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급 최고 자리도 넘볼 수 있을 것

SUV 시장의 성장에 대해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국내 중형 SUV 시장은 현대 싼타페, 기아 쏘렌토가 독식을 하고 있다. 사실 이 두 모델이 독식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쉐보레 캡티바, 쌍용 렉스턴… 사골의 향기가 여기까지 느껴지니 말이다.

이 시장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모델이 르노삼성의 QM6다. 박동훈 사장은 “더 이상 그들이 만든 놀이터에서 놀지 않겠다.”고 말하며 QM6를 소개했다. 과연 QM6가 국산 중형 SUV 시장에 새로운 길까지 제시할 수 있을까?

외모에서 풍기는 존재감이 대단하다. SM6 때도 그랬지만 QM6 역시 한눈에 시선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예쁘고 못생기고를 떠나 미래지향적이며 특유의 존재감을 잘 부각해 낸다. 디자인을 앞세운다는 기아차가 분발 좀 해야겠다.

과거 르노삼성은 QM5를 출시하며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와 경쟁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물론 소비자들조차 이를 외면했다. 크기가 왜소했기 때문이다. 시장서도 투싼, 스포티지 등의 컴팩트 SUV와 중형 SUV 사이를 잇는 모델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이번 QM6은 크기부터 확실히 키웠다.

이외에 국내 SUV 최초로 LED 헤드램프와 LED 리어램프까지 갖췄다. 적어도 외적인 부분서의 경쟁력 만큼은 충분하다.

SM6처럼 화려한 인테리어 디자인도 갖췄다. 8.7인치 디스플레이, 앰비언트 라이트, 보스 사운드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 등은 국산 SUV에 최초로 적용되는 구성이다. 운전자 피로도 경보 시스템이 전 트림에 기본이라는 점도 칭찬할만하다. 안전을 위한 장치가 기본이라는 점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S-링크 시스템의 인터페이스는 여전히 아쉽다. 분명 직관적이지 못하다. 기능 한 가지를 설정하려 해도 여기저기 눌러가며 찾아야 한다. 공조장치를 켜고 끄는 것 역시 하나하나 터치로 조작해야 하기에 불편하다. 같은 이유로 SM6, QM6 소비자들에게 S-LINK의 옵션 구성을 추천하지 않는다.

뒷좌석 공간도 넉넉하다. 헤드룸은 물론 레그룸도 충분하다. 르노삼성은 동급 최대 레그룸을 갖췄다고 하는데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하지만 QM6 뒷좌석이 좁다고 말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다. 또한 QM5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 날 정도로 넓어졌다. 이외에 열선 버튼이 센터 암레스트에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하지만 편의성을 감안한다면 도어 패널에 장착시키는 것도 좋을 듯싶다.

분명한 것은 각종 편의 및 안전장비를 잘 갖췄다는 사실이다. 자동 주차 시스템, 긴급제동 시스템,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 등 장비도 탑재된다. 이중 자동 주차 기능의 경우 수평, 직각은 물론 사선 주차까지 지원해준다. 여기에 주차는 물론 차량을 빼주는 기능까지 지원한다. 여성 소비자들이 환영할만한 장비다. 기능 시험을 위해 몇 차례나 반복 시현해 봤지만 모두 문제없이 잘 처리해 내 만족감을 높였다.

사운드 시스템은 보스(BOSE) 제품이다. 그냥 보스 오디오만 장착한 것이 아니다. 센터포인트2 로직까지 갖춘 시스템이다. 타사의 경우 고급 모델이 아니라면 해당 제품만 장착하고 별다른 조율은 하지 않은 것과 차별화된 부분이다. 수천만 원 이상 차량에 탑재된 고급 사운드 시스템이 아니라면 QM6 사운드 시스템은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이 환영할만한 또 다른 부분은 4륜 시스템의 옵션 가격이다. 아무래도 SUV인 만큼 4륜 시스템의 관심과 장착률이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경쟁 모델과 비교해 상대적인 가격 이점을 크다. 여기에 구동방식을 오토, 4륜 락, 2륜으로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점도 차별화된 부분이다.

2.0리터 디젤엔진과 CVT 변속기 조합을 내세운다는 점도 차별화된 내용이다. 자트코에서 가져온 CVT 변속기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인다. 아마도 일반 소비자들은 이 변속기를 자동변속기로 착각할 것이다. CVT라고 하지만 감각적으로 자동변속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과거 CVT는 엔진 회전수가 한 곳에 고정된 상태에서 속도만 높여나갔다.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변속기 반응에 집중하지 않는 이상 별다른 이질감을 느끼기 힘들어졌다. 가속페달을 살짝 깊게 밟으면 엔진 회전수가 상승하며 속도를 끌어올리기도 하고 엔진 회전수가 4천 rpm을 넘어서면 3천 rpm 대로 하락한 뒤 다시금 속도를 상승시킨다. 수동모드로 설정하면 일반 자동변속기와 동일하게 절도 있는 변속까지 해준다. 반응성도 제법 좋다.

하지만 이러한 변속 감각을 갖게 된 이유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정확히는 CVT가 발휘할 수 있는 효율을 어느 정도 양보해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센터페시아 하단의 Eco 버튼을 누르면 최적의 효율을 위해 일반적인 CVT의 감각으로 되돌아온다. 그렇다 해도 직결감을 비롯해 감각적인 아쉬움을 만들지 않는다. 물론 이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다시 절도 있는 변속 감각으로 돌아온다.

2.0리터 디젤 엔진은 177마력과 38.7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수치적으로 소폭 부족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그럭저럭 무난한 성능을 보인다. QM6의 파워트레인이 실제로 발휘하는 성능부터 측정해 봤다.

먼저 무게부터 측정했다. 1,796kg으로 나타났다. 1.8톤 중 후반대의 쏘렌토와 싼타페, 캡티바와 비교하면 60~90kg 이상 가볍다. 성인 1명의 무게를 덜어낸 만큼 가속, 연비 부분서 이점을 보일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9.32초였다. 참고로 이 수치는 4륜 시스템을 Auto 모드로 설정 후 측정한 결과다. 4륜 락 모드 설정 시 9.4초를, 2륜으로 설정했을 때는 9.45초를 기록해 냈다. 싼타페 2.2 디젤이 9.5초를 기록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엔진의 수치보다 실제 성능이 낫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아반떼 1.6 디젤(9.41초)과 비교해도 QM6가 더 빨랐다.

그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제동성능이다. 4륜 모드를 3가지로 설정해가며 테스트를 진행한 만큼 제동 테스트 역시 더 많은 횟수가 진행됐다. 이때 측정된 최단 기록은 38.81m. 이 자체만으로 칭찬할만하지만 가혹한 제동 테스트 환경에서도 끝까지 40m 대에서 차량을 멈춰 세웠다. 핫해치 i30 1.6 터보(39.05m) 보다 제동거리가 짧았다. 사실 르노삼성 모델이 제동력이 우수한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SM6부터 달리진 모습을 보이더니 QM6에서도 만족스러운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 역시 수준급이다. 하지만 디젤엔진 특유의 소음과 진동까지 피할 수는 없었다. 아이들 상태의 소음과 진동은 평범한 수준이지만 그렇다고 가솔린 수준까지 기대하기는 어렵다. 아이들 소음도 46.5dBA로 측정됐다. 싼타페와 쏘렌토가 약 43dBA, 캡티바가 약 45.5dBA로 나타난 것을 생각했을 때 아쉬움이 남는다. 르노삼성에 따르면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이 탑재됐다고 하는데 체감상으로 이점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QM6와 주행을 하면 세련된 주행 감각이 크게 와 닿는다. 싼타페의 경우 저속에서 불필요하게 승차감이 단단했다. 반면 쏘렌토는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이 두 가지 장점을 적절하게 조합한 것이 QM6라고 생각하면 쉽겠다. 유럽차 특유의 탄탄함 속에 부드러움을 갖추고 있다.

서스펜션 설정이 빛을 발하는 것은 장거리 주행을 할 경우다. 불안함 없이 적당히 탄탄하게 차체를 잡아주니 운전하는 입장에서도 편했고 동승한 패널도 이런 장점을 쉽사리 수긍했다.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적당히 부드럽게, 또한 안정적으로 차체를 지지하는 능력을 보였다. 저속 영역과 고속 영역 모두 탄력적으로 잘 받아주는 서스펜션의 셋업만큼은 충분히 높은 경쟁력을 갖는다.

참고로 QM6의 서스펜션은 전륜 맥퍼슨, 후륜 멀티링크 방식을 사용한다. 사실 후륜이 멀티링크라고 하지만 구동 축 및 디퍼렌셜 등이 위치할 공간 확보를 위해 토션빔 중간을 나눠 연결한 형태로 비친다. 이 구조만 보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접어두길. 적어도 QM6의 서스펜션 셋업 완성도는 동급 모델을 앞서기 때문이다.

핸들링도 좋다. 현재는 단종된 QM5도 핸들링서 강점을 보였지만 QM6는 이를 보다 세련된 느낌을 전한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편안함에 운동성능을 결합시킨 것이다.

의외인 부분은 타이어였다. 코너링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적어도 235~245mm 급 타이어가 장착됐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실제는 225mm에 불과한 금호타이어의 크루젠 프리미엄이 장착돼 있었다. 의외로 충분한 접지 성능을 보였으며 소음을 축소시키는데도 도움을 줘 좋은 인상을 남겼다. 최근 르노삼성이 금호타이어 제품을 확대 장착하고 있는데 확실히 이 부분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타이어를 통해 실내로 전달되는 노면 소음은 적지만 주행 때 풍절음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특히 고속 영역에 들어서면 풍절음이 뚜렷해진다. 시승 차량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개선이 되면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ALL MODE 4X4-i 시스템은 세 가지 모드(2WD / Auto / 4WD Lock)를 선택할 수 있다. 구동방식은 주행 상황에 따라 100:0에서 50:50까지 배분된다. 일반적으로는 Auto 모드가 추천된다. 생각 이상으로 탄력적인 구동 배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4륜 락(Lock) 모드는 시속 40km 이상부터 50:50으로 묶인 구동 배분이 해제되기 때문에 저속서 미끄러운 노면을 만났을 때 사용하면 된다. 물론 연비 등의 효율을 높이고 싶다면 2륜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Auto 모드라 해도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륜만 구동하기 때문에 굳이 사용할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다.

QM6의 주행 연비도 측정했다. 시속 100~110km 구간서 약 13.5~14km/L를, 시속 80km 정속 주행 시 16.5km/L의 연비를 나타냈다. 조금은 아쉽다고 느껴질 수 있는 연비다. 이유를 꼽자면 시속 10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의 엔진 회전수가 CVT 변속기로는 조금 높은 편이었다. 물론 이를 통한 가속페달의 반응성이 향상됐지만 크루징 때의 RPM을 낮춰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도심 연비는 꽤나 좋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오토 스톱의 이점이 컸다. 무엇보다 정체 구산서 기록된 연비라는 점이 마음이 들었다. 다양한 환경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종합연비는 약 12km/L 수준으로 나타났다.

QM5는 독특한 모델이다. 출시 초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소비자들 사이의 입소문을 통해 나중에 인정받은 모델이기 때문이다. 중고차 가격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QM6는 어떨까? QM5의 부족했던 부분을 충분히 보완한 모델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단순히 숫자만 높아졌다고 보기엔 경쟁력 향상이 두드러진다. QM5처럼 초창기 인기를 끌지 못할 차는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QM6 판매량도 이차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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