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다 발전… 한계는 아쉽다.

쌍용 ‘코란도’는 34년의 역사를 가진 모델이다. 현대차를 대표하는 쏘나타도 31년의 역사를 지녔으니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브랜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1세대 코란도는 신진지프에서 출발한다. 당시 AMC(American Motors Corporation)와의 제휴를 통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2세대 모델부터 ‘코란도’라는 모델명을 사용했다. 2세대 모델은 시장을 확대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3세대 코란도는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을 독창적인 디자인이 무기였다. 대학생들이 가장 갖고 싶은 차에 꼽혔으며 코란도를 갖고 싶어 쌍용차에 입사했다는 사원의 일화까지 있다. 그리고 2011년 4세대 코란도 C가 등장한다. 다시금 2013년, 페이스리프트가 이뤄진 코란도 C(4.5세대)가 출시됐다.

세대별 히스토리를 언급한 이유는 쌍용차가 이번 코란도 C를 5세대라고 강조하기 때문이다. 사실 2번째 페이스리프트다. 하지만 쌍용차는 한번 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만큼 5세대가 됐다고 말한다. 페이스리프트 할 때 0.5세대가 추가되니 한번 더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한 만큼 1세대가 추가된다는 논리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쌍용차의 주장대로 많은 부분이 변했을까? 우선 새로운 코란도 C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외관부터 살펴봤다. 전면만 바라본다면 풀체인지 된 신차라 해도 믿을 것 같다. 각진 형태로 바뀐 헤드램프 속에는 LED 주간 주행등도 넣었다. 그릴은 티볼리부터 시작된 새로운 디자인 특징을 따른다. 숄더 윙이라는 이름의 굴곡이 더해진 그릴 형태는 쌍용차가 중점적으로 부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범퍼도 멋을 냈다. 공기흡입구를 넓게 키우고 양 측면에 방향지시등과 안개등이 통합된 램프를 ‘ㄴ’ 자로 디자인했다. 범퍼에는 플라스틱 패널 색상이 넓게 노출된다. 이런 디자인의 변화가 코란도 C를 한층 터프한 모습으로 바꿔놨다.

하지만 신선함은 여기까지다. 측면부와 후면부 모습이 기존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새롭게 디자인한 18인치 휠과 두툼하게 처리한 후면 범퍼, 듀얼 머플러로 멋을 낸 것이 변화의 전부다.

실내의 변화를 살펴보자. 우선 스티어링 휠 디자인이 달라졌다. 기존 모델에는 뭉툭한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을 사용됐는데 버튼들의 조작성이 떨어졌다. 수동모드로 변속할 수 있는 버튼이 있었지만 이로 인해 크루즈 컨트롤 사용을 위한 별도의 레버를 별도로 달았다. 자연스레 각종 기능 제어를 위해 손의 움직임도 많았다. 쉽게는 불편했다는 얘기다.

새로운 스티어링 휠은 보기에도 좋고 조작성도 나아졌다. 변속 버튼이 없어졌지만 차량 성격상 없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오히려 크루즈 컨트롤이나 오디오 조작성을 개선한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센터페시아까지 손을 옮겨야 하는 트립 컴퓨터 버튼 사용이 불편하지만 쌍용차만의 배치 방법이니 넘어가자.

계기판도 세련된 모습이다. 계기판 배경 색상도 밤낮에 맞춰 변한다. 물론 운전자가 원하는 색으로 바꿀 수도 있다.

센터페시아에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쓰인다. 아직 많은 브랜드가 7인치 모니터를 사용하지만 코란도 C에서 유독 작아 보인다. 주위 패널이 널찍하고 모니터가 안쪽으로 들어간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7인치가 상급 모델에 추가되는 구성이다. 물론 트렌드에 따라 차기 모델에는 대형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예상한다. 진정한 5세대 모델에서 말이다.

도어 패널은 마치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진 것 같은 착시 효과를 만든다. BMW도 이와 같은 시도를 많이 했는데 의외로 쌍용 것의 느낌이 괜찮다. 시트는 평평한 모습이다. 몸을 잘 잡아주는 타입은 아니지만 열선과 통풍 기능을 갖춰 만족감을 높이고자 했다.

뒷좌석 활용성은 쌍용차가 강조하는 부분이다. 실제 만족감도 높다. 특히 뒷좌석 등받이 각도를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무기다. 다른 SUV 들에 비해 등받이가 꽤 큰 각도로 눕혀진다. 반면 폴딩 시키면 트렁크 바닥면과 평평하게 접힌다. 분명한 차별화 포인트다. 센터 터널도 없다. 덕분에 다리 공간이 한층 여유롭다. 물론 이 때문에 차량의 지상고가 소폭 높아지긴 했다. 그밖에 약점이라면 경쟁 모델과 달리 타고 내릴 때 조금 불편함이 있다.

하만 그룹의 인피니티(Infinity) 오디오 시스템을 옵션으로 추가할 수도 있다. 가격은 135만원. 기존 옵션가인 175만원에서 조율된 가격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BOSE, JBL 등은 저음을 강조하는 모습인데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은 고음 쪽을 부각하는데 이점이 있다. 때문에 신나는 음악보다 잔잔한 음악이나 클래식에 어울릴 듯하다. 단, 135만원의 추가 옵션으로 장착할 만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차량의 하체를 살핀다. 이후 아쉬움이 커진다. 뭔가 대충 마무리한 느낌이 크다. 실리콘 처리 과정 중 일부가 끊겨있는가 하면 제대로 부착되지 않아 덜렁거리는 부분도 있다. 부식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금속과 금속이 연결되는 부분은 더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대로 노출돼 아쉬움을 키운다.

새로운 코란도와 함께 주행에 나선다. 유로 6 기준의 2.2리터 디젤엔진과 아이신 자동 6단 변속기 조합이 코란도 C를 이끌고 있다.

시동을 건다. 멈춰있던 디젤 엔진이 흔들리며 회전을 시작한다.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 차량에서 유사한 감각을 느낀 적은 없었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소음은 약 40 dBA로 나타났다. 2.0리터 디젤엔진을 사용했던 기존 모델이 44 dBA을 보였으니 이보다는 억제된 수치다. 참고로 진동 부분도 개선하면 좋겠다.

일상 주행에서의 감각부터 점검해 보자. 사실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출력이 149마력에서 178마력으로 늘었지만 일반적인 주행은 유사한 느낌이다.

반면 가속페달을 밟아 엔진 회전수를 높이면 높아진 출력을 느낄 수 있다. 기존 모델은 2,000rpm 이후부터 힘이 빠지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형 모델은 고속에서도 밀어주는 느낌이 좋다. 하지만 고회전 영역에서의 엔진 회전 질감은 매끄럽지 못하다. 사운드도 조금은 거북하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9.76초. 우리 팀이 과거 테스트한 현대 싼타페 2.2 디젤(9.5초)과 기아 카니발 R(9.7초)과 유사한 가속력이었다. 11.8초를 기록했던 기존 모델과 비교해 보면 성능 개선 폭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변속기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코란도 C는 BTR 변속기를 사용하다 지난 2015년형부터 아이신제 변속기를 사용하는 중이다. 과거 불규칙적인 쇼크와 느린 반응이 발목을 잡았다면 아이신 6단 변속기는 보다 완성도가 높아진 움직임을 보여준다. 물론 변속 시간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차량 성격을 생각했을 때 충분한 성능이다.

서스펜션은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출력이 향상된 엔진의 파워를 받아내기엔 다소 큰 움직임을 보인다. 출렁거리는 움직임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SUV라는 성격을 감안했을 때 문제 될 정도까지는 아니다. 다만 부드러움을 추구한 성격으로 고속 안정성에 제한이 따른다.

하지만 서스펜션 보다 아쉬운 것은 스티어링 시스템이다. 쌍용차의 EPS 시스템. 티볼리에서도 느꼈지만 쌍용차를 타고 있노라면 현대차의 MDPS가 정말 뛰어나다고 느껴진다. 도무지 자동차 회사가 개발한 스티어링 시스템이라 부르기 민망한 정도다. 과거 코란도 C는 최상위 트림을 제외하고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기본이었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옵션 항목에 불과했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선택권을 소비자들에게 줬다는 부분을 우리 팀은 높이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는 기본 사양이 됐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없어지고 차량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스티어링 시스템의 완성도를 제외하고 주행 때 느껴지는 차의 완성도를 바라보자.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이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양이 많다. 록-투-록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돌려야 한다. 코너링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오프로드 활용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코란도 C와 도심을 달린다. 이런 점을 고려해 스티어링 시스템 기어비를 보다 타이트하게 조여 도심형 SUV의 성격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코너링 성능은 무난하다. 하체가 부드러워 조금 허둥거리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코너링에서 웬만큼은 버텨주는 능력을 보여준다. 한계가 낮긴 하지만 불안한 거동은 없다. 분명 기존 보다 향상된 코너링 성능이다. 타이어의 규격도 같다. 다만 225mm 급의 넥센타이어 CP 시리즈가 한국타이어 H426 패턴으로 대체됐다. 덕분인지 넥센타이어를 장착했을 때 보다 한층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더불어 젖은 노면과 빙판길에서도 적정 수준의 그립력을 제공했다. H426은 오래된 패턴이지만 여전히 4계절 타이어로는 무난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타이어의 변화는 제동 성능에도 영향을 줬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도 37.3m에 불과했다. 기존 모델이 40.3m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또, 기존 모델 대비 타이어의 미끄러짐에서도 큰 차이가 났다.

제동 시스템은 초반에 민감한 반응을 갖는다. 후반 영역서 제동력이 부족하다 느껴지기도 하지만 테스트 결과가 보여주듯 성능은 충분했다.

180만원 추가로 장착 가능한 4륜 구동 시스템은 온로드 주행용이라기보다 미끄러운 노면 정도에서 안정성을 높이는 성격으로 보는 것이 좋다. 온로드에서의 구동력 배분도 매우 적극적인 편은 아니다. 반면 미끄러운 노면에서 후륜에 빠른 동력을 보낸다는 점은 좋았다. 이는 험로 탈출을 용이하게 해준다. 과거 우리 팀이 테스트한 혼다 CR-V는 후륜에 동력을 전달된다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4륜 구동 시스템을 채용한 바 있다.

코란도 C의 4륜 시스템은 비스커스 커플링 타입으로 2세대에 해당하며, 여기에 ESP 연동 기능을 추가해 2.5세대의 메커니즘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연비 테스트 결과는 100~110km/h 주행구간에서 약 16.6km/L, 80km/h 주행 구간에서 약 19.4km/L를 나타냈다. 평속 15km/h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는 8.7km/L를 보였다. 수치 자체만 놓고 보면 연비 좋은 디젤 SUV다. 하지만 정속 주행이 아닌 일상 주행 환경이라면 연비가 10km/L 내외까지 떨어진다. 공인 복합연비인 11.8km/L에 근접하는 수치다. 연비만큼은 경쟁 모델 대비 아쉬움이 큰 부분이다.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발전한 코란도 C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분명 칭찬할 부분이다. 하지만 이는 비교 대상을 쌍용차 내 상품군으로 한정했을 경우다.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 투싼, 기아 스포티지와 비교한다면 경쟁력은 제한적이다. 가격만큼도 투싼이나 스포티지에 꿀리지 않을 만큼 높게 책정돼 있다. 우리 팀이 테스트한 모델은 최상급 트림에 4륜 시스템과 인피니티 사운드 시스템을 더해 3,192만원이라는 가격을 갖고 있었다.

지금까지 쌍용차가 내놓은 상품군을 바라볼 때면 왠지 마음 한구석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부족함이라는 말은 왜 그리도 많이 나오는지. 하지만 지금의 쌍용은 티볼리를 중심으로 시장서 중심을 잡아가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은 티볼리 소비자들이 자동차의 본질에 눈뜨게 될 경우 다시 쌍용차를 구입하기는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첫차 구매자만 대상으로 차를 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기에 기술 개발을 위한 노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지금의 투자가 미래의 쌍용을 더 가치 있는 회사로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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