 움직이는 농기계들은 한 번씩 봤을 것이다. 이런 기능은 1900년 초기에 발명됐다고 하니 다시 한번 자동차 신기술의 역사에 대해 놀란다.

자동차에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푸조 405 T16을 통해서다. 이후 혼다 프렐류드, 마쯔다 MX6가 적용했으며, 닛산이 HICAS란 이름의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도입해 일반인들 사이에서 유명세를 치렀다. 현재는 벤츠, BMW, 아우디, 혼다, 스바루,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등 상당히 많은 업체들이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화됐다.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의 기본 개념은 이렇다. 저속에서는 뒷바퀴가 앞바퀴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CT6의 경우 3.5도나 꺾인다. 유턴이나 주차 등을 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끝까지 돌리면 뒷바퀴는 4도까지 움직인다. 덕분에 대형급 크기를 갖지만 회전반경은 E-클래스나 5시리즈와 같은 중형급보다 짧은 회전 반경을 요한다. 그만큼 주차도 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속도가 높아지면 뒷바퀴도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때 CT6의 리어 휠은 2.75도 움직인다.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차량을 보다 안정적이며 빠르게 움직이게 돕는다.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차량 성격에 따라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 안정성을 향상시키느냐, 아니면 주행성능을 높이기 위함이냐로 나뉜다. CT6의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전자에 해당한다.

여기서 각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빨리 달리기 위한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은 대부분 1도 내외의 각도로 후륜이 움직인다. CT6처럼 상당히 큰 각도로 후륜이 움직이면 차량의 통제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CT6 같은 플래그십 대형 세단이란 차량의 성격상 운전이 편한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당연히 4륜 시스템도 차량 성격에 맞춰 개발된다.

참고로 최근에는 AMG를 비롯해 포르쉐, 페라리, 람보르기니도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빨리 달리기 위해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을 도입했다. 물론 저속에서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함도 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이 운전을 방해하거나 성능을 낮춘다면 이러한 고성능 차들에서 사용될리 없다. 안정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더 빨리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것이 4휠 스티어링 시스템이 갖는 최대 이점이다.

다시 CT6로 돌아오자. 가벼운 차체는 대형 세단의 연비를 의미 있는 수준으로 높여준다. 시속 100~110km 주행 환경에서 CT6 터보는 16.8km/L를, 80km/h 정속 주행시에는 20km/L를 넘을 정도의 효율을 보였다. 평균 속도 15km의 도심 정체 환경에서도 적극적으로 작동해주는 오토 스톱 기능 덕분에 10km/L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어디서 많이 본 연비 아닌가? 그렇다 CTS와 사실상 동일한 연비를 보인다. 물론 가솔린 엔진의 한계인 밟으면 밟는 만큼 연비는 나빠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환경에서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운전해도 9km/L 중반대의 연비는 무난하게 보여줬다.

V6 모델은 커진 배기량과 추가된 4륜 시스템으로 인한 무게 증가를 가변 실린더 기술을 통해 최소화시키려 했다. 주행 상황에 따라 6기통을 사용하거나 4기통만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통수 활용 여부는 계기판을 통해 확인된다. 정속 주행 환경에서는 4기통만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기능이 작동하면 연비가 향상된다. 그렇게 CT6 V6 AWD는 시속 100~110km인 환경에서 15km/L를, 80km 정속 주행일 때 약 17km/L, 평균 속도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연비 테스트 결과에서 6km/L 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가변 실린더 기술 적용을 생각했을 때 조금 더 높은 연비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참고로 가변 실린더 기술은 평지와 내리막길에서는 어느 정도 작동했으며, 약한 오르막길 정도까지 4기통 모드로 주행할 수 있었다. 반면 가속페달을 조금만 깊게 밟거나 오르막 구간이 지속되면 다시금 6기통으로 전환되는 모습을 보였다. 또 한번 6기통 모드로 돌아오면 다시 4기통 모드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됐다. 때문에 가변 실린더 기술로 인한 연비 절감 효과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CT6 터보는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감 높은 구성과 완성도를 보였다. 하위 모델인 CTS와 유사한 무게를 갖지만 훨씬 크고 여유로운 차급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여기에 2.0리터 엔진과 매우 좋은 궁합을 보이기에 굳이 3.6리터 모델을 선택해야 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CT6 터보의 최대 강점은 바로 가격이다. 미국에서 같은 구성을 갖는 모델과 비교해 800만 원이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 경쟁력 높은 가격이다. 우리 팀이 이번에 접한 흰색 모델의 경우 미국에서는 995달러를 추가해야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이다. 여기서만 110만 원이 절약된다.

그렇다면 CT6 터보가 가진 6,980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차량들을 꼽아보자. 메르세데스-벤츠에서는 E220d의 기본형 트림이 6,960만 원이다. BMW 5시리즈의 가장 저렴한 520d가 6,700만 원이다. 심지어 볼보의 경우 S90 D5 모델은 6,790만 원부터 시작한다. 제네시스 G80도 3.8 파이니스트 모델의 경우 7,170만 원이란 가격에 팔린다.

아직 감이 안 올 수 있으니 좀 더 확실하게 비교를 해보자. 대형 세단이면서 2.0리터 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국내에 딱 2개 모델이 있다. CT6 터보가 있으며, 나머지는 재규어 XJ 2.0이다. 시장 유일의 동급 경쟁 모델이다. 하지만 XJ 2.0의 가격은 무려 1억 950만 원이나 한다. CT6 터보가 더 크고 넓으며, 엔진 성능도 좋으면서 조용하고 연비에서도 앞서지만 3,970만 원이나 저렴한 것이다. 물론 시장서의 브랜드 인지도는 재규어가 더 높다. 하지만 그 격차가 4천만 원이나 될까?

어떻게 보면 자존심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카드일 수 있다. 분명 CT6는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다. 그럼에도 동급 모델이 아닌 하위 모델과 가격으로 경쟁하겠다는 것은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위상에서 내려오겠다는 것이다. 조금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 최상급 플래그십 세단을 구입하겠다는 목적이 뚜렷한 고객은 CT6가 아무리 저렴해도 1억 원이 넘는 벤츠 S-클래스를 구입한다. 애초에 이런 고객은 CT6의 고객이 아니다. 하지만 벤츠 E-클래스나 5시리즈를 고민하면서 대형 세단에 대한 열망이 있는 소비자라면 CT6 터보 가치를 충분히 높게 살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틈새 시장을 파고들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CT6 터보의 가격이 매력적이다. 물론 완성도면에서도 뛰어나다.

우리나라에 ‘가성비 깡패’ 모델이 몇몇 있다. 먼저 현대 아반떼 밸류 플러스 트림이 있다. 경쟁 모델에 없는 다양한 편의 장비를 모두 갖추면서 1,690만 원이라는 가격에 판매된다. 인피니티 Q50S 하이브리드 스타일은 364마력이라는 동급 최고의 성능을 가졌지만 4,680만 원에 팔린다. 쉐보레 카마로 SS. 모두 잘 알겠지만 1억 원이 넘는 가격에서 누릴 수 있는 성능을 5,098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

오랜만에 새로운 가성비 깡패 모델이 등장했다. 그것도 대형 세단 시장에 말이다. 크게 빠지지 않는 구성과 장비, 넓은 공간에 완성도 높은 달리기 성능까지 갖췄으며, 연비까지 좋지만 가격은 6,980만 원이다. 앞서 나열된 가성비 최고의 차량들은 현명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찾아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CT6 터보 역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누릴 수 있을 듯하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