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든 SUV의 표본, 가솔린 SUV의 슈퍼 노멀!

Recreational Active Vehicle with 4-wheel drive. 토요타 RAV4 이름의 어원이다. 1994년 첫 등장한 RAV4는 당시 생소하던 도심형 컴팩트 SUV라는 장르를 개척하는데 앞장선 모델이다. 참고로 세계 최초의 도심형 컴팩트 SUV는 기아 스포티지였으며, 뒤이어 출시된 것이 토요타 RAV4다.

국내에서야 현대 투싼이나 기아 스포티지 같은 모델이 있기에 존재감이 덜하지만 사실 RAV4는 혼다 CR-V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컴팩트 SUV로 분류된다.

아래는 지난 3년간 미국에서 판매된 동급 컴팩트 SUV의 판매량을 비교한 표다.

미국에서만 한해 평균 30만대 이상이 팔린다. 세계적으로 잘 팔린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사람이 소유해도 나쁘지 않을 만큼의 무난함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RAV4의 4세대 모델이 페이스리프트되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동안 2.5 가솔린 모델이 주력이었지만 페이스리프트 이후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면에 나섰다. 무엇보다 시장에서 검증된 토요타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간다.

앞서 RAV4가 투싼이나 스포티지와 같은 급의 컴팩트 SUV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접하면 꽤나 크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미국 시장이 주력인 만큼 ‘컴팩트’라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 표처럼 RAV4는 투싼보다 크고 싼타페보다는 작은 정도의 크기를 갖는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RAV4는 직선을 활용해 한층 간결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프리우스처럼 토요타가 앞세우고 있는 독특한 디자인 특징도 찾아볼 수 있다. 토요타는 이것을 킨 룩(Keen Look)이라고 부른다. 보는 이에 따라 이상하다고도 혹은 미래지향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RAV4에도 LED 헤드램프가 탑재된다. 주간주행등도 물론 LED다. 리어램프도 LED로 바꿨다. 리어램프가 LED로 변경되니 후면 디자인이 한층 간결해졌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특별한 변화가 가미되지는 않았다. 푸른빛이 감도는 하이브리드 전용 엠블럼과 배지가 추가된 정도다. 그 말은 하이브리드 전용 에어로파츠가 필요치 않았다는 얘기다. 일반형 모델도 충분히 좋은 공기저항 성능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휠은 18인치로 적당한 멋스러움을 갖는다.

RAV4의 인테리어는 심플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대시보드부터 센터페시아 모니터까지 돌출된 형태로 만들어 마치 상단과 하단으로 나눠진 느낌도 든다. 수평적 구도의 디자인은 실내를 더 넓어 보이게 한다.

물론 실제로도 넓은 공간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거리도 꽤 멀게 느껴진다. 차폭감도 꽤나 크다. 뒷좌석 공간은 국산 컴팩트 SUV 이상이다. 수치적으로 투싼보다 10mm 짧은 휠베이스를 가졌지만 체감되는 공간에서는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뒷좌석 바닥을 평평하게 만들어 시각적으로 조금 더 넓어 보이는 효과도 낸다. 물론 헤드룸이나 레그룸 모두가 넉넉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뒷좌석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 기능도 지원한다. 상황에 따라 등받이를 세워 트렁크에 더 많은 짐을 넣을 수도 있고 최대한 눕혀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 버튼들은 큼지막하다. 토요타가 자주 쓰는 구성이다. 버튼 개수도 많지 않아 원하는 기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너무 작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큰 사이즈의 모니터가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토요타, 렉서스는 이미 오래전부터 한국에서 개발한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오고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넓다. 뒷좌석 시트와 트렁크 사이에 보조 수납함을 만든 것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동식 리프트게이트도 갖췄다.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간 차이점이라면 계기판 디자인, 시동 버튼 색상이 다르다. EV 모드 버튼은 당연히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뒷좌석 시트 아래 배터리가 장착되지만 가솔린 모델은 시트가 평평하게 접힌다. 덕분에 가솔린 쪽의 공간 만족도가 조금 더 높다.

혼다와 토요타는 액티브 세이프티 장비를 늦게 도입하는 편이다. ‘국내 실정에 맞춰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닛산은 이런 시스템을 빨리 장착한다.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장비들이 빨리 도입되길 희망한다. 완벽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들이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동을 건다. 가솔린은 부드럽게, 하이브리드는 전자음이 나온 후 이내 고요해진다. 가솔린 모델은 캠리, 하이브리드 모델은 캠리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을 생각하면 된다.

가솔린 버전은 4기통 2.5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에 6단 자동변속기를, 하이브리드 모델은 4기통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e-CVT 변속기를 사용한다.

사실상 캠리, 캠리 하이브리드와 같은 시스템 이지만 RAV4 하이브리드 버전에는 일부 차별화 요소가 있다. 후륜을 작동시키는 전기모터를 통해 4개의 바퀴를 구동시키는 E-Four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

전기모터로 4륜 구동 시스템을 구현하는 E-Four는 렉서스 NX300h를 통해 처음 소개됐다. 해외에는 프리우스의 E-Four 버전도 있다. E-Four는 4륜 장치지만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다. 구동력을 배분해주는 PTU도 없다. 모터만으로 간단히 4륜 시스템을 구현한 것인데, 차량 하부를 살펴보면 그냥 앞바퀴 굴림처럼 별다른 구조물이 보이지 않는다.

앞바퀴의 전기모터는 76마력, 뒷바퀴의 전기모터는 67마력을 발휘해 총 143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152마력을 발휘하는 내연기관이 함께 힘을 만들어 시스템 최고출력 197마력을 만들어낸다.

평상시엔 앞바퀴에 대부분의 구동력을 보내며, 상황에 따라 후륜에 60%의 구동력이 전달하게 된다. 앞바퀴의 구동력도 능동적으로 제어되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작동하는 4륜 시스템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사실 말이 쉽지 전자 신호가 기계적인 메커니즘을 동일하게 연출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기술력을 요하게 된다. 양산 메이커 중에서 이러한 4륜 시스템을 상용화시킨 제조사는 토요타, 그리고 아우디 정도가 꼽힌다.

토요타의 E-Four는 많은 이점들을 갖고 있어 차세대 4륜 시스템으로 거론된다. E-Four가 갖는 이점은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 장점은 간단한 구조로 실내 공간을 넓히고 무게를 낮출 수 있게 해준다. 4개의 바퀴를 굴리지만 차체 중간을 가로지르는 드라이브 샤프트가 없어 뒷좌석 돌출 공간이 사라진다. 물론 불필요한 무게도 덜어낼 수 있다.

두 번째는 2개의 모터를 사용해 엔진의 스트레스는 줄일 수 있어 연비를 높이기 쉽다.

세 번째는 모터의 힘만 143마력에 이르기 때문에 가속성능에도 큰 도움을 준다.

네 번째는 견인력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RAV4 2WD 모델의 견인 용량은 800kg 수준이다. 일반 세단의 견인 용량이 400kg 정도 되니 그보다는 넉넉한 견인력이지만 SUV라는 성격을 생각했을 때 조금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E-Four를 갖춘 RAV4 하이브리드의 견인 용량은 1,650kg으로 2WD 모델 대비 2배에 이른다. 이 정도면 대형 캠핑 트레일러도 무난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장점은 앞뒤 장착된 2개의 모터를 통해 제동에너지 회수가 빠르다는 점이다.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는 것. RAV4 하이브리드로 내리막길을 달리다 가볍게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짧은 시간 안에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쯤 되면 단점 하나 없는 완벽한 4륜 시스템으로 생각되지만 E-Four는 어디까지나 온로드에서 안정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시스템이다. 본격적인 오프로드를 위한 4륜 장치는 아니라는 것. 오프로드를 위한 4륜 시스템은 센터 락 디퍼렌셜과 로우기어, 에어 서스펜션 등과 같은 전문적인 장비를 갖춘다. 이와 같은 하드웨어 장착에 따른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E-Four가 흉내 내기는 어렵다. 즉, 도심형 SUV로 개발된 RAV4에 어울리는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

다시 주행 부분으로 넘어가자. 가솔린 모델은 엔진과 변속기 자체가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주행감각이 헐렁하지 않다. 의외로 짜임새 있는 느낌이 좋다. 이러한 감각이 꽤나 고급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운전할 때 만족감이 더 커진다. 사실 페이스리프트(F/L) 이전의 RAV4는 거친 노면에서 차체가 다소 허둥 되는 느낌을 보일 때가 있었다. 일부 진동을 승객에게 전달하기도 했지만 차체가 강화된 현 세대 RAV4는 이런 아쉬움을 말끔히 해결했다.

물론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 모델 사이에 조금의 차이가 있긴 하다. 하이브리드 쪽이 조금 더 유연한 느낌을 준다는 것. 삐거덕 거리는 것 같은 헐거움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엔진과 변속기, 섀시에서 조금 더 여유로운 감각을 전해준다고 보면 된다. 또한 이것이 토요타의 직병렬 방식 하이브리드가 갖는 구조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직병렬 하이브리드의 가장 큰 특징은 e-CVT에 있다. CVT라는 이름 때문에 풀리를 사용하는 CVT를 떠올릴 수 있는데, 사실 e-CVT에는 아무런 변속장치가 포함되지 않는다. 변속기 대신 발전기 모터와 구동모터가 자리할 뿐이다.

토크 컨버터도, 풀리도, 기어 박스도 없기 때문에 상당히 컴팩트한 구조를 갖게 된다. 변속기가 이렇게 작아서 되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e-CVT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우다.

사실상 e-CVT는 변속기가 아니라 모터 집합체라고 봐야 한다. 전기모터로 작동해서 e, 가속을 하면 엔진 회전수가 고정된 상태에서 속도를 올리는 보편적인 무단변속기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하여 CVT라고 부를 뿐이니까. 결국 이런 특성을 합쳐 e-CVT라고 부르는 것이다.

직병렬 방식 하이브리드는 엔진이 직접 구동력을 바퀴로 전달하거나 발전기로 변해 전기를 만들어낸다. 또 엔진이 구동력을 만들며 동시에 배터리 충전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엔진 혼자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고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이 토요타가 개발한 직병렬 하이브리드의 핵심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살며시 밟으면 전기모터만으로 시속 50km까지 가속된다. 이때 계기판의 출력 게이지를 확인하며 바늘이 Eco에서 Power로 넘어가지 않게 조작하면 연비가 대폭 개선된다. 너무 깊게 밟으면 운전자의 요구에 따라 엔진이 작동한다.

50km/h가 넘으면 EV 모드를 활용한 최고속도에 도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엔진에 시동이 걸린다. 이후 적당한 속도로 탄력이 받은 후 가속페달을 가볍게 풀어주면 다시 전기모터만으로 일정 속도를 유지시킬 수 있다. 이렇게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최고속도는 약 80km/h.

전기모터를 폭넓게 활용하는 만큼 연비 측정에 애를 먹었다. 시속 100~110km 구간이야 엔진과 모터가 균일하게 작동했지만 시속 80km, 평균속도 15km 테스트 때는 상황에 따라 전기모터가 작동하는 범위가 달라져 천차만별의 연비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측정한 RAV4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100~110km/h 기준 약 17km/h, 80km/h에서 26km/L, 평속 15km/h 구간은 15km/L 내외였다.

같은 구간을 달린 가솔린 모델은 100~110km/h에서 약 16km/h, 80km/h에서 22.5km/L, 평속 15km/h 구간은 10.2km/L 정도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대략 15%에서 많게는 30% 이상 높은 연비를 만들어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RAV4 하이브리드가 전기모터의 도움 덕분에 RAV4보다 빠른 가속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체감적으로는 가솔린 모델의 가속력이 좋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질감 없이 기계적으로 잘 조율된 감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RAV4 가솔린 모델의 체감 성능은 3.0리터 수준에 이를 정도다. 무엇보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빨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을 측정했다. RAV4 가솔린은 9.5초, RAV4 하이브리드는 8.35초를 기록했다. 체감적인 감각과 실제 가속성능은 일치하지 않았다. 그만큼 RAV4 가솔린 모델의 가속 감각이 훌륭했다. 7.000rpm 부근에서 변속할 정도로 박력 있는 모습도 펼쳤다. 참고로 RAV4 가솔린의 가속 성능은 르노삼성 QM6(9.32초)와 쌍용 뉴 스타일 코란도(9.76초) 중간 정도로 보면 된다.

RAV4 하이브리드는 동일한 시험 조건에서 8.35초를 기록했다. 3.5리터 엔진을 사용한 렉서스 RX350(8.28초)과 2.5리터 가솔린 슈퍼차저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닛산 무라노 하이브리드(8.45초) 중간의 기록이다. BMW X1 xDrive20d M 스포츠 패키지 모델(8.56초) 보다 빨랐다. 비슷한 성능을 가진 그룹만 봐도 하이브리드 모델이 한 등급 높은 가속력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으면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속력 격차가 더 커진다. 가솔린 모델은 다른 2.5리터급 모델들처럼 속도가 높아지며 가속력이 하락하지만 하이브리드는 마치 누군가가 힘을 보태기도 하는 듯 속도계 바늘을 올려나간다. 참고로 두 모델 모두 속도계 상으로 시속 200km 부근까지 속도를 올려나갔다. GPS상으로는 약 185km/h 내외의 속도 영역이었다.

잘 달리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제동성능.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고 RAV4 하이브리드가 40.46m, RAV4 가솔린은 38.91m의 거리를 기록했다.

RAV4 하이브리드는 제동에너지를 회생시켜주는 장치 특성상 브레이크 페달 조작 때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타사 하이브리드 모델과 비교한다면 일반 브레이크와 유사할 정도로 이질감은 가장 적다. 역시 하이브리드를 오랫동안 다뤄온 노하우가 다르긴 한가보다. 반면 가솔린 모델은 명확한 제동 감각을 보였다.

수치적으로 따지면 가솔린 모델의 제동거리가 더 짧다. 하지만 제동 테스트가 반복되며 제동거리가 소폭 늘어났다. 반면 하이브리드 모델은 테스트 내내 일정한 제동거리를 기록했다. 평균을 내보면 두 모델 모두 약 40m 초반대 제동거리를 기록한다.

주행 모드를 ECO로 바꾼다. 가솔린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모두 무뎌진 반응을 보인다. 차량 속도를 올리는 것이 조금 답답하다. 차량 흐름에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정도다.

다행히 스포츠 모드가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가솔린 모델은 엔진 회전수를 높게 사용하는 것을 기초로 민감한 엔진 반응을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전기모터가 사용하는 전류 사용량을 키운다. 모터가 적극적으로 힘을 더하는 만큼 엔진도 배터리 충전보다 동력을 만드는데 집중한다. 버튼만 눌러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그 차이가 컸다.

조금은 빠른 달리기를 시작해본다. 적극적인 코너링도 시도한다. 사실 SUV 성격상 올바른 주행 방식은 아니다. 때문에 우리 팀은 SUV 차량 테스트 때 돌발 상황에 대비해 급작스러운 움직임에 어느 정도 대응해주는지를 확인하는데 힘을 쏟는다.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감도 점검 포인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RAV4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막론하고 정말로 잘 달렸다. 먼저 스티어링 감각부터 점검해 보자.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켰을 때 스티어링의 조작 답력만 바꿔주는 차들도 많다. 사실 이것이 운전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RAV4는 묵직한 감각은 물론 조작 때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끌어 냈다.

서스펜션은 어느 정도 부드러운 승차감을 만들어내는데 초점을 맞추지만 출렁거림에 대해서는 확실히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차량이 좌우로 흔들리는 롤이나 앞뒤로 흔들리는 피칭 모두를 세련된 감각으로 잘 억제시켰다. 일부 모델들은 속도가 높아질 때 서스펜션이 대응을 하지 못하며 차량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RAV4는 다양한 속도 영역에서도 안정적인 움직임을 유지해 냈다.

코너링 속도 자체도 느리지 않았다. 설마 SUV용 스포츠 타이어? 타이어를 살펴보니 두 모델 모두 브리지스톤의 에코피아 제품이었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친환경 타이어다. 주행성능 일부를 양보했지만 노면의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타이어다. 하지만 친환경 타이어 장착을 잊을 만큼 인상적인 접지 성능을 보였다.

타이어의 한계 파악도 쉽다. 일정 속도 이후 스키드음이 발생하지만 그 이후 영역에서도 쉽사리 그립력을 잃지 않았다. 프로 드라이버 출신인 전인호 기자는 “타이어만 보면 여름용 타이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정말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차량의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를 기초로 한다. 하지만 언더스티어 범위가 크지 않았다. 의외로 이상적으로 코너를 잘 돌아나갔다. 특히 가솔린 모델은 앞바퀴 굴림 방식의 SUV로는 좋은 능력으로 코너를 점령해 나갔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4개의 바퀴를 사용해 코너 중반 이후부터 보다 적극적인 재가속을 가능케 했다.

모든 테스트를 마치고 팀 리더인 김기태 PD가 이런 말을 했다. “슈퍼 노멀은 이럴 때 어울리지 않을까?”. 이 말 한마디로 RAV4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모두를 요약할 수 있었다.

사실 RAV4는 매우 무난한 도심형 컴팩트 SUV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크기와 액티브 세이프티 부재를 제외하자면 나무랄 부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의 ‘무난함’이라는 뜻 자체는 전혀 다르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누가 타도 좋아할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넓은 실내공간, 토요타 특유의 짜임새 있는 마감 품질, 소음, 승차감, 드라이빙 퍼포먼스와 주행감각은 물론 연비도 좋았다. 물론 토요타 차인 만큼 내구성도 좋겠지?

개인적으로 ‘잘 팔리는 차=좋은 차’라는 공식이 통하지 않을 때도 많다. 많이 팔리는 숫자로 자동차를 판단하기엔 예외적인 부분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RAV4 만큼은 이 공식에 아주 잘 어울리는 차라고 평하고 싶다. 누구나 만족하기 쉬운 차다. 페이스리프트라고 하지만 풀모델 체인지라 부를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 아니, 다른 차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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