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말리부 1.5T 시동꺼짐 문제 언제 잡힐까?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6.08.26 14:40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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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독자님으로부터 제보를 받았다. 오토뷰 추천으로 구입한 말리부 1.5 차량서 시동 꺼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좋은 평가를 얻었던 쉐보레 말리부. 하지만 1.5T 버전의 시동 꺼짐 문제는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게 된다.

특히 경사로에서 주차를 시도할 때의 시동 꺼짐 현상 빈도가 많았으며 일부 차량은 평지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지엠은 경사로를 바라보는 상황서 변속 레버를 D 레인지에 넣은 뒤 경사에 의해 차량이 뒤로 밀려날 경우 시동이 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인 HSA가 작동된 상황서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기능을 해제한 뒤 차가 뒤로 밀려나 일정 거리 또는 수초의 시간이 소요되면 파워트레인 보호를 위해 시동을 꺼버린다는 의견이다.

우리 팀은 1.5T 버전을 섭외해 이 의견에 대해 검증해 봤다. 그 결과 변속레버가 D 레인지에 고정된 상황서 일정 거리 이상 밀릴 경우 시동이 꺼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과거 르노삼성의 일부 차종서 이 문제가 보고된 이후 국산 및 수입차 상당수를 대상으로 이 시험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르노삼성의 일부 모델서 처음 발견된 증상이었고 르노삼성 측도 엔진 보호를 위해 자동으로 시동을 끄도록 설정 했다는 의견을 전달해 왔었다. 당시 르노삼성차의 시동 꺼짐 문제는 엔진 계통의 배선 문제에 의한 밝혀졌으며 이를 무상 수리해 주는 것으로 결론났다. 경사로 시동 꺼짐 문제와 배선 문제에 의한 시동 꺼짐은 별개의 사안이었던 것이다.

이후에도 우리 팀은 다양한 국산, 수입 차량들을 통해 언덕서의 밀림에 따른 시동 꺼짐 현상을 시험했고 그 결과 엔진 보호를 위해 시스템을 정지시키는 설정을 하는 브랜드가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예외도 있다. 렉서스 IS는 HSA 작동 상황서 가속페달을 살짝 밟아 HSA를 해제시키고 차량을 뒤로 밀리도록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밀리는 순간 다시금 HSA를 작동시켰던 것이 이유다. 반대로 내리막길에서 기어를 R에 고정하고 가속페달을 살짝 밟은 뒤 놓아도 차량이 앞쪽으로 미끄러지지 않았다.

참고로 차량이 미끄러져 시동이 꺼지려면 생각보다 긴 거리가 필요하다. 오르막길에서 기어를 D에 고정하고 차가 수 미터 이상 뒤로 미끄러지도록 운전하는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때문에 현재 예상되는 것은 엔진 제어(ECM) 부분이다. 2.0T 가 아닌 1.5T 버전서 유독 이 문제가 나온다면 1.5T에 한정된 문제로 볼 수 있다. 엔진이 다른 만큼 당연히 ECM의 제어 프로그램도 다르게 설정되기 때문이다. 참고로 과거 테스트한 말리부 2.0T의 아이들링 속도는 약 650rpm, 에어컨 작동시 800으로 상승했다. 1.5T 버전은 기본 680rpm을 유지하며 rpm 에어컨을 켜면 820rpm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자동차의 연비를 올리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아이들링 rpm의 제한이다. 아이들링 때 rpm을 낮춰주면 소모되는 연료를 줄일 수 있다. 이는 ECM(엔진 제어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부분으로 연료 소모율을 낮추는 장점이 있는 반면 아이들링이 불안정해 지는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rpm을 낮춘 상황서 연료 품질이 떨어지면 아이들링을 유지하기 위한 부담이 더 커진다. 또, 변속기를 조작하는 동안 저항값이 변경돼 rpm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자동차 리콜 센터에 등록된 말리부 1.5 터보 관련 결함 신고 내역. 상당부분 시동꺼짐 관련이다.)

말리부의 시동 꺼짐 증상에 대해 한국GM 홍보팀에 문의한 결과 이미 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언덕길에서의 시동 꺼짐 문제는 시스템 보호에 의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기타 변수까지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특히 평지에서 시동이 꺼진 차량에 대해서는 세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잡아내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동이 꺼졌다는 소비자들의 상황을 재현하기 어렵다. 동일 조건 구현이 어렵다면 이 조건을 구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前 자동차 엔진 개발 담당이자 오토뷰 자문 위원인 모 연구원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황만 구현된다면 이를 잡아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라 밝혔다.

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사용한 각각의 연료 품질도 다르며 기온과 습도 등 운전자의 습관 등 다양한 변수가 따르기 때문이다.

가령 대기온도 33~35도, 엔진 흡기 온도 45~50도, 습도 65~70%, 에어컨 ON, 옥탄가 86~88ron 사이, 기어를 R에서 D로 바꾸는 순간 일시적으로 시동이 꺼진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온도가 원인이었다면 대기온도 및 흡기 온도가 떨어질 경우 시동 꺼짐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위의 조건을 유지한 채 변속 레버를 1~2초 이내에 빠르게 바꾸는 경우 문제가 없고 느긋하게 2초 이상으로 나눠 바꾸면서 문제가 나온다면 이와 같은 동일 조건을 구현하지 않는 이상 증상을 찾아 내기 어렵다.

즉, 다시 경험하기 힘든 우연에 가까운 특수 조건에서의 일시적인 부하가 시동을 꺼지게 만든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일시적인 증상은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스캐너 등을 통해 점검을 해도 검출되지 않는다. 차를 구입한 소비자와 제조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이유다.

물론 다른 변수도 있다. 특정 기간에 생산된 1.5T 엔진 계통의 일부 부속 품질에 문제가 있을 경우다. 흡기계통은 물론 전기계통의 문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다각도의 점검이 필요해진다. 어이없게도 특정 모델에 장착된 점화 플러그 몇 개의 품질 문제가 이런 현상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도 품질 관리에 대한 질타를 받아야 한다. 품질은 현세대 자동차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량에 장착된 전기계통(블랙박스, 애프터마켓 내비게이션)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각 제조사들은 이와 같은 부가적인 기기까지 장착해 시험하지 않는다. 오토스탑 작동 가능성도 있겠지만 확률은 많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각종 전자 제품들이 장착되는 경우가 대부분인 만큼 제조사들도 부가적인 기기 관련 테스트를 진행할 필요가 있겠다. 기기 장착에 따른 저항값 변화를 가늠하기 위함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이 겪은 상황을 찾아내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각 제조사들은 자동차 출시를 앞두고 다양한 조건을 설정해 가며 문제를 찾는다. 영하 수십 도의 혹한지는 물론 뜨거운 사막에서도 차량 테스트를 진행한다. 최대 RPM을 유지한 채 수십 시간 동안 엔진을 구동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확률의 문제가 소비자들에 의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다행인 것은 이번 말리부의 시동 꺼짐 증상이 주행 중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또한 이 점이 낮은 rpm 서의 제어 영역을 문제를 예상케 하는 이유다.

현재로서는 한국지엠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이 조건을 찾아낼지 여부가 관건이다. 또한 그 시간을 당겨야 한다.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이 불안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 어찌됐건 쉐보레 고객센터가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이 문제를 제보한 독자님은 차량 문제와 관련해 7~8 차례나 쉐보레 고객센터에 항의를 했음에도 업체 측으로부터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차량에 문제가 생겨 답답해진 소비자의 마음을 들어주지 못할 망정 오히려 귀를 닫은 것은 제조사의 명백한 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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