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한 링컨의 선택

링컨 MKZ는 유럽 디젤세단 중심인 국내 시장서 조용하며 꾸준하게 팔려왔다. 월 판매량이 약 100여대에 불과하지만 링컨의 매력을 쫓는 소비자들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 MKZ가 페이스리프트됐다. 이번에는 판매 영역을 더 확장해 나갈 수 있을까?

전면부가 완전히 달라졌다. 다른 차라고 해도 될 정도다. 과거에는 날카로운 매력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모난 것 없는 모습이다. 헤드램프도 부리부리해지고 링컨만의 그릴도 새롭게 변경됐다. 전체적으로 재규어와 닮은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앞으로 나올 링컨의 신차들은 모두 이런 모습을 갖게 될 예정이다.

전면부가 크게 달라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기존모델과 같다. 휠의 디자인이 달라진 정도랄까? 반면 길쭉한 안테나가 사라진 것은 칭찬할 부분이다. 또, 가로로 길게 이어진 클리어 타입의 리어램프는 미래지향적인 신차의 이미지를 전해주기에 충분하다. 참고로 LED 헤드램프가 기본 사양이다.

실내 디자인 자체는 동일하다. 버튼식 변속기와 세계에서 가장 큰 글래스 루프를 갖췄다는 사실도 달라지지 않았다. 버튼식 변속기는 처음에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몇 번 사용해보니 꽤나 편했다. 또, 주행 중 P나 R 버튼을 누르면 중립으로 빠지며 경고 메시지를 표시해 주도록 되어있다. 버튼을 잘못 눌렀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예비책이다.

달라진 점은 센터페시아다. 과거에는 모든 조작을 터치로 해야 했다. 뭔가 신기하며 첨단 같은 이미지를 보여줬다. 하지만 인식률이 떨어지고 조작이 불편했다. 버튼이라면 한번 누르면 될 것을 2번이나 터치해야 하는 상황까지 나왔다. 게다가 터치가 인식됐는지 확인까지 해야 했다. 불편하고 운전에도 방해가 됐다. 미국 본토에서도 많은 불만을 들었던 부분이다. 그래서 이번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다시 버튼방식으로 되돌렸다. 이와 같은 개선은 분명 칭찬할 부분이다.

또 다른 변화는 싱크3의 탑재다. 과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공동 개발한 시스템을 사용했다. PC용 윈도우처럼 악명 높은 에러율과 더딘 반응을 보였고 이 시스템 때문에 소비자들이 차량 구입을 꺼렸다. 그 결과 포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결별하고 블랙베리와 새롭게 시스템을 개발한다. 그것이 싱크3다.

인터페이스는 FCA의 U 커넥트(Uconnect)와 닮았다. 터치 인식률도 좋아졌다. 메뉴도 복잡하지 않다. 물론 한글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아쉽다. 또, 내비게이션을 작동시키기 위해 스티어링휠의 특정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한다는 점도 개선을 요하는 부분이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실내 가죽 마감은 좋다. 대중브랜드인 포드와 링컨 간의 가장 큰 차이점일 수 있다. 아무래도 소재 사용서는 링컨이 앞선다. 링컨은 울스도프(Wolsdorf)나 브릿지 오브 위어(Bridge of Weir)사의 딥소프트(Deepsoft) 가죽 등 구체적인 명칭을 강조할 정도로 이 부분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다. 어떤 가죽인지 몰라도 충분히 부드럽고 푹신하기 때문에 고급스러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뒷좌석 구성은 동일하다. 물론 국산 준대형급 정도의 공간은 아니다. 하지만 국산차와 비교했을 경우며, 동급 수입차와 비교하면 보편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탑승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벨트가 에어백처럼 팽창하는 인플랫터블 벨트(inflatable belt)가 장착된 점은 MKZ만의 장점이다. 반면 센터콘솔 뒷부분의 110볼트 전원단자는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시장은 220볼트를 기초로 하기 때문이다.

사운드 시스템은 레벨사의 19개 스피커를 기초로 한다. 앞뒤 도어패널 하나에만 3개의 스피커가 장착된다. 트렁크도 넓다. 이는 미국차들이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다. 시각적으로 돌출부위가 많아 보여도 실제로 걸리는 부분도 없고 적재물도 많이 들어간다.

각종 액티브 세이프티 부분도 잘 갖췄다. 최근 테스트한 재규어의 F페이스는 1억이 넘는 가격을가졌지만 기능이 많지 않았다. 반면 MKZ의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정차 후 재출발까지 지원한다. 포드 차량이 20km 이하에서 자동으로 해지됐던 것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차선을 넘지 않도록 지원해 주는 기능도 들어가지만 항시 중앙을 지키는 방식은 아니다. 이 기능은 차량이 차선을 밟을 때만 작동한다. 또, 진동을 통해 경고를 해주기도 한다.

자동주차 기능도 탑재됐다. 평행주차와 직각주차 이외에 사선주차까지 지원한다. 다양한 형태로 주차를 해야 하는 국내 환경에 적합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주행에 있어 MKZ는 부드러움을 추구한다. 링컨 라인업 중 입문형 모델에 속하지만 주행 감각만큼은 대형세단에 가까운 느낌이다. 그리고 조용하다. 이중접합유리를 곳곳에 사용한 덕분에 아이들 소음도 약 39dBA 수준을 보였다. 시속 80km 속도로 주행해도 약 58dBA로 정숙한 환경을 이어나갔다.

승차감도 좋다.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성격이 부각되는 것. 푹신한 시트 역시 이 부분을 확인시켜주는 요소다. S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를 활성화시킨다. 스티어링휠이 묵직해지며 하체도 한층 탄탄한 성격으로 변한다.

CCD(Continuously Controlled Damping)라는 이름의 서스펜션은 GM의 MRC(Magnetic Ride Control)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수치적으로 CCD는 1/500초마다, MRC는 1/1,000초마다 댐핑 설정을 바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만 보면 MRC가 CCD보다 2배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체감적으로 이 둘의 제어 속도 차이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다. 두 시스템 모두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나 제어되기 때문이다.

그보다 서스펜션 성격 변화에 큰 차이가 있다. MRC는 타이트한 승차감을 우선적으로 전한다. 스프링도 하드하고 댐핑 스트로크도 짧다. 탄탄하고 쫀득한 승차감이 MRC의 성격이라 보면 된다. 반면 CCD는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일상 주행상황에서는 대형세단과 같은 편안함을, 하지만 한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상황에서는 의외로 잘 버티는 모습을 보인다. 서스펜션의 지향점이 다른 것. 또, 스포츠모드서의 단단함이 성능을 지원하기에 소비자는 성향에 맞는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 동력성능을 이끌어내면 일정 부분 지연현상이 발생한다. 2리터 터보엔진에서 느낄 수 있는 수준의 터보랙이다. 물론 반응이 더 빠르면 좋겠지만 문제 삼을 정도는 아니다.

MKZ의 2.0 에코부스트 엔진은 234마력과 37.3kg.m의 토크를 발생시킨다. 실제 구동출력을 측정한 결과 187.8마력과 40.1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사 발표 토크보다 높게 측정된 것은 오버부스트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출력의 경우 약 19.7%의 구동손실이 발생했다.

참고로 테스트 차량은 일반유를 사용해오다가 우리팀의 요청으로 고급유가 주유된 상태였다. 완벽한 고급유 환경서 측정된 결과는 아니기에 출력 상승의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일반유가 주입된 상태에서 구동출력을 측정한 결과 177마력과 33.3kg.m의 토크를 보였다. 토크는 10%대 수준의 손실로 평균적인 수준이었지만 출력이 24% 가랑 떨어졌다. 때문에 우리팀은 MKZ를 고급유로 운영할 것을 추천한다.

이와 같은 영향은 가속성능 테스트에서도 잘 나타난다. 일반유를 사용한 차량의 경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66초 내외의 가속시간을 보인다. 고급유로만 운영되었던 과거 MKZ와 비교해 1초 가량 느려진 수치다. 이는 현대 그랜저 2.4(8.6초)나 투싼 2.0 디젤(8.59초)보다 느린 수준이다. 고급유의 중요성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고급유가 어느 정도 섞인 환경에서는 8.47초를 기록했다. 만약 고급유로만 운영된다면 7초후반 또는 8초 초반 내외의 성능을 꾸준히 낼 수 있을 것이다.

수치적으로 부족한 결과를 내놨지만 체감 성능서 불만은 없다. 필요한 만큼의 가속력을 보여주기때문이다. 또, 이번 MKZ가 부드럽게 주행할 때의 이점이 더 컸다.

앞서 언급했듯 부드러운 서스펜션 덕분이다. 그렇다고 마냥 출렁이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모드로 설정한 후 코너를 돌아나가면 차체를 안정적으로 잘 잡아준다. 노면 굴곡에 따른 쇼크처리 능력도 매끄럽게 잘한다.

부드럽고 편하게 달리지만 핸들링 자체도 좋은 편이다. 앞바퀴를 굴리는 세단 중에서는 좋은 편에 속하는 능력이다. 단, 토크가 몰릴 때 생기는 토크스티어를 완화시켜 주면 좋겠다.

본격 코너링 성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이는 타이어의 성능과 연관이 있다. MKZ에는 전후륜 모두 245mm급의 미쉐린 프라이머시 MXM4가 장착된다. 이 타이어의 장착도 타이어의 성격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소음이나 젖은 노면 제동성능, 내마모성 등 다양한 부분서 강점을 보이는 타이어이기에 일상 운전에 적합하다. 반면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프리미엄급 스포츠타이어로의 접근으로 성능을 올리면 된다.

6단 자동변속기는 무난한 수준의 반응 속도를 보여준다. 패들을 사용해 보다 적극적인 변속을 할수도 있다. 물론 다단화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량 성격상 큰 아쉬움은 없다. 현재 포드와 GM은 전륜구동형 9단 변속기를 개발 중이다. 현재보다 향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시속 100km에서 완전히 정지하는데 이동한 거리는 39.5m다. 나머지 테스트에서도 모두 40m초반의 능력을 보였다. 테스트를 반복해도 일정한 제동력을 보였다는 점이 좋다. 초기만 좋은 성능을 내고 이후부터 급격히 성능이 떨어지는 모델들도 있는데 MKZ의 시스템은 일정한 성능으로 신뢰도를 주기에 충분했다.

연비는 시속 100~110km 구간서 약 17km/L 내외를, 시속 80km 정속주행시 약 19km/L내외의 효율을 보였다. 평속 15km 도심연비 시뮬레이션 결과 약 8km/L 내외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도심 연비는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정속주행을 제외하고 다양한 환경서 연비를 확인한 결과 복합적으로 6~7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성능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도 있지만 향후 개선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시내주행 연비를 확보해 주면 좋겠다.

기존 MKZ는 날렵한 디자인에 걸맞은 스포티한 주행성능과 고급스러운 주행감각까지 잘 아우르고 있었다. 하지만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조금은 부드러워진 느낌을 보여줬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감각도 좋다. 여기에 국산 준대형급 모델과 비교되는 구성도 자랑거리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반길 내용이다.

사실 기존 MKZ의 포지셔닝은 애매했다. 스포티한것도, 그렇다고 편한 것도 아니었다. 디자인은 젊은 취향을 노렸지만 차량의 주행성격은 또 달랐다.

하지만 이번 변화를 통해 MKZ의 성격은 확실해졌다. 편안하고 안락하며, 많은 편의장비를 갖춘 고급세단으로 거듭난 것이다. 물론 소비자 연령대가 과거보다 올라갔을 수 있다. 하지만 BMW는 물론 캐딜락, 아우디, 재규어, 이제는 벤츠와 렉서스까지 스포티함을 부르짖고 있다. 너도나도 스포티함만 강조하고 상황서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성격을 갖는 모델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모든 소비자들이 스포티함을 지향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