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사운드? 자동차가 소음을 키웠다 줄이는 이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7.03.2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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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벤츠가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내놨을 때 세상이 떠들썩했다. 사람들은 마차같이 생긴 물체가 스스로 움직이는 것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물체는 뭔가 요란한 소리도 냈다. 정말 시끄러운 소리였다. 세계 최초의 자동차에 탑재된 엔진은 954cc의 배기량을 갖는다. 요즘 경차 엔진과 비슷한 크기의 엔진이지만 변변치 않은 소음 장치조차 없었으니 차라리 말이 끄는 마차가 더 조용하고 안락했을 것이다.

흔히 머플러(Muffler)라고 부르는 소음기는 최초의 자동차가 등장한 후 12년이 지난 후에 공식적으로 사용되었다. 엔진을 위한 배기 소음장치(Exhaust muffler for engines)로 개발된 이 장치가 보급된 이후 자동차들은 점차 조용해졌다.

(1926년형 롤스로이스 팬텀. 마치 유령이 움직이는 것처럼 조용했다고 한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 가장 널리 쓰인 것은 차량에 각종 흡음재를 최대한 많이 넣는 것이었다. 소음이 밖이나 안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엔진룸을 꼼꼼하게 밀봉하는 것도 중요했다. 롤스로이스는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그래서 마치 유령의 자동차를 타는 것 같다하여 롤스로이스 모델명에 다양한 유령 이름이 쓰이기도 했다. 고스트(Ghost), 레이스(Wraith), 팬텀(Phantom) 등이 대표적이다. 렉서스 브랜드도 정숙성에서 최고 수준을 달려왔다. 덕분에 조용한 고급차라는 소비자 인식을 끌어냈으며 타사들 역시 정숙성을 논할 때 렉서스 OO 모델과 비교했을 때 이만큼 조용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한다.

(제네시스 EQ900의 하부. 머플러를 위한 통로를 제외하고 꼼꼼하게 마감한 모습이다.)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단순히 흡음재를 많이 넣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소음을 감소시키기 위한 노력들이 곁들여지고 있다. 엔진룸을 꼼꼼히 마감하는 수준을 넘어 차량 하부에도 커버를 더해 소음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이와 같은 차량 하부 커버는 공기저항을 감소시키는 역할도 겸한다. 전면과 측면에 이중 접합유리 사용을 확대하는 것도 추세다. 문짝 이음새를 고무 소재로 꼼꼼하게 마감시키기도 한다. 주행 중 발생하는 바람 소음까지 줄이기 위해 외관 디자인을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하고, 심지어 바람 소리 감소를 위한 휠 디자인을 하기도 한다.

소음을 첨단 장치로 막는 기술도 널리 쓰인다. 그리고 이 기술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ctive Noise Cancellation),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Active Noise Control), 액티브 노이즈 리덕션(Active Noise Reduction)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이 기술의 핵심은 소음을 발생시키는 주요 주파수를 찾아내고, 이와 반대되는 파장을 내보내 소음을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닛산 맥시마, 인피니티 Q50, Q70 QX60 등에 탑재됐으며, 캐딜락은 이 기술을 전 차종에 적용시키고 있다. 국산 브랜드 자동차에서는 르노삼성 QM6, 쉐보레 말리부, 임팔라 2.5 등에 쓰인다. 특히 르노삼성 QM6는 국산 SUV 중 최초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적용한 모델이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S Q4의 머플러. 가변 배기 시스템을 사용해 우렁찬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소음을 부각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 주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기술은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하는 차량에서 주로 쓰인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은 가변 배기 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다. 가변 배기 시스템은 머플러 내부에 배기 통로를 열고 닫는 장치를 추가해 만들어진다. 배기 통로가 닫혀있을 때는 그만큼 소음 발생이 억제돼 조용한 주행이 가능하다. 반대로 배기 통로가 열리면 한층 우렁찬 배기음이 밖으로 뿜어진다.

가변 배기 시스템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마세라티다.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제한된 배기음만 발생시키지만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가변 배기 시스템이 작동하면서 박력 넘치는 배기음을 만들어낸다. 메르세데스-AMG 모델들도 이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또한 일부 모델들은 소비자가 가변 배기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작 버튼을 마련하기도 한다.

(렉서스 RC F의 엔진룸. 가변 인테이크 시스템을 활용해 자극적인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렉서스는 배기 장치가 아닌 흡기 장치를 통해 스포티한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사운드 제너레이터(Sound Generator)라는 이름의 이 기술은 가변적으로 열리고 닫히는 흡기 장치를 통해 엔진 본연의 소리를 보다 자극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현재 중형급 세단 GS, 스포츠 쿠페 RC 등에 적용되고 있다.

(푸조 308 GT는 스포츠 버튼을 누르면 스피커를 통해 인위적으로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어준다.)

스피커를 통해 인공적인 사운드를 탑승자에게 들려주기도 한다. 이 기술은 별도의 장치를 장착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만으로 새로운 타입의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어 애프터마켓 튜닝 용품으로도 쓰인다. 푸조 308 GT의 경우 디젤 엔진이 탑재됐음에도 스피커를 통해 독창적인 사운드를 운전자에게 전달하도록 만들었다. 닛산 맥시마와 2016년형 370Z에도 이 기술이 들어간다.

안전을 위해 인위적으로 소음을 만들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이브리드나 전기차같이 엔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 차량의 경우 보행자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 저속 주행시에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인위적인 소음을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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