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잘 팔리고 싶었는데...한국서 찬밥이였던 모델들

  • 기자명 김기태 PD, 김선웅 기자
  • 입력 2016.11.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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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제조사들은 최대의 수익을 만들기 위해 시장 분석에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분석 결과와 예측이 항상 적중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대박을 치며 인기몰이를 하는 모델도 있지만 쪽박을 차고 시장에서 사라지는 모델도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의 선호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거나 높은 가격으로 외면받는 경우도 있다. 또, 시대를 앞서가 당시 기준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으며 단종되는 명차들도 존재한다. 대표적인 모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현대 라비타)

현대자동차 라비타(Lavita)는 국내에서 실패한 모델로 꼽힌다. 반면 유럽서는 인기를 끌었던 모델로 꼽힌다. 국내서도 실 구매자들의 만족도는 높았지만 저조한 판매량을 기록하며 사라진 모델 중에 하나다. 심지어 2006년 7월 한 달 동안 고작 5대 가량 판매돼 최저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는 단종 차량을 제외한 양산차 기준 역대 최저 기록이다. 반면 유럽 시장서는 연간 5만 대 가까운 판매량을 세운 바 있다.

라비타는 스포츠카 페라리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피닌파리나(Pininfarina)에서 디자인했다. 아반떼보다 넓은 공간과 탄탄한 주행 성능까지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나 당시나 해치백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부족했다. 악재는 또 있었다. 연간 65,000원의 세제혜택, 일반인도 LPG 연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기아 카렌스와 대우 레조가 인기를 끌며 라비타를 압박해 나갔다. 결국 라비타는 2001년 출시 후 2007년 2월 쓸쓸하게 단종됐다. 반면 유럽서는 2010년까지 명맥을 유지한 뒤 현지 전략 모델인 ix20로 자리를 내줬다.

(현대 아슬란)

현대 라비타가 시대 흐름과 엇박자로 나갔다면 현재 판매 중인 아슬란은 소비자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팔리지 않는 차로 꼽힌다. 아슬란은 YF 쏘나타 플랫폼을 기초로 한 그랜저 HG 차체에 내외관 디자인을 바꾸고 일부 구성을 더해 고급화를 꾀했다. 하지만 그랜저 대비 차별화가 부족한 상황서 가격이 높다는 지탄을 받으며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조기 단종될 것이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기아 엘란)

기아 엘란(Elan)은 시대를 앞서가며 쓸쓸한 단종을 맞은 모델이다. 기아자동차와 영국의 로터스는 1세대 스포티지 섀시 개발 자문을 통해 인연을 맺었다. 핸들링을 장점으로 내세운 중형 세단 크레도스의 튜닝도 로터스에서 담당한 바 있다. 하지만 로터스가 경영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엘란의 생산라인을 기아차에 넘겼다. 그렇게 출시된 것이 지난 1996년 기아차의 이름으로 판매된 엘란이다.

백본프레임 등 로터스가 설계한 틀은 유지했지만 엘란의 부품 국산화율은 무려 85%나 된다. 그럼에도 차량 제작 원가가 3천만 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기아차는 엘란의 출시 가격을 2750만 원으로 책정했다. 팔 때마다 손해를 봤지만 기업 이미지를 위한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 엘란의 생산은 기아차가 아닌 서해 공업에서 이뤄졌으며 대부분 수작업으로 만들어졌다.

엔진은 일본산 대신 기아차가 보유한 1.8리터 엔진을 튜닝해 얹었다. 여기에 1070kg라는 가벼운 무게를 갖고 있어 0→100km/h까지 7.4초에 도달하는 성능을 뽐냈다. 당시로는 상당한 성능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을 이끌던 중형 세단 쏘나타 고급형이 지금의 경차 가격인 1천만 원 중반대를 이루고 있었던 만큼 2인승 차량에 2700만 원을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또, 꾸준한 관리와 더불어 교체비용이 수백만 원에 달하던 소프트톱 부품 가격도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이 됐다. 결국 IMF 등과 맞물리며 1999년, 기아자동차의 파산과 함께 엘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흥미로운 부분은 전륜 브레이크는 아벨라, 후륜 브레이크는 크레도스의 것을 이용했다. 또, 당시 로터스가 GM 소속이었기 때문에 기아자동차 이외에 대우자동차의 일부 부품이 호환되기도 했다. 엘란은 단종될 때까지 1055대가 생산됐으며, 현재 국내에 남겨진 차량은 500여 대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단종 이후에도 중고차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 소유자들이 모인 동호회 차원에서 가격 방어에 적극적이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대우자동차(現 한국지엠)에는 르망 이름셔(Lemans Irmscher)라는 특별한 모델이 있었다. 이름셔는 독일 오펠(Opel) 차량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튜너다. 엘란보다 앞선 1991년에 출시된 르망 이름셔는 당시 소형 해치백에는 이례적으로 2.0리터라는 대배기량 엔진을 달았다. 여기에 포르쉐에 자문을 구해 제작한 전용 서스펜션을 탑재하며 차별화된 주행성능을 발휘했다.

이름셔의 전용 에어로파츠는 당시로는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특히 범퍼에 형상기억물질을 포함시켜 작은 충격 정도는 스스로 치유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독일 레카로(Recaro)사의 버킷 시트까지 장착했다. 진정한 국산 핫해치의 원조였던 것이다. 당시 척박하기만 한 국내 자동차 시장서 기념비적인 모델로 기록되고 있으나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여전히 버거운 모델이었다. 결국 출시 후 2년을 못 넘기며 단종됐다.

(GM대우 G2X)

대우차는 GM대우로 사명을 바꾼 후 2007년 다시 한번 스포츠카에 도전한다. 2인승 후륜구동 스포츠카 G2X를 출시한 것이다. Go to eXtreme의 약자인 G2X는 새턴 스카이(Saturn Sky)를 GM대우에서 수입해 판매한 모델이었다. 2.0리터 터보엔진으로 264마력을 발휘함과 동시에 상당한 주행성능을 뽐냈지만 출시 당시 4,390만원의 가격은 역시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됐다.

특히 G2X가 국내에 출시됐을 당시 미국발 경제위기가 시작돼 전세계 경기가 위축된 상태였다. 결국 G2X는 출시 1년만에 수입이 중지됐다. 국내 판매량도 100여대에 불과하다. 여기에 2009년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새턴 브랜드가 사라졌고, 스카이(G2X)를 생산하던 미국 윌밍턴 공장까지 폐쇄되면서 새턴 스카이와 GM대우 G2X는 역사 속으로 완벽히 사라지게 됐다.

(쌍용 칼리스타)

쌍용자동차의 경우 현시대에서도 생소한 레트로 스타일의 스포츠카를 시도한적이 있었다. 모델명은 칼리스타(Kalista). 평택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제작된 칼리스타는 본래 영국 팬더(Panther)사의 모델이었다. 이후 국내 진도모피그룹이 팬더 인수 후 동아자동차에 넘겨줬으며, 다시 쌍용자동차가 인수해 1992년부터 판매했다.

문제는 당시 3170~3670만원대라는 너무나도 비싼 가격 때문에 1개월에 1~2대 정도밖에 팔리지 않았다. 결국 1994년 단종됐으며, 현재 10여대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희소성 때문에 매우 고가에 거래되는 중이다.

(피아트 프리몬트)

수입차 업계서는 시장 상황과 맞지 않는 가격정책으로 외면 받은 모델이 많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피아트가 내놓은 7인승 4륜 디젤 MPV인 프리몬트(Freemont)가 꼽힌다. 유러피언 감성의 MPV로 쉐보레 올란도나 기아 카렌스급 모델이었지만 출시 가격이 무려 4990만원에 달했다. 피아트 500 역시 경차와 비견될 정도로 작은 차지만 2990만원의 가격으로 출시되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결국 피아트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등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한번 잃은 인심을 되찾기는 힘들다는 평을 얻고 있다.

(토요타 코롤라)

토요타 코롤라(Corolla)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 아반떼와 동급 차량에 2,990만원을 지불할 소비자는 많지 않았다. 혼다 크로스투어(Crosstour)는 세단과 SUV, 쿠페의 장점을 융합한 모델이지만 이 부분이 차량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었다. 또, 3천만원대인 어코드와 비교해 1천만 원 이상 비싼 가격도 소비지들의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그밖에 푸조의 쿠페 RCZ나 시트로엥 DS5와 같은 실험적인 모델 역시 국내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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