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이 치열해지니 완성도가 높아졌다.

모닝은 기아차를 대표하는 경차다. 과거 비스토는 마티즈의 인기에 밀려 실패했지만 모닝만큼은 스파크와의 경쟁에서도 여유 있게 경차 시장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신형 스파크가 나오자 상황이 역전됐다. 모닝은 이미 나온 지 오래됐고, 스파크와 비교해 주행 완성도와 상품성에서 너무나 큰 차이가 발생했던 것. 때문에 소비자들이 스파크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그래서 기아차는 김치냉장고, 에어컨, TV 등 다양한 사은품을 뿌렸다. 그리고 우리 시장에서는 이것이 먹혀들었다. 시장 수준에 맞춰 쉐보레도 신형 스파크에 갤럭시 기어 S2를 시작으로 김치냉장고까지 내걸었다. 1천만원대 상품의 본질보다 수십만원짜리 사은품이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는 것이다.

어쨌든 사은품으로 연명하던 모닝이 완전히 달라졌다. 최근 현대 기아차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으니 자연스레 기대감도 커진다.

기존 모닝이 둥글둥글하게 꽤나 귀여운 인상을 가졌다면 이번에는 꽤나 인상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경차라고 만만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일까? 팀원들은 화난 불독 또는 일본 만화 캐릭터 루피(원피스 주인공)을 닮은 것 같다고도 했다.

테스트 모델은 최상급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이다. 때문에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도 갖춰진다. 차량 곳곳에 컬러 장식도 추가된다. 범퍼를 살펴보니 양 측면에 별도의 공기흡입구가 마련됐다. 보통 경차에서는 장식 정도로 만들어놓겠지만 모닝의 것은 실제 공기 통로 역할을 했다. 안개등도 멋스럽다.

측면부는 기본적인 경차 형태를 유지한다. 이미 법적인 경차 테두리에서 최대한 크기를 확대시켰기 때문에 현재 이상으로 크기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휠베이스를 15mm 증가시켜 조금이라도 넓은 실내 공간을 갖고자 했다.

후면부는 기존 모닝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조금 더 각진 형태다. 경차지만 듀얼 머플러를 노출시키고 디퓨저 디자인도 갖췄다.

차체는 초고장력 강판을 44.3%까지 확대 사용해 만들었다. 구조용 접착제도 67m 수준으로 늘렸다. 기아차는 동급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고 하지만 제조사별로 초고장력 강판의 기준이 다르며 현대기아차의 기준이 타사 보다 낮은 편이라 위의 수치만으로 뛰어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존 모닝과 비교해 2배가 넘는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자. 적어도 달라졌음에 분명하다.

실내를 살펴보자. 단정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시트와 스티어링 휠에서 느껴지는 촉감도 좋다. 인조가죽이지만 꽤 괜찮은 느낌이다. 여기에 컬러 스티칭까지 들어갔다. 버튼 조작감도 저렴하지 않다.

수평적인 레이아웃을 도입해 작은 차임에도 넓어 보이도록 했다. 새로운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송풍구 디자인도 눈에 띄는 부분. 7인치 디스플레이와 오토 에어컨, 열선 시트와 열선 스티어링 휠 등도 갖추고 있다. 경차로는 호화롭다. 경차에 이런 것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막상 있으니 편하고 좋다. 선바이저에는 조명 거울까지 적용됐다.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구성답다.

7인치 내비게이션은 사용하기 편하면서 직관적이기까지 하다. 다만 내비게이션 맵 데이터는 아직 스마트폰 전용 내비게이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수도권은 문제없지만 지방권으로 가면 새로운 길 정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쉽게는 가까운 길도 돌아가야 한다는 것.

뒷좌석은 경차 수준의 공간이다. 휠베이스가 15mm 늘어났다지만 이를 느끼긴 힘들다. 트렁크 공간도 55리터 늘었다. 트렁크 공간이 넓어졌다기보다 바닥 부분을 밑으로 내려 확장된 공간을 얻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반면 한 번에 폴드 되는 뒷좌석 공간은 이점이 된다. 마감 수준도 무난하다.

참고로 신차 냄새가 독하다. 이를 신차 냄새라고 즐기는 층도 있다지만 환경 호르몬이 당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머리가 아프다. 신차를 구입했다면 환기는 필수다. 이는 경쟁차 대비 아쉬운 부분이었다.

디자인, 구성, 마감 부분에서 정말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제 주행이다. 전 세대 모닝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건다. 3기통 1.0리터 엔진의 회전이 시작된다. 3기통 엔진의 한계인 진동이 느껴진다. 특히 스티어링 휠과 변속기 레버 쪽에서의 진동이 많다. 다행히 시트와 바닥 부분까지는 전달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 정숙성이 뛰어났다. 수치적으로 38dBA를 기록했다. 기존 모닝은 동일 환경에서 40.5dBA을 기록한 바 있다. 수치보다 체감적인 만족도가 더 컸다. 참고로 경쟁차 스파크는 40dBA을 보인 바 있다.

주행을 시작한다. 76마력과 9.7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엔진과 4단 자동변속기가 동력을 전달한다. 경쾌해진 느낌이다. 의외로 잘 나간다. 여기서 잘 나간다는 것은 가속페달을 많이 밟지 않고도 차량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차량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니 스트레스도 적다.

엔진과 변속기의 조합으로 발휘하는 실제 구동 출력을 측정했다. 결과는 61.4마력과 8.9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19%와 8.2%의 손실률이다. 마력 부분이 조금 더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지만 체감적 성능으로 불만은 없다.

기존 모델 대비 2마력 감소한 부분에 대해 불만을 보일 수도 있다. EGR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EGR(Exhaust Gas Recirculation)은 쉽게 말해 배기가스를 엔진 안으로 다시 들여보내는 장치다. 질소산화물을 억제시키기 위해 디젤엔진 대부분에 사용되고 있다.

EGR은 연소온도가 높은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질소산화물 발생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불꽃점화 방식을 사용하는 가솔린 엔진은 디젤엔진보다 연소온도가 낮기 때문에 질소산화물 발생 억제에 유리하다. 하지만 경차는 상황이 다르다. 출력도 낮고 기어비도 짧아 고회전 영역을 자주 사용해야 한다. 그만큼 연소 온도도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경차에 질소산화물 발생 빈도가 높아지게 되고, 이 때문에 EGR이 필요하게 된다. 하지만 EGR을 사용하면 어쩔 수없이 출력이 하락하게 된다. 모닝은 이 부분을 최소화시켜 성능과 효율을 높였다는 부분을 높게 살만하다.

고속도로에 올랐다. 가장 먼저 확인한 것은 시속 100km의 속도로 달릴 때 엔진 회전수다. 경차로 고속도로를 주행하는데 3~4천rpm을 유지하면서 가는 것은 꽤나 스트레스다. 모닝이 이 구간에서 보여준 엔진회전수는 약 2,750rpm. 속도 오차를 확인한 결과 5km/h 정도가 나타났다. 정밀 GPS 계측기가 100km/h의 속도를 가리킬 때의 RPM이다.

주행 중 우연하게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을 경험했다. 주행 중 선행차가 급작스럽게 속도를 줄이니 이를 인식하고 급제동 기능을 작동시킨 것이다. 이 기능은 일반적인 전방 추돌 경보 시스템과 달리 사고 위험을 인식해도 운전자에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다 정말로 사고가 날 것 같으면 경고음과 함께 급제동을 해주는 방식이다. 운전자가 놀라긴 하지만 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실용구간에서의 엔진 회전도 무난하다. 물론 4,000rpm 이상부터 엔진음 크게 커지고 회전 질감도 거칠어지지만 그 이하의 환경에서는 충분히 부드러운 감각을 잘 전달했다.

고속주행 안정감도 좋다. 직선도로를 달리며 스티어링 휠을 보정해 줘야 하긴 하지만 달릴 때 느껴지는 불안감이 없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적어도 기존 모델 대비 나아졌다. 탄탄한 성격의 서스펜션은 높은 속도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줬다. 옆 차선에서 트럭이나 버스가 지나갈 때 휘청거리던 현상도 일정 수준 억제시켰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약 140km/h까지 꾸준히 속도를 올린다. 사실 그 이상의 속도가 경차에겐 큰 의미가 없다. 또 높은 속도를 유지하면 연비가 급격하게 하락하기 때문에 100km/h 전후의 속도로 항속 운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물론 최신 경차들은 크루즈 컨트롤도 갖추고 있어 편하다. 참고로 크루즈 컨트롤은 속도 조작 범위가 2~3km/h씩 변경되는데 세밀한 조정이 안돼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경차의 효율성은 대부분 80km/h 내오에서 나온다. 시속 80km/h로 정속 주행하는 환경에서 모닝이 보여준 연비는 22.5km/L, 시속 100~110km/h의 속도 영역에서는 21.9km/L를 기록했다. 가감속이 반복되는 구간이라도 정속 주행을 조금만 해주면 연비가 금방 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닝의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시간을 측정한 결과 15.49초를 기록했다. 16인치 휠과 195mm 너비의 타이어를 장착하고도 15초대 중반을 기록한 것. 기존 모닝이 16.37초의 도달 성능을 보였으니 분명 실제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휠의 크기가 작아지면 이보다 빠른 기록 도달도 가능해 보인다.

와인딩 로드에 접어들어 모닝의 기본기를 살펴본다. 핸들링 부분은 무난하다. 기존 모델처럼 황당함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숙제는 남았다. 반면 적당히 묵직한 답력, 노면 피드백도 일정 수준으로 잘 전달한다. 하지만 스파크와 비교해 미흡함이 보일 때가 있다. 이따금 갑자기 무거워진다거나 조작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당겨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는 것.

코너링 퍼포먼스도 좋다. 한층 단단하게 조율된 서스펜션과 195mm에 달하는 타이어가 만나니 코너를 한층 안정적으로 돌아나간다. 코너에서 버티는 감각도 충분하다. 여기에서 한번 더 한계를 높여 주행하면 후륜쪽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전에 주행 안전장치가 개입할 것이다. 참고로 주행 안전장치는 OFF된 이후 추가 개입하지 않는 성격이다.

탄탄한 서스펜션으로 주행성능과 감각을 올렸지만 일상에서 활용하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감각을 전한다. 무엇보다 승차감이 아쉽다. 경차에는 과한 수준의 스포티함을 추구한 느낌이 크다. 특히 거친 노면을 만났을 때 조금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특히 앞쪽보다 뒷부분에서 진동을 유지해 내는 모습이다. 이 부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필요하다.

경차 최초로 토크 벡터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차량이 코너에 진입하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ABS가 코너 안쪽을 향하는 바퀴에 미세한 제동력을 제공해 언더스티어를 감소시켜주도록 한다. 하지만 이를 몸으로 체험하기는 힘들다. 토크 벡터링 시스템 ON/OFF 기능이 있다면 비교를 해볼 수 있겠지만. 빠르게 밀어붙였을 때 발생하는 언더스티어도 동일했다. 그것이 감소된 언더스티어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의미가 있다.

제동성능은 충분하다. 아니, 경차로는 상당하다. 모닝은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 데까지 38.21m를 기록했다. 테스트가 반복돼도 39m대를 유지했다. 경쟁차 스파크의 제동 시스템을 오징어로 만드는 순간이다.

페달 조작에 따른 초기 반응이 민감하다. 전통적인 현대기아차 스타일인데 경차인 만큼 나쁘지 않다. 그동안은 시스템은 초반에만 민감하게 반응한 뒤 후반에 힘이 빠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 모닝은 후반에도 제동력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다. 또한 제동 안정감도 좋았다.

신형 모닝은 옵션으로 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추가할 수 있다. 상위 트림인 럭셔리는 옵션으로, 프레스티지 트림에만 기본으로 적용된다. 하위 트림은 선택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래도 준비를 했다는 점을 높이사고 싶다.

아쉬운 점이라면 변속기다. 기존 4단 자동변속기 대비 절도감 있는 변속 감각을 보였고 상황에 따라 똑똑하게 업 혹은 다운시프트를 했다는 점은 좋다. 하지만 제한된 기어 단수에 의한 약점까지 극복하지는 못했다. 특히 2단에서 3단으로 넘어간 뒤 답답했다.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불편함도 따랐다. 다단화가 필요하다.

3세대 모닝은 오랜만에 등장한 신차답게 많은 부분의 발전을 보여줬다. 한층 고급스러워진 실내, 무난한 정숙성, 단단한 서스펜션에 의한 스포티한 느낌도 줬다. 부분적인 아쉬움은 있었지만 만족도는 충분했다.

과거 우리 팀은 기존 모닝과 스파크의 비교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의 결론으로 보자면 모닝은 오징어 그 자체였다. 그저 잘 팔리고 있으니 발전이 없었던 것일까?

하지만 이번만큼은 기아차가 잘 준비한 모습이다. 모델 체인지임에도 스파크 보다 낮게 가격을 책정한 것도 마음에 든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함일 것이다. 그래서 경쟁이 좋은 것이다.

이제 모닝과 스파크가 가격으로 치열한 경쟁을 했으면 한다. 지금은 경차는 경차라 부르기 힘든 가격들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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