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엔지니어가 말하는 자동차 길들이기란?

  • 기자명 김기태 PD 김선웅 기자
  • 입력 2016.04.25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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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매우 고가의 소비재다. 사실상 집 다음으로 비싼 가격을 갖는다.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내 차를 아끼기 위해 신차 구입 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할지 많은 정보를 찾아본다. 이중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 바로 신차 길들이기다. 내 차를 잘 관리하기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형화된 길들이기 방법도 없을뿐더러 그만큼 다양한 본인만의 노하우가 인터넷상에 맴돌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를 직접 개발하는 연구원의 생각은 어떨까? 쉐보레 트랙스의 개발 책임을 맡고 있는 한국지엠 오승균 차량 성능 개발 책임자(Lead Development Engineer)를 만나 올바른 자동차 길들이기 방법을 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차 길들이기라는 것은 ‘필요치 않다.’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신차나 부품을 길들인다는 표현 자체를 하지 않을 정도다.

현재 우리가 표현하고 있는 길들이기라는 것은 과거에 표현하고 사용됐던 방법이다. 예전에는 금속 가공 기술이 완벽하지 않았다. 때문에 초기에 각종 부품들이 작동하면서 마모가 발생하고, 이로 인한 불순물이 발생할 수 있었다. 때문에 신차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일을 교체 하는 방법이 유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보다 높은 완성도의 가공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부품의 내구성 및 내마모성도 향상됐다. 초기 마모로 인한 불순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신차 구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오일교체를 해줄 필요가 없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물론 오일이란 것은 자주 교체해서 나쁠 것은 없는 부품이다.

예열 작업 역시 크게 필요치 않다. 이미 이보다 혹독한 환경에서 테스트를 끝낸 후 양산시키기 때문이다. 장기간 공회전은 오히려 환경이나 차량에 좋지 못할 수 있다.

예열작업보다 중요한 것은 시동을 걸자마자 급가속을 하는 것이다. 잠에서 깨자마자 전력으로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부담이 가해지는 것이다. 이는 엔진이나 동력 계통에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다. 또 디젤엔진의 경우 불완전 연소 비율이 상승할 수도 있다.

별다른 길들이기가 필요 없다고 신차를 받고 나서 아무렇게나 주행하는 것은 좋지 못한 습관이다. 변속기의 경우 학습 능력이 있다. 이러한 학습을 바탕으로 차량이 적절한 성능과 부드러운 변속이 가능한 것이다. 때문에 학습은 다양하게 시켜줄수록 좋다. 이를 위해 국도, 고속도로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속도로 주행 해주는 것이 좋다. 천천히 주행한다고 차량에 좋은 것은 아니다.

또 한가지는 변속기를 중립으로 설정하는 습관이다. 내리막길에서 변속기를 중립으로 설정하면 변속기 내구성도 좋아지고 연비도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립 주행은 연료 차단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오히려 연비가 나빠질 수 있다. 또한 주행 중 N에서 D로 변경시키면서 충격이 발생하기 때문에 내구성도 악화된다.

브레이크의 경우 최적의 성능 발휘를 위해 신차 구입 후 약 500km까지는 부드럽게 조작해야 한다. 브레이크 패드와 로터가 서로 적응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버니시(Burnish)라고 한다. 급정지를 반복한다면 패드와 로터에 무리를 줄 수 있으며 이상적인 제동력을 발휘하기 어려워진다.

차를 아낀다고 주차장에만 모셔두는 것도 차량에는 좋지 않다. 각종 기계들이 장시간 움직이지 않다가 갑작스럽게 작동하면 스트레스가 커지기 때문이다. 자동차에게는 정기적으로 고르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

차량 구입 후 바로 유리막 코팅을 하거나 각종 광택 작업을 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차량의 페인트는 제작되는 과정서 뿌려지고 구워지는 과정을 거친다. 이 페인트가 제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약 1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전에 작업을 하면 오히려 도장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고성능 차량의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인 메르세데스-AMG의 매뉴얼에 따르면 차량 구입 후 첫 1,500km까지는 다양한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경험시켜주는 과정을 추천한다. 단, 최대 속도로 주행하는 등 엔진에 무리는 주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시점에 변속을 하는 학습 과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엔진과 변속기에 무리를 주지 않기 위해 엔진회전수가 붉은색 영역(레드라인)에 도달하기 전에는 변속을 해야 한다. 또한 속도를 낮출 때 수동으로 저단 변속을 진행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초기부터 무리한 스트레스를 가하지 않기 위해서다.

결국 차량 길들이기라는 것은 ‘길을 들인다’는 것이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의 관리’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초기 길들이기만 잘 하고 관리 하지 않은 차와 별다른 길들이기를 하지 않았지만 꾸준히 관리를 했던 차가 있다. 당연히 연식과 주행거리가 같다고 해도 후자의 차량이 훨씬 상태가 좋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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