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행거리!

미래의 전기차를 외치던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제 꽤 다양한 전기차들이 도로를 다니는 현실에 살고 있다.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 기아 쏘울 EV, 르노삼성 SM3 Z.E., 닛산 리프, BMW i3 등 선택의 영역도 넓어졌다.

우리 팀은 현재 판매 중인 전기자동차 대부분을 내부 테스트를 통해 경험했다. 아직은 생소하기 만한 전기차의 기준을 잡기 위해서다. 그리고 전기차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주행거리라는데 결론을 모았다.

내연기관 자동차는 연료가 떨어지면 주요소를 찾으면 된다. 반면 전기차는 배터리가 방전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충전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도 주요 이슈다. 한번 주유 또는 충전으로 같은 주행 가능 거리를 달린다고 해도 전기차 운전자가 받는 압박이 훨씬 크다.

그런 상황에서 쉐보레가 볼트 EV를 내놨다. 한번 충전으로 383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전기차 대부분이 150km 전후를 주행할 수 있었으니 2배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를 가진 셈이다. 조금만 효율적인 운전해도 400km 이상 쉽게 주행할 수 있다. 볼트의 매력을 여기까지인가?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볼트 EV의 진면목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첫인상은 독특했다. 전기 차만의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보다 뭔가 귀여운 모습이 강조됐다. 묵직한 카리스마보다 톡톡 튀는 귀여움이 느껴진다고 할까? 전체적인 모습은 키 큰 해치백의 모습이다. 전기차답게 그릴도 막혀있다.

측면부의 특징은 낮은 벨트라인이다. 갈수록 벨트라인이 높아지는 요즘 추세와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 루프라인을 높게 설정해 윈도우가 차지하는 면적을 키웠다. 사선의 캐릭터 라인을 통해 전진감도 강조했다. 후면부에는 입체적인 디자인의 리어램프가 장착된다. 전기차이기에 머플러는 없다.

타이어는 미쉐린의 저저항 타이어를 사용한다. 다른 친환경 차량에도 종종 사용되고 있지만 볼트 EV 같은 경우에는 날카로운 도구에 찔려도 내부의 접착 물질이 틈을 막아주는 실란트 타이어가 사용된다. 현대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에도 똑같은 미쉐린의 저저항 타이어가 사용되지만 실란트 기술은 제외됐다.

실내 모습은 지금까지 쉐보레가 추구해왔던 모습과 다르다. 그동안 쉐보레 브랜드의 인테리어는 실내를 감싸는 디자인이 주를 이뤘다. 안정적인 느낌을 전해주지만 실내가 좁아 보인다는 단점을 갖는다. 반면 볼트 EV에는 수평적 디자인이 쓰였다. 덕분에 실내가 넓어 보인다.

8인치 디스플레이로 구성된 계기판은 다양한 정보를 한 번에 보여준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좌측 부분에는 주행 가능 거리를 나타낸다. 중앙에 표시된 숫자가 현재 주행 가능한 거리이며, 상단은 효율적인 운전을 했을 때 최대 주행 가능한 거리를, 하단은 비효율적인 운전을 했을 때 최소 주행 가능 거리를 표시해준다. 다양한 변수에 따라 주행거리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운전자에게 보여준다는 점이 좋다.

중앙에 자리한 속도계는 효율적인 운전을 하면 녹색, 비효율적인 운전을 하면 노란색으로 변한다. 마지막으로 우측에 게이지는 현재 전력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10.2인치 크기를 갖는다. 쉐보레 답지 않게 큰 모니터를 달았다. 또한 그래픽에도 신경을 썼다. 전기차인 만큼 전력 효율과 관련된 다양한 설정도 가능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빠져있다는 점이 아쉽다. 국내 제조사 중 하나지만 이럴 때만큼은 해외 브랜드 티를 낸다.

시트는 매우 얇게 설계됐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쿠션이나 스프링 대신 서스펜션을 사용해 쿠션감을 만든 덕분이다. 시트가 얇아진 만큼 만족감도 조금 떨어진다. 쿠션감을 흉내만 낸 것이지 진짜 쿠션감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뒷좌석 공간을 넓게 뽑았다. 뒷좌석 바닥도 평평하다. 루프라인이 높은 만큼 헤드룸도 충분하다. 트렁크 공간 역시 모난 부분 없이 넓게 활용할 수 있고, 바닥 부분의 2단 수납도 가능하다. 우리 팀이 경험한 여러 전기차들 중 볼트 EV가 2열 공간과 트렁크 공간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높았다.

주행 테스트 결과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전기자동차의 일부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자.

전기자동차를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염두 해야 할 부분은 다름 아닌 배터리다. 배터리 용량에 따라 주행 가능 거리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의 배터리 용량은 약 1kWh 선에서 결정된다. 배터리 용량을 키워 전기차 성격이 강해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경우는 10kWh를 전후하는 배터리 용량을 갖는다. 하이브리드는 EV 모드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약 2km 전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약 40km 정도 주행이 가능하다.

1세대 전기차(2010~2016년) : 전기차에 대한 가능성 확인

그리고 2010년부터 점차 등장하기 시작한 전기차는 1세대에 해당한다. 배터리 용량은 20kWh를 전후해 한번 충전으로 약 150km 정도 이동이 가능하다. 기아 쏘울 EV, 르노삼성 SM3 Z.E., 닛산 리프, BMW i3 등 현재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기차가 1세대에 속한다고 보면 쉽다. 한번 충전으로 200km 정도 주행할 수 있는 현대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1.5세대 정도로 볼 수 있다.

2세대 전기차(2016~2020년) : 내연기관과 경쟁

2세대 전기차부터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나 한번 충전 후 주행 가능 한 거리가 300km까지 늘었다. 1세대 전기차와 비교해 2배 이상의 주행거리를 갖는 수준이다. 그만큼 배터리 용량도 커 일반적으로 60kWh 이상의 용량을 갖는다. 국내에 2세대 전기차가 등장한 것은 볼트 EV가 처음이다.

3세대 전기차(2020년 이후) : 전기차의 대증화

2020년 이후 등장할 전기차는 3세대로 분류될 예정이다. 한번 충전으로 500~600km 정도를 달릴 수 있어 내연기관 엔진과 비슷한 1회 충전거리를 갖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용량도 커져 80~100kWh라는 대용량을 갖게 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렇게 거대해진 배터리 용량을 어떻게 빨리 충전을 하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항상 기술이 발전해왔던 것처럼 용량은 커지고 충전시간을 짧아질 것이다.

볼트에는 204마력과 36.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전기모터가 장착된다. 준중형 해치백급 덩치에 이와 같은 수치는 분명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시동 버튼을 눌러 주행 준비를 마치면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모니터로 운전자를 반기는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들려준다. 전기차라고 운전법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가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멈춘다. 정지한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슬금슬금 앞으로 가는 움직임 역시 일반 내연기관 자동변속기 자동차처럼 표현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순식간에 큰 힘을 쏟아내며 빠르게 속도를 올린다. 전류가 흐르는 순간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한다는 점, 내연기관 엔진과 비교될 수 없는 빠른 반응, 달리는 와중에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모터에서 발생되는 ‘위잉’ 소리가 들리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바람소리에 가려진다.

볼트 EV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7.10초. 렉서스 RC350 F 스포트가 7.03초를 기록했으니 뚱뚱하게 생긴 전기차로는 상당한 가속성능이다.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한층 시원스러운 가속성능을 느끼게 한다. 모터로 흘려보내는 전류의 양을 증가시켜 보다 큰 힘을 발휘하도록 유도한 덕분이다. 물론 모터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출력(150kW) 자체는 동일하기 때문에 최대 발진 가속은 동일하다.

물론 이와 같은 스포츠 모드 사용을 추천하지 않는다. 가속성능을 최대한 이끌어낸 만큼 배터리 소모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능은 꼭 필요시에만 사용한다고 보면 된다. 적어도 답답하지 않고 여유로운 감각을 가졌다고 이해하면 된다.

볼트 EV는 전기차이기에 버려지는 전기를 최대한 아끼기 위한 기능들을 탑재했다. 변속기의 ‘L’ 모드와 스티어링 왼쪽 뒤편에 위치한 리젠(Regen) 버튼이 대표적이다. 변속 패들처럼 생긴 리젠 버튼을 누르면 모터가 발전기로 성격이 변하면서 차량의 운동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한다.

변속기를 L 모드로 변경하면 가속 페달을 밟을 때 가속을 하고 발을 떼면 바로 배터리 충전 모드로 변경된다. 리젠 버튼을 누르는 것과 같은 효과다. 덕분에 가속페달을 조작하는 것만으로 가속과 감속이 가능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어 ‘원 페달 드라이빙’이라고 표현한다.

L 모드와 리젠 버튼을 모두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차량이 회수할 수 있는 최대 에너지(70kW)를 흡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볼트 EV 급속충전기가 50kW로 충전하니 순간적이지만 급속충전기를 넘어서는 효율이다.

변속기는 전자식으로 변경됐다. 모터에 신호만 전달하면 되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덕분에 변속기 하단에 커다란 수납공간이 생겼다. 변속 레버의 생김새는 BMW와 닮았다. 하지만 후진을 하려면 레버를 위로 민 상태에서 왼쪽으로 당겨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차별화는 좋지만 불편하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40.29m를 기록했다. 저저항 타이어를 사용했기에 제동거리에서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충분히 좋은 성능을 발휘했다. 물론 실제 주행 환경에서 이러한 제동법은 추천하지 않는다. 에너지 회생 장치가 작동하기 전에 브레이크 패드가 작동해 에너지를 고스란히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급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가급적 먼 거리에서 미리 에너지 회생 기능을 통해 배터리를 최대한 충전하며 멈추는 방법을 추천한다.

다양한 안전기능도 갖췄다. 차선이탈 경고 및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 전방 추돌 및 긴급제동 시스템, 보행자 감지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자동 주차 기능까지 지원한다. 차선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선을 넘으려 하면 스티어링 휠이 스스로 움직여 원래 위치로 되돌려준다. 자동 주차 기능은 평행 및 직각 주차까지 지원한다. 인식률도 좋다. 주위 환경에 따라 상향등과 하향등을 자동으로 바꿔주는 기능 역시 이러한 급에서 찾기 어려운 기능이다. 내비게이션만 제외한다면 구성적인 면에서 정말 잘 해내고 있다.

주행감각도 좋다. 전기차라는 성격에 맞춰 승차감을 중요시한 설정이다. 그렇다고 코너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탄탄한 기본기를 앞세우는 쉐보레 모델답다. 쉐보레 측은 바닥에 깔린 배터리로 인해 무게중심이 낮아 감각적인 주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하지만 사실 이 차에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저저항 타이어의 한계도 분명하다.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답력은 다른 전기차보다 묵직한 편이다.

주행감각보다 칭찬할 부분은 이동거리다. 서울 경기권이 아니라 지방을 내려가도 큰 부담이 없다. 주행 가능 거리가 2자릿수로 떨어지면 운전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상당하다. 하지만 볼트 EV는 어지간해서 2자릿수를 보기는 힘들었다. 백 자릿수가 3부터 시작하는 것과 1부터 시작하는 것에는 정말이지 큰 차이가 있다.

우리 팀이 한번 테스트를 진행할 때의 최소 이동 거리는 400~500km 전후다. 상황에 따라 1천km 이상 주행하기도 한다. 다른 전기차로는 이와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기 어렵다. 얼마 가지 못해 충전에 또 충전을 거듭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팀은 BMW i3의 테스트를 진행하다 50% 정도만 촬영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진행을 포기했다.

하지만 볼트 EV는 우리 팀의 테스트와 촬영에 필요한 주행까지 모두 문제없이 해냈다. 중간에 멈출 수 있다는 불안감 없이 전기차 그 자체를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중간중간 충전을 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다양한 테스트를 아무 일 없이 마칠 수 있었다는 점에 놀랐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에서 볼트 EV 역시 발전을 해나가는 과정에 놓인 전기차다. 하지만 현재까지 우리에게 선보인 전기차 중 가장 진보한 모델임에 틀림없다. 우리 팀원들은 1세대 전기차가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정부 지원금을 받아 1천만원대 중후반에 구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은 모두 2천만원대다. 볼트 EV 역시 2천만원대 가격을 갖는다. 비슷한 가격이라면 당연히 높은 스펙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당분간 이 시장의 기준은 볼트 EV가 될 것이다. 문제는 내가 구입하고 싶다고 구입할 구 없다는 것. 구입을 생각한다면 2018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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