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성과 효율로 포장하다

우리 팀은 얼마 전 A6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그리고 몇몇 독자님들을 통해 A7 시승기에 대한 요청을 받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A7을 준비해 봤다. 272마력을 발휘하는 50 TDI 사양으로 얼마 전 A6를 통해 먼저 접한 바 있는 엔진이다. 유사한 성능을 낼 것으로 기대되는데 가격은 A7이 1천만 원가량 더 비싸다. 아무래도 조금 부정적인 시각으로 A7을 바라보게 한 이유가 됐다.

국내에 A7이 출시됐을 당시 3.0리터 디젤 모델이 라인업 중 입문형 모델로 나왔다. 엔진 구성만 봐도 A7은 A6보다 한 단계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탑재되는 파워트레인은 지난번 A6 50 TDI 사양과 동일하다. 발휘하는 출력도 272마력과 59.2kg.m로 변하지 않았다. 앞서 테스트를 진행한 A6 50 TDI와 어느 정도의 성능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증이 앞섰다.

A7 50 TDI의 무게부터 측정했다. 1,928kg로 나타났으며, 전후 무게 배분은 55.2:44.8로 나타났다. A6 50 TDI의 경우 1,878kg으로 나타난 만큼 A7쪽이 50kg 더 무거웠다. 하지만 A6의 무게 배분은 56.2:43.8로 A7의 밸런스가 조금 더 좋았다.

50kg의 무게 차이는 가속력에 어떠한 영향을 줄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5.46초로 측정됐다. 우리 팀 테스트 결과 A6 50 TDI가 5.17초를 기록했으니 비교가 될 것이다. 물론 제조사 공식 발표 수치인 5.7초보다 빠른 결과였다. 아무래도 낮아진 온도의 덕을 많이 본 듯하다.

다이내믹 모드로 설정 후 트랙션 컨트롤을 해지시킨 후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엔진 회전수가 3천 rpm 부근까지 치솟는다.

이후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면 용수철처럼 튕기며 가속을 시작한다. A6 때도 느꼈지만 초기 발진 감각이 포르쉐의 런치 컨트롤에 버금가는 능력이다.

전후륜 265mm 너비의 타이어가 장착됐지만 강력한 토크로 인해 순간적인 휠스핀도 발생한다. 이후 변속을 진행하면서 의외로 강렬한 충격을 보여주기도 한다. 디젤 모델로는 상당히 감각적이고, 또 빠르다. 하지만 높은 토크를 받아내야 하기 때문인지 이 기능은 2회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최대 가속이 진행되면 변속 충격이 발생하며 스포티한 감각마저 강조하지만 일상 주행에서는 매우 부드러운 감각을 보여준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대한 노하우가 남다른 아우디 폭스바겐답다. 일반 소비자라면 자동변속기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가 됐기 때문이다. 물론 주행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면 보다 빠르고 스포티한 변속 감각을 전달한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를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는 37.05m. 테스트가 반복되면서 39m 초반까지 밀렸지만 제동 응답성을 비롯해 꾸준하게 성능을 발휘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A6 때와 마찬가지로 A7 50 TDI는 조용한 디젤을 추구한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소음은 약 45dBA로 체감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A6에서도 동일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의아한 부분이다. 시속 80km의 속도로 주행할 때 58.5dBA의 소음을 나타냈다. A6보다 넓은 타이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소음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정숙성이다.

그보다 A6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부분은 바로 승차감이다. A7에는 A6와 달리 댐핑 설정이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됐다. 저속부터 고속 영역까지 탄력적으로 움직여주기 때문에 승차감과 성능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특히 일상 영역의 승차감은 A6보다 앞서기도 한다. 쿠페처럼 생겼기 때문에 승차감이 딱딱할 것이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A7만큼은 예외다.

고속으로 도약해도 안정감에서는 A7이 앞선다. 수동적으로 노면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반 서스펜션과 달리 능동적으로 노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주는 에어 서스펜션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에어 서스펜션이 만능은 아니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지만 아무래도 직관적인 감각 부분은 소폭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때문에 와인딩 로드와 같은 환경서 스티어링 휠을 통해 차량을 제어할 때의 감각서는 A6쪽이 앞선다. 무엇보다 A6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사실 560마력의 성능을 갖춘 RS7도 그랬다. 560마력이라는 출력을 생각했을 때 RS7의 에어 서스펜션은 너무나도 부드러웠다. 하체가 받아줄 수 있는 영역을 파워트레인이 크게 뛰어넘어버리면서 밸런스 측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A7 50 TDI는 파워트레인과 에어 서스펜션의 궁합이 딱 적절하다. 편안함과 여유로움, 승차감과 성능을 고루 갖췄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타이어를 꼽게 된다. A7 50 TDI에는 265mm 너비의 던롭 SP 스포트맥스 GT가 4개의 바퀴에 장착된다. 그런데 성능이 265mm라고 하기에 성능이 부족하다. 최근 던롭 제품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도 아쉬움이 느껴졌다. 다양한 환경서 무난한 성능을 발휘했지만 차량의 동력성능과 무게 등을 생각하면 타이어 성능 높일 필요도 있을 듯하다.

아쉬웠던 타이어 성능을 만회해주는 것이 4륜 시스템인 콰트로다. 특유의 안정감은 물론 상황에 따라 후륜 쪽에 많은 구동력을 보내 코너 안쪽으로 날카롭게 파고들 때 이점을 보인다. 동시에 이런 모습이 운전자에게 위화감을 주지 않는다.

와인딩로드 테스트를 진행하며 A7의 탄탄한 기본기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A7의 또 다른 진가는 보이는 부분에서 나오기도 한다. 많은 시간 공들여 멋지게 꾸몄는데 나홀로 무인도에 있으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A7 역시 성능은 물론 남들의 시선을 끌고자 탄생한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CLS-클래스나 BMW 6시리즈 그란 쿠페가 4개의 도어를 가진 쿠페의 실루엣을 갖는 반면 A7은 패스트백의 형태로 차별화된다. 디자인의 좋고 나쁨을 떠나 독특한 형태 덕분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A7이 세상에 나온 지 수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로 위의 A7은 남들과 다른 매력으로 어필된다. 20인치의 거대한 휠, 속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펼쳐지는 가변식 리어윙 등 젊은 소비자의 취향까지 맞췄다.

외형적으로 A7은 A6보다 날렵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A7은 A6와 차체를 공유하지만 길이는 51mm 길고 너비는 37mm 넓다. 높이도 35mm 낮아지면서 한층 넓고 낮아졌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A6의 구성을 따른다. 하지만 A6보다 상급 모델이기 때문에 고급 시트를 비롯해 리얼 우드 인레이, 고급 가죽 등으로 차별화 시켰다. 확실히 아우디의 인테리어는 화려한 멋이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급스러운 세련미를 갖는다면 아우디는 화려한 감각으로 젊은이들의 시선을 잡는다.

휠베이스가 2.9m를 넘어서는 만큼 뒷좌석 공간에 대한 경쟁력도 좋다. 레그룸의 경우 성인 남성이 탑승해도 확실히 넓다고 느낄 수준이다. 하지만 상당수 소비자들은 좁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먼저 센터 터널이 다소 지나치게 높다. 여기에 터널 폭도 넓은 편이라 시각적으로 많이 좁게 느껴진다. 독특한 루프라인으로 인해 헤드룸도 손해를 봤다. 물론 180cm 이상 성인이 바른 자세로 앉았을 때 살짝 부족한 정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여성 소비자들이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 또한 뒷문 입구가 생각보다 좁아 차에 타고 내리기가 조금 불편하다.

A7은 A6의 상위 모델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장비들을 갖추고 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전 모델 기본 사양이다. A7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역시 상당히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한다. 단순히 선행 차량의 거리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옆차선 차량까지 모니터링해 조심스럽게 추월을 해나간다. 가감속 또한 자연스럽다. 운전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안전한 주행을 돕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A7 50 TDI는 시속 80km 정속 주행 시 약 17.5km/L, 시속 100~110km 구간서 15km/L 전후의 연비를 보였다. A6 50 TDI 대비 약 1km/L 전후 낮은 연비인데 증가한 무게와 보다 넓은 타이어의 장착 등이 요인으로 예상된다. 평속 15km의 도심 연비 시뮬레이션에서는 8.2m/L를 보였다.

아우디 A7은 어떤 차일까? 이 차를 구입하기 위한 가치는 충분할까? 우리 팀이 테스트한 A7 50 TDI 프리미엄 트림의 가격은 9,840만원이다. A6 50 TDI 프리미엄 트림과 비교해 1,020만원 높은 가격이다.

멋을 위한 1천만 원의 투자. 어쩌면 누구에게는 충분히 가치 있는 지불이 될 것이고 누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불필요한 추가 지출이 될 것이다. 그만큼 개인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접근하는지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우리 팀이 전해줄 수 있는 메시지는 이것이다. A7이 운전자 중심의 환경서 높은 만족도를 전해준다는 것. 여기에 에어 서스펜션의 탑재는 오히려 A6보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주행감각을 전달했다.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존재감 자체는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A6는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감을 전달한다. A7만큼의 특별함은 없지만 그만큼 무난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물론 변수는 있다. 아우디의 폭풍할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A7의 가격이 상당 부분 낮아진다는 것. 그때는 우리 팀의 보다 많은 패널들이 A7의 손을 들어줄 것이다. 성능과 효율을 겸비한 3리터 디젤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승차감 좋은 에어 서스펜션, E 세그먼트의 넉넉한 공간, 거기에 스타일링까지… 실용성부터 성능과 효율까지 멋지게 포장한 모델이 A7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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