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알루미늄 테이프가 자동차에 미치는 영향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6.10.18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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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의 알루미늄 테이프 관련 특허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알루미늄 테이프를 차량 곳곳에 붙이면 주행 안정성이 향상되고 핸들링도 좋아지며, 심지어 연비까지 향상된다고 한다. 이 정도면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토요타는 무엇을 위해 알루미늄 테이프를 사용했고, 이것이 자동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토요타가 공개한 특허를 바탕으로 알아보자.

지구에는 대기가 존재한다. 대기는 눈에 보이지 않고 잡을 수도 없지만 지구를 꽉 채우고 있다. 자동차는 이 대기를 뚫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동 수단이다.

(골프공의 딤플은 와류에 와류를 더함으로 베어링 현상을 유도해 저항을 감소시킨다. [사진 LiveScience])

잠시 골프공을 떠올려 보자. 골프공에는 울퉁불퉁하게 생긴 딤플(Dimple)이 존재한다.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골프공의 앞부분은 공기를 가르지만 뒷부분은 갈라진 공기에 의해 진공 상태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진공은 공을 뒤에서 잡아끌어 더 멀리 날아가지 못하게 만든다. 이것을 항력(Drag)이라고 한다. 하지만 딤플이 있으면 공기가 딤플 주변에 와류가 만들어져 저항을 분산시키게 된다. 와류를 통해 항력을 최소화시켜 최대한 효율적으로 날아가게 하는 것이다.

토요타는 이런 개념을 접목시켜 차량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만드는 시트지 기술에 대한 특허를 갖고 있다. 문제는 미관을 해치게 된다는 것.

(항공기나 전투기 날개 상단에 위치한 돌기 같은 것이 와류 발생기다. [사진 How It Flies])

또 다른 개념을 짚고 넘어가자. 비행기는 매우 빠른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다. 이때 비행기 표면에 공기가 흐르게 된다. 하지만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 비행기 표면 공기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튕겨나가는 현상이 발생한다. 일정 속도 이상이 되면 공기가 표면을 흐를 여유도 없이 이탈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박리(Parting) 현상이라고 한다. 박리된 공기는 항력을 발생시킨다. 비행기에게 항력은 효율 저하로 연결되기 때문에 골프공의 딤플과 같은 원리의 와류 발생기(Vortex Generator)를 장착하게 된다.

자동차는 비행기 만큼 빠르지 않기 때문에 속도에 의한 박리현상 발생 비율이 크지 않다. 그보다 많은 역할을 하는 것은 정전기에 의한 박리 현상이다.

통상 대기는 양(+) 전하를 띤다. 문제는 자동차가 달리면서 또는 내부 기계 장치들로 인해 자동차 자체가 + 정전기로 대전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공기 흐름과 차체 사이에 정전기로 인한 반발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반발력은 공기 흐름의 박리를 불러오고, 결국 차체에 항력이 작용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토요타는 차량에 이온을 공급해 정전기 발생을 최소화시키려 했고 이에 대한 특허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차체에 대전된 정전기에 의한 공력 특성 변화까지 이끌어내지 못 했다.

토요타의 새로운 특허인 알루미늄 테이프는 바로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 전하를 가진 공기 흐름이 차량의 외부 표면으로부터 박리되는 것을 억제시키기 위한 것이다.

(날개 끝 부분에 부착된 바늘 같은 형상이 정전기를 대기 중으로 방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진 Marion Gunderson Art)

이 특허의 개념은 매우 간단하다. 차량에 대전된 + 전하를 방전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기가 박리되지 않고 차량 표면을 매끄럽게 흐르도록 만들어 준다. 항공기 날개 끝에 장착된 피뢰침같이 생긴 정전 방전기(Static Discharger)와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차량 표면에 공기가 매끄럽게 흐르지 않을 때 발생하는 문제는 야구의 너클볼을 생각하면 쉽다. 투수가 너클볼을 던지면 공이 회전하지 않고 앞으로 전진한다. 이때 야구공의 실밥으로 인해 불특정한 와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항력이 발생한다. 야구공의 어느 부위에 항력이 발생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야구공이 어떻게 움직일지는 공을 던지는 투수조차 모른다.

자동차도 동일하다. 자동차는 앞으로만 달려나간다. 이 과정에서 차량은 + 전하로 대전되고 차량 곳곳에서 공기의 박리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문제는 마치 너클볼처럼 차량의 주행 안정성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대체 자동차에 왜 정전기가 쌓이게 되는 걸까?

차량의 모든 부품이 금속으로 만들어지면 이와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량의 범퍼나 헤드램프, 도어 핸들 등의 부위는 플라스틱과 같은 합성 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최근 일부 차량은 탄소섬유도 활용한다. 이런 합성수지는 금속에 비해 전기 저항이 크기 때문에 공기 흐름에 의한 대전량을 키우게 된다. 결국 차량에는 + 전하가 쌓이게 되고, 이것이 차량의 공기 흐름에 영향을 주게 되는 것이다.

토요타는 자동차에 시동만 걸어도 약 100~200V의 정전기를 갖게 된다고 밝혔다. 이후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450V에서 최대 4,500V에 이르는 커다란 정전기가 축적된 상태가 된다고 한다. 2,000V 정도의 정전기를 갖게 되면 차량의 디자인 자체가 의미 없어질 정도로 박리 현상이 심해지게 된다.

알루미늄 테이프는 차량에 정전기가 쌓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원래 금이나 은, 구리도 사용 가능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토요타는 차량에 최적화된 형태의 알루미늄 테이프를 3M과 함께 개발했고, 구조는 일반 알루미늄 테이프와 동일하게 만들어졌다.

정전기를 배출시켜 공기 흐름이 매끄러워지면 골프공처럼 공기 흐름에 의한 저항이 감소된다. 저항이 감소했다는 것은 힘이 적게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다시금 연비 개선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한 차량 곳곳에서 저항이 발생하지 않으니 주행 안정감도 개선된다. 궁극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가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항력만 발생하며 차체가 요동치지 않기 때문에 핸들링 성능까지 개선된다는 개념인 것이다.

(알루미늄 테이프의 형상은 크게 중요치 않다.)

알루미늄 테이프가 방전시킬 수 있는 영역은 테이프 위치를 중심으로 약 150~200mm의 범위에 해당한다. 테이프 형상은 사각형이나 원형, 반원형,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 내부에 구멍이 뚫린 형태 어느 것이건 무관하다.

(표기된 부분이 알루미늄 테이프를 부착할 수 있는 위치.)

부착 위치는 공기 저항이 많이 발생하는 뾰족한 부위나 모서리 부분이 좋지만 꼭 이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세단이나 해치백 처럼 차량 외형의 차이에 의해 특정 부위에 부착해주면 효과가 증대되는 부분이 있다.

기본적인 위치는 범퍼 하단과 양 측면 끝부분, 엔진 후드 앞부분, 윈드 실드 상단과 하단, 사이드미러, B-필러 등이다. 토요타는 휠과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 전하량이 상당한 수준이지만 타이어에 직접 붙일 수는 없으니 스티어링 칼럼 하단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세단이나 해치백, MPV는 위와 같은 특정 부위에 부착하면 보다 큰 효과를 유도할 수 있다.)

세단의 경우 전면 윈드 실드 하단과 후면부 트렁크 중앙 부위에 부착하면 효과가 커진다. 후면이 절단된 형태의 해치백이나 미니밴의 경우 트렁크 리드 중앙 끝부분이나 리어 스포일러 중앙 하단부에 부착하면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외에 연료통과 언더커버, 배터리 부위에 부착해 추가적인 효과를 이끌 수도 있다.

언론을 통해 유포된 외부 부착 이미지는 토요타가 이해를 돕기 위해 보여준 임의 설정이다.

대전된 상태의 방전 조건은 공기의 양이나 속도와 관계없다. 토요타는 차량 외부서 보이지 않는 안쪽 부위에 부착시켰다고 밝혔다. 밀폐되지 않은 부위면 된다는 것. 또, 습도가 40%를 넘어서면 효과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알루미늄 테이프와 관련된 토요타의 새로운 특허 기술은 렉서스 4세대 RX, 토요타 노아와 같은 차량에 적용됐다. 공기역학적으로 디자인된 차량보다 박스 형태의 차량에서 보다 큰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MPV나 SUV 모델에 확해 적용될 계획이기도 하다.

만우절 농담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했던 토요타의 알루미늄 테이프 특허. 하지만 토요타의 접근 방식은 진지했고, 그만큼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특허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

현재의 자동차 산업은 상향 평준화에 이르렀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갖는 내연기관 엔진은 더 이상 개발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성능과 효율 면에서 한계에 와있다. 하지만 연료전지 기술이나 전기차로 한 번에 넘어가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

결국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것들을 만들기 위해 아주 작은 사소한 부분에 집중하고 개선해야 한다. 토요타는 정전기로 인한 저항에 집중했고, 결국은 해결 방안을 찾았다. 그만큼 남들보다 한 발 앞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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