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까? 있다!

언제부터인가 그랜저는 만만한 준대형 세단이 됐다. 가족용 세단으로 쏘나타를 생각하기보다 그랜저로 올라서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랜저가 갖는 포지션도 예전 같지는 않다. 아무도 인정하고 있진 않지만 아슬란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으며, 다시금 위로 제네시스 브랜드가 영역을 넓혀나가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어느 정도 만만해진 그랜저는 이제 쏘나타보다 더 잘 팔리는 차가 됐다.

6세대 그랜저는 이런 돌풍의 정점에 서있다. 사전계약 첫날에 1만 5,973대, 3주 만에 2만 7천 대 이상이 계약됐다. 물론 이중 허수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전계약 신기록을 그랜저가 작성했다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그랜저를 기다리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테스트를 앞두고 우리 팀은 티타임을 가지며 그랜저에 대한 얘기를 했다. 대부분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8단 변속기를 제외하면 파워트레인의 변화도 제한적이다. 큰 기대를 했던 기아 K7에 실망했다는 것 역시 주요 원인이었다. 스티어링 시스템이야 개선은 했겠지만 원인 해결은 못 했을 것이고… 실내 공간이나 각종 옵션은 해왔던 대로 잘 했겠지? 그 정도였다.

그랜저를 접했다. 뭔가 작아 보인다. 마치 중형차를 보는 듯했다. 제원을 확인해보니 조금씩이라도 커지긴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하면 쏘나타 보다 작게 보인다. 보행자 충돌 안전에 대비해 헤드램프와 그릴의 위치를 낮게 조절하고 유선형의 디자인으로 마무리 했기 때문이다. 작아 보이는 준대형차 그랜저라.

후면부 디자인에 대해서도 많은 말들이 오간다. 하지만 표절 논란을 떠나 현대차는 그랜저의 후면부 디자인에 나름대로 역사를 갖는 특징을 고수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일부 구성에 있다. 먼저 헤드램프가 듀얼 프로젝션 타입이다. 할로겐 램프를 사용한다는 얘기다. 상급 트림으로 넘어가면 HID 램프 정도는 있을 법도 하지만 구성에 없다. 옵션으로 LED 램프를 추가해야만 한다. 헤드라이트를 바꾸고 싶다면 각종 크롬 장식과 18인치 혹은 19인치 크기의 휠과 미쉐린 타이어가 한데 묶여있는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끼워팔기는 여전하다.

현대 기아차의 장점 중 하나인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는 2.4와 3.0 모델 모두 최상급 트림을 선택해야만 적용된다. 만약 스마트 전동식 트렁크를 추가하고 싶다면 120만 원짜리 어라운드 뷰 모니터+스마트 트렁크 패키지를 선택해야 한다. 경쟁사가 더 심해 상대적으로 덜 부각될 뿐 현대 기아차의 옵션 장난 역시 여전하다.

기존 그랜저 HG의 인테리어는 준대형 세단으로 너무 스포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신형 그랜저는 다시 차분해졌다.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준대형 세단의 느낌이 이제야 든다.

각종 소재와 마감, 버튼류 조작감도 개선됐다. 사실 기존 그랜저의 조작감은 형편없었다. 하지만 버튼을 누를 때, 방향 지시등을 조작할 때, 각종 다이얼을 돌릴 때 꽤나 고급스러운 감각을 전해 준다. 짜임새도 좋고 소재 역시 저렴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띄지 않는 개선의 흔적들이다.

물론 센터페시아 상단 디자인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비판을 받는다. 시계 위치를 비롯해 어정쩡한 여백 등 뭔가 시각적으로 불편해 보이는 구성을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제외한다면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조작 역시 편하다.

공간에 대한 부분도 잘 해내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현대차가 잘 하는 영역이다. 휠베이스도 HG 때와 같지만 헤드룸이 늘어나 넓어진 느낌을 준다. 다만 조수석 시트 높이를 최대한 낮춰도 운전석보다 높다. 조절 범위가 보다 넓어졌으면 싶다.

뒷좌석도 넉넉하다. 센터 터널도 낮아 만족감이 더 커진다. 시트백도 적당히 누워있어 편안한 자세로 쉴 수 있다. 센터 암레스트를 내려 오디오를 설정할 수 있는 버튼들을 만날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도 넉넉하다. 안쪽으로 깊으면서 넓고 트렁크 천장 부위의 마감도 잘해놨다. 확실히 현대차는 이런 부분에 강하다.

내외관의 장단점이 뚜렷했던 그랜저. 그렇다면 그랜저의 달리기 실력은 어떨까?

테스트카는 3.0 사양이다. 최고출력은 266마력, 최대토크 31.4Kg.m를 갖고 있다. 여기서 잠시 기존 3.0 엔진과 비교해 보자. 과거 그랜저 HG의 엔진은 270마력, 최대토크 31.6Kg.m를 갖고 있었다. 현재 엔진의 성능이 과거 대비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3리터 급 엔진에 있어 4마력, 토크 0.2Kg.m 정도는 오차 범위에 불과하다. 물론 수치적인데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 일부가 실망감을 표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다.

적어도 그랜저 IG 3.0을 테스트하며 답답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물론 체감상 답답함이 느껴지는 3천 rpm 대 영역의 아쉬움이 있다지만 이 영역을 스치는 시간은 잠깐에 불과하다.

우선 계측기를 통한 출력을 비교해 보자. 파란색이 그랜저 IG, 빨간색이 HG 3.0 이다. 수치적인 부분서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전체적인 토크 밴드가 조금 더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효율성이 조금 나아졌다는 것이다.

그래프를 통해서도 확인되지만 3천 rpm 영역대에 일시적인 토크 함몰 구간이 있다. 이와 같은 함몰 구간은 이미 오래전 출시된 현대차 일부 모델서도 발견된 바 있다. 때문에 과거 일부 차종서 이를 보완하기 위한 애프터마켓 ECU 맵핑 작업이 성행한 바 있다. 쉽게는 애프터마켓서 가능한 것을 현대차 연구소가 잡아내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다지만 현대차의 기술 정도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해결할 것이다. 회장님의 한마디만 있다면.

사실 구동 손실률이 낮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자연흡기 방식의 엔진과 자동변속기의 결합을 생각했을 때 어느 정도 수긍 가능한 수준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달리기를 진행하며 답답함을 느끼기 힘들다는 점이다. 애초 여유로운 출력이 있기에 구동 손실이 커져도 불편이 없다는 얘기다.

또한 변속기의 성능도 무난하다. 적어도 일상을 즐기면서 쇼크 등을 감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좋다. 기아 K7 때도 8단 자동변속기에 대해 느꼈는데 그랜저 쪽의 튜닝이 조금 더 잘 된 느낌이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저속에서 가속을 이어가다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이따금씩 엉뚱한 기어로 진입한다. 가령 2~3단으로 설정되어야 할 기어가 6~7단에 설정된 후 킥다운이 된다던지 하는 문제다. 이때 발생하는 쇼크도 상당히 크다. 물론 정상적인 기어에 들어가 가속을 이어나갈 때도 있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세밀한 튜닝이 필요하다. 또한 수동모드에서의 반응성이 개선되면 좋겠다. K7 때도 이점이 아쉬웠는데 너무 내구 중심으로 셋업한 느낌이 짙다. 심지어 DCT를 튜닝할 때도 느린 반응성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는데 성능과 효율, 내구 등의 3박자를 갖출 수 있도록 연구, 개발해주면 좋겠다. 보수적인 개발 자세는 혁신을 만들지 못한다. 이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기존 현대차의 모습이 아닌 혁신이다.

어쨌건 3리터 엔진을 기초로 한 그랜저의 파워트레인은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다. 과거 그랜저 HG 때는 여유로운 파워에 놀랐던 바 있지만 5년이나 지난 시점에 테스트하다 보니 당시의 감흥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것도 충분하다.

준대형 세단,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의 가속이며 가속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무난한 달리기를 이어나가는 만큼 고급 세단의 면모를 갖췄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최대 가속 상태서도 기존 보다 나아진 성능을 보여주는데 과거 HG 3.0 모델이 0-100km/h 가속시간을 7.8초에 끊었던 반면 이번 그랜저 IG는 7.5초 만에 가속되는 능력을 보였다. 또한 최대한 늘어지는 경우라도 0.2초 이상의 성능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일상이건 최대 발진 가속이건 성능은 충분하다.

하지만 차를 타는 내내 찝찝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스티어링을 조작할 때. 사실 조작을 하지 않고 직선도로를 달리면서도 일정 시간마다 보정이 필요하다. 이제 MDPS라는 약자의 내용은 몰라도 이것이 현대차의 스티어링 시스템을 지칭한다는 것을 많은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 또한 그랜저는 준대형 세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급에 c(칼럼) 타입의 시스템을 사용하는 브랜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 직선 도로는 그렇다 치자.

현대차는 스티어링 시스템의 이질감 극복(?) 등을 이유로 스포츠 모드 등에서 답력이 무거워지도록 설정해 뒀다. 하지만 이렇게 설정하고 저속 코너를 빠르게 진입해 보면 스티어링 휠(핸들)을 감고 있는 중간에 반발하는 현상을 만날 수 있게 된다. 갑작스레 누군가 역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아채는 느낌이다. 다른 경우도 있다. 스티어링 휠(핸들)이 감긴 상태서 코너를 돌다 보면 일시적으로 휠(타이어)의 피드백이 사라지는 현상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이 내용은 이번 그랜저를 통해 처음 경험한 내용이다. 반대로 유턴을 위해 스티어링 휠을 끝에서 끝까지 돌리면 갑작스럽게 무거워지기도 한다.

저가형 시스템을 고수해 원가 절감을 하는 것은 좋지만 적어도 소비자들이 이로 인해 불편함, 불안감을 느끼기 않도록 해주면 좋겠다. 회장님의 한마디가 절실하다.

코너링? 좋다. 적어도 기대 이상이었다.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첫째는 타이어 성능이며 두 번째는 서스펜션 셋업 이 이유다. 그랜저 IG는 상급 트림이나 옵션으로 미쉐린 타이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국산 타이어들이 BMW, 포르쉐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손잡고 있다고 광고(?) 하지만 사실 엔트리급 모델에서만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대차는 최근 다양한 상품들에 수입산 타이어를 채용해 나가고 있다. 자사의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차량의 성능을 키우기 위해 이제 해외 타이어사들과 손잡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국산 타이어 제조사들의 연구, 개발을 촉구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랜저 IG에 쓰인 미쉐린 타이어는 프라이머시 MXM4라는 모델로 4계절 군으로 분류된다. 또한 마른 노면뿐 아니라 다양한 노면 조건서 좋은 성능을 낸다는 것이 장점이다. 즉, 어느 한쪽에서 월등한 성능을 내기 보다 넓은 영역서 평균 이상의 성능을 갖기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유리한 타이어로 볼 수 있다. 온도 변화에 따른 성능 편차도 크지 않다. 약점이라면 같은 사이즈의 국산 타이어 대비 가격이 높다는 것.

245mm 급 타이어가 만드는 그립은 충분했다. 그랜저의 컨셉상 그리 무리한 코너링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지만 충분히 좋은 성능을 냈다. 또한 서스펜션의 움직임이 좋았다. 기아 K7, 르노삼성 SM7 등은 아무 때나 출렁댄다. SM7이야 나온 지 오래된 차니 그렇다 해도 기아 K7의 서스펜션은 도무지 현세대 차라는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 했다.

반면 그랜저는 저속서 넘어오는 쇼크도 잘 처리해 냈다. 거친 노면서 발생된 둔탁한 쇼크를 승객에게 전달할법했지만 세련된 움직임으로 운전자의 긴장을 어색하게 만들었다. 속도가 높아져도 적정한 움직임을 보였고 코너링 때도 적정 수준의 보디 롤을 허용한 이후 안정적인 자세를 잡게 도왔다.

현대차. 항상 두 가지가 걸렸다. MDPS, 그리고 서스펜션. 하지만 아반떼 스포츠, 이번 그랜저를 보니 앞으로를 기대해 볼만하다.

결론적으로 타이어와 서스펜션이 좋은 수준의 코너링을 만들었고 보편적인 소비자들은 그랜저의 성능에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는 그랜저 IG의 제동 능력을 알아봤다. 우리 팀이 사용하는 장비는 제동 테스트를 기준으로 최대 ±3Cm 내외의 오차 범위를 갖는다. 이 장비를 활용한 그랜저의 제동거리를 38.2m 가량이었다. 물론 이는 가장 짧은 거리를 기록한 경우다. 평균적으로는 40m 내외를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의 수준이라면 세단으로는 무난한 편에 속한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가속, 제동, 코너링 등 기본 운동성능서 무난함을 보였다. 물론 고속 주행 능력도 향상됐는데 과거 현대차처럼 뜨는 듯한 느낌이 감소했다. 물론 초고속 영역의 불안감은 존재하는데 이 영역을 달리기 위해 그랜저를 구입하는 바보는 없을 것이다.

정숙성도 무난했다. 하지만 이 부분서 조금은 실망감을 표해야 했다. 그랜저는 약 38dBA 내외의 아이들링 정숙성을 보였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아반떼, 쏘나타의 것과 비교하자니 조금은 수치가 높아 보인다. 실제 엔진의 소음이 하위 모델보다 조금 더 유입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현대차는 N.V.H에 강하다. 분명 이마저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주행 때는? 물론 수준급의 정숙성을 보였다. 타이어 사이즈를 감안해도 좋은 수준임에 분명했다.

칭찬할 부분이 또 없을까? 하나 더 있다. 바로 진동이다. 처음 차에 올라 시동 버튼을 누르고 놀랐다. 시동이 꺼졌기 때문이다. 과장 같다고? 사실 일부 시승기들을 보면 시동이 켜져 있는 줄 몰랐다는 등의 말이 남발된다. 같은 차를 타본 우리 팀으로는 저 차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하며 의구심을 품지만 몸이 둔한 것인지 현실보다 월등히 좋게 평해 주는 기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 팀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뛰어났다. 도대체 엔진 마운트에 무슨 짓을 한 거지?

그렇다면 주행 연비는??? 기대만큼 나왔다. 시속 100~110km 구간서 약 13.5km/L를, 시속 80km의 속도로 정속 주행하는 상황서 16.4km/L를 보였다.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7.5km/L를 기록했다. 3.0리터의 엔진 배기량을 생각하면 준수한 연비인 것이다. 이를 생각하니 2.4리터 엔진을 구입해야 할 이유가 적어진다.

국내 시장은 배기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 때문에 2.4리터 엔진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도 많다. 하지만 이번 그랜저는 가격 조율을 잘한 듯싶다. 때문에 2.4리터가 아닌 3.0 쪽을 추천한다.

물론 그랜저는 갖고 싶은데 예산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라면 2.4리터 엔트리 트림이 제격이다. 하지만 고급차에는 이에 어울리는 구성이란 것이 있다. 고급차로서의 여유로움, 이를 위해선 적정 배기량의 엔진도 필요해진다.

사실 2.4와 3.0 간의 연료비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물론 세금에서 차이가 나긴 한다. 연간 20만 원 안쪽의 차이다. 정말 이만큼의 투자 여력이 없어 2.4로 가야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랜저 정도(?) 타는 소비자들이 십몇 만 원에 의미를 두지는 않을 텐데. 이제 껍데기만 중시하던 문화를 바꿀 때도 되지 않았을까?

그랜저 IG는 고급 세단을 추구하는 국산 준대형 세단으로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특히 가격 정책을 칭찬할만하다. 중형 세단 상위 트림에 몇 가지 옵션을 추가할 바에 그랜저 3.0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그랜저의 출시로 K7이나 임팔라, SM7의 판매량은 조금 더 하락할 듯하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