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50 시리즈에 이은 대박 칠까?

인피니티. 젊고 스포티하며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브랜드다. 국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G35에 대한 얘기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하지만 현재는 뭔가 정체된 상황이다. 인피니티의 진정한 신차는 Q50이며, 나머지는 모델명만 바꾼 채 그대로 판매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르노-닛산과 다임러는 기술 공유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하지만 뭔가 결과물들이 나올 때가 됐음에도 생각보다 조용한 분위기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모델이 인피니티 Q30이다. 르노-닛산과 다임러의 기술 공유 파트너십에 대한 첫 결과물인 것. Q50이 벤츠의 2.2리터 디젤 엔진과 변속기를 사용했다면 Q30은 파워트레인은 물론 플랫폼과 서스펜션 구조까지 벤츠의 것을 공유한다. 반면 생산은 영국 선더랜드(Sunderland)에서 한다. 일본 브랜드가 독일 차를 기초로 개발해 영국에서 생산하는 독특한 이력을 갖게 된 것이다.

첫인상은 신기하면서도 익숙한 느낌이었다. 신기하다는 것은 2013년 공개된 컨셉트카의 모습이 그대로 양산됐기 때문이다. 양산을 위해 일부를 다듬었지만 정말 일부분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컨셉트카의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 익숙하다는 것은 2015년 전 세계 판매 시작 이후 2016년 부산 모터쇼를 통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야 판매에 들어섰다. 인증 절차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Q30은 메르세데스-벤츠의 MFA(Modular Front Architecture), 특히 GLA를 기초로 개발됐다. 하지만 외관만큼은 벤츠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다. 매서운 눈매, 특유의 더블-아치 그릴, 스포티한 범퍼 등이 차별화 포인트다.

측면부에는 인상 깊을 정도의 입체적인 캐릭터 라인이 주어졌다. 이미지를 보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은 굴곡이다. 이러한 캐릭터 라인은 헤드램프부터 시작돼 차량 측면을 지나 리어 리드 램프까지 이어진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 중 가장 돋보이는 옆 라인이다. 이 밖에 인피니티 특유의 라인을 C-필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후면부에는 넓어 보이도록 유도한 리어램프와 스포티한 디자인의 범퍼가 갖춰진다. 전체적인 비율은 좋지만 리어램프의 눈매는 전면부 대비 긴장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조금 더 날카로운 모습이면 좋겠다.

외부 디자인에서 벤츠의 모습은 없다. 대신 엔진 룸 안쪽이나 타이어 사이드월을 살펴보면 삼각별 마크가 곳곳에 찍혀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실내로 들어서면 곳곳에서 벤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도어의 시트 조절 버튼, 계기판, 스티어링 휠, 공조장치, 변속 레버, 심지어 엔진 후드 지지대까지 동일한 모습이다.

하지만 실망보다 놀라움이 먼저다. 여기저기 벤츠의 흔적이 보이지만 고급스러운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재구성했기 때문이다. 우선 나파 가죽과 알칸타라가 실내 넓은 부위에 적용했다. 이와 같은 고급 소재가 천장까지 덮여있을 정도다.

시트는 벤츠 AMG 모델에서나 적용됐던 구성이다. 착석감이 매우 훌륭하고 편하면서 몸을 지지해주는 능력까지 뛰어나다. 페달류 역시 금속을 사용해 젊은 분위기를 강조했다. 인피니티를 상징하는 보라색 장식은 시티 블랙 패키지를 통해 적용되는 내용이다. 계기판 디자인도 벤츠와 같지만 내부 모니터의 배경 컬러를 부드러운 보라색으로 바꿨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도 벤츠 제품을 그대로 사용한 것일까? 벤츠의 것처럼 난반사가 심해 주간 주행 때 시인성이 떨어진다. 물론 벤츠보다 좋은 점도 있다. 모니터가 터치 방식을 지원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인터페이스가 한층 발전한 느낌이다. 인피니티 인 터치(INFINITI InTouch)의 애플리케이션 확장성은 여전히 제한적이지만 적어도 다이얼로만 조작해야 하는 벤츠 커맨드(COMAND)보다 모든 것이 좋다.

닛산 인피니티가 자랑하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도 갖춰진다. 과거 인피니티가 EX35를 통해 이 기술을 선보였을 때가 떠오른다. 신기함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 다양한 제조사들이 이 기술을 사용한다. 하지만 다른 인피니티 모델 대비 화질이 떨어져 보이고 카메라 간 연결도 다소 어색해 보인다. 물론 벤츠 A-클래스나 GLA에서는 없는 장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긴 하다.

내비게이션은 국내 제조사가 개발한 아틀란 맵을 연결해 사용한다. 이를 활성화시키려면 인포테인먼트 다이얼 하단에 위치한 뒤로 가기 버튼을 약 2초간 눌러야 한다.

과거에는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이 완성도 측면에서 높게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 벤츠, BMW, 아우디, 크라이슬러, 볼보 등 자체 개발 내비게이션을 접해본 결과… 어설프게 만드는 것보다 그냥 국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오히려 만족도가 높기 때문이다.

뒷좌석 공간은 무난하다. 적어도 차급을 생각했을 때 레그룸과 헤드룸 모두 여유로운 수준으로 볼 수 있다. Q30의 휠베이스는 2,700mm. 현대 아반떼를 비롯해 일부 국산 준중형 세단과 같다. 이들과 비교하자면 레그룸이 소폭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불편을 느낄 수준까지는 아니다. 4륜 시스템의 적용을 감안해 개발된 만큼 센터 터널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크로스오버의 성격을 살려낸 만큼 헤드룸이 부족하지는 않다.

트렁크 공간은 430리터. 돌출 공간이 많지 않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루프라인의 영향으로 일반적인 SUV들처럼 짐을 높이 쌓기는 힘들다.

여기도 벤츠, 저기도 벤츠… 그럼 인피니티가 벤츠 GLA에서 어떤 부분들을 바꿔놨을까? Q30은 GLA의 차체 구조는 물론 엔진과 변속기, 서스펜션까지 동일한 것을 사용한다. 하지만 인피니티 만의 느낌을 주기 위해 서스펜션 스프링과 댐퍼, 부싱 등을 직접 튜닝 했다. 조금 더 스포티한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바꾼 것.

스로틀 반응과 변속 로직도 빠르게 손봤다. 사실 벤츠가 이 부분에서 소극적인 모습인데 그 아쉬움을 인피니티만의 스타일로 바꾼 것이다. 여기에 스티어링 시스템도 스포티하게 튜닝했다. 이렇게 인피니티는 SUV인 GLA를 스포티한 해치백으로 바꿔놨다. 참고로 Q30의 지상고를 높이면 다시 QX30이라는 이름의 크로스오버카가 된다.

엔진 시동을 건다. 버튼이 아니고 시동키를 돌려야 한다. 키의 디자인마저 벤츠랑 동일하다. 시동을 걸고 나서 잠시 당황했다. 디젤인가? 소음을 측정해본다. 아이들 상태에서의 정숙성은 42.5 dBA 수준을 보였다. 디젤과 견줄 수치다. 엔진 음색도 디젤 같다.

하지만 움직임이 시작되면 가솔린 엔진 특유의 부드러움이 전달된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도 부드럽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초기 발진 때의 울컥거림도 잘 억제시켰다. AMG A45에 사용됐던 신경질적인 듀얼 클러치 변속기와 비교하자면 자동변속기 수준의 부드러움이다. 언덕길에서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가 작동해 뒤로 밀릴 걱정도 없다.

Q30에는 211마력과 35.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장착된다. 최대토크가 1,200rpm부터 4,000rpm까지 유지되는 만큼 초기부터 넉넉한 토크를 바탕으로 여유로운 주행을 이어갈 수 있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여유롭게 내달리며 당찬 가속을 뽐낸다. 듀얼 클러치 특유의 직결감도 좋다.

실제로 발휘되는 구동 출력과 토크를 측정했다. 그리고 Q30은 약 191마력과 33.3kg.m의 토크를 만들어냈다. 각각 9.4%와 6.7%의 손실률이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를 사용한 만큼 충분히 좋은 효율이다. 차체 무게는 1,529kg으로 측정됐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7.12초를 기록했다. 렉서스의 스포츠 쿠페 RC 350이 7.03초를 기록했으니 부족함 없는 성능이다.

특징이 있다면 초기 발진 때 런치컨트롤이 작동하는 형식으로 달린다는 것. 메르세데스-AMG처럼 런치 컨트롤을 알리는 별도의 메시지는 보여주지 않지만 스포츠 모드와 ESP를 해지시킨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밟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3,000rpm 부근에 고정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매우 짧은 공백 이후 급격하게 클러치를 연결하며 빠른 가속을 이끌어낸다. 물론 이와 같은 기능 사용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자주 사용할 경우 변속기에 큰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

메르세데스-AMG의 일부 모델들은 2~3회 이상의 런치 컨트롤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Q30은 수차례의 가속 테스트에서도 변속기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꾸준하게 7.1X 초를 기록하며 균일한 가속성능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출력에 여유가 있는 만큼 100km/h 이상으로 속도를 올리는 것도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고속에서 조금 더 여유가 느껴진다는 점이 좋다. 여기에 안정성까지 좋다. 특히 시속 180km 내외에서도 속도감을 낮추게 만든 안정감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팀원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역시 벤츠의 고속 안정성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데 입을 모았다.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도 갖췄다. 작동법도 벤츠와 같다. 일부 모델들처럼 일정 속도 이하에서 해제되지 않고 완전한 정지까지 지원한다. 차선이탈 경고 시스템 등 안전장비도 갖춰진다. 차선 유지를 위한 보정 기능이 아닌 위험을 감지했을 때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주는 성격이다. 액티브 세이프티 부분은 동급 모델 대비 좋은 수준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한 결과 35.82m를 기록했다. 폭스바겐의 고성능 해치백 골프 R(35.9m)보다 짧은 기록이다. 제동 테스트를 수차례 반복해 가장 많이 밀려났을 때의 제동거리도 36.55m 수준이었다. 부하가 많이 걸린 상황에서도 1m조차 밀려나지 않았던 것이다. 참고로 Q30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벤츠 모델 기준 AMG 스포츠 패키지에 적용되는 사양이다. 오버 스펙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브레이크 성능은 대단했다.

핸들링 감각은 정직하다. 다분히 벤츠 다운 감각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조금 더 감각적이다. 전체적으로 여유가 느껴졌던 벤츠의 것에서 한번 더 나사를 꽉 조인 느낌이다. 적어도 인피니티 특유의 직관적인 감각을 느끼는데 충분하다.

서스펜션은 스트로크 자체는 길게 했지만 출렁거림은 잘 억제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코너를 빠르게 돌더라도 차체를 잘 지지해 준다. 승차감과 성능 사이에서 잘 조율된 서스펜션에 대한 만족도 역시 크다.

운동 특성은 언더스티어가 기본이다. 코너에 접어든 후 재가속을 전개하면 토크가 쏟아지며 안쪽 바퀴를 헛돌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운동 특성은 와인딩이나 서킷에서 차량을 매우 빠르게 밀어 붙일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당연히 일상 주행에서는 경험할 일이 없다. 또한 전륜구동 터보 차량들의 상당수가 이런 모습을 보인다. 참고로 급가속이 진행될 때 토크스티어 현상을 느낄 수도 있다.

Q30은 시속 100~110km의 속도에서 약 16km/L, 80km/h 정속 주행 시 약 18km/L의 주행 연비를 기록했다. 평속 15km의 도심 정체구간 시뮬레이션 테스트 결과 8.3km/L의 연비를 기록해 아이들 스톱 기능의 강점도 잘 살렸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복합적인 연비를 확인한 결과 약 10~11km/L의 연비를 보여 공인 복합연비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연료 탱크 사이즈에 대한 불만이 생겼다. 50리터에 불과한 연료탱크로 인해 연료 게이지가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Q30과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팀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만족감을 표했다. 독창적인 디자인, 높은 퀄리티의 인테리어, 감각적인 주행성능, 벤츠스러움이 묻어나는 고속 안정감, 수긍 가능한 연비까지. 뿐만 아니라 AMG 패키지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시트와 브레이크 시스템은 차량의 가치를 높이는 요소다.

가격은 어떤가? 3,840만원부터 시작하고 최상급 모델은 4,390만원이다. 1.6리터 엔진으로 156마력을 발휘하고 편의 및 안전장비에서 많이 부족한 벤츠 A200은 3,740만원이다. 2.2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GLA 200d는 4,890~5,190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벤츠의 세 꼭지별이 목적이 아닌 이상 Q30을 구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디젤 엔진이 갖춘 연비 때문이라고? 물론 20~30만km의 주행거리를 목표로 삼는다는 디젤이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Q30과 GLA 차 값에서 발생한 수백만원의 차액이 연료비 보조로 사용된다면? 더 여유로운 성능과 고급스러움. 단지 엠블럼 하나를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기 보다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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