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그래서 초고장력 강판은 무엇인가?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6.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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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차가 출시되면 이러한 문구를 종종 접할 수 있다. “초고장력 강판 oo% 사용”. 한 제조사가 이 부분을 강조하니 너도나도 신차 출시 때마다 초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였다고 한다.

제조사들은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해 강성과 안전성을 높이면서 무게까지 줄여 연비개선이 가능하고 주행성능이 향상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쯤 되면 거의 “신의 금속” 수준이다. 대체 초고장력 강판이 무엇이길래 제조사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일까?

강성이 높아지고 무게가 감소한다는 것.

거미줄을 예로 들어보자. 거미줄은 강철보다 20배 질기다고 한다. 하지만 거미줄은 손으로 쉽게 끊을 수 있지만 강철은 절대로 손으로 끊을 수 없다. 무슨 뜻일까? 동일한 무게, 동일한 두께 등 같은 조건이 전재됐을 때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초고장력 강판도 동일하다. 일반 철판 100kg을 사용한 자동차와 초고장력 강판 100kg을 사용한 자동차를 비교하면 후자가 훨씬 높은 강성을 갖는다.

반대로 일반철판 100kg을 사용한 자동차의 강성이 10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때 2배 강력한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면 10이라는 강성을 만들기 위해 50kg만 사용하면 된다. 강성은 유지했지만 50kg의 경량화가 이뤄진 것이다.

위와 같은 두 가지 개념 사이에서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적절히 조율하면 차량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초고장력 강판의 최대 매력이다.

그럼 초고장력강은 무엇인가?

사전적인 뜻은 연질의 조직에 경질조직을 첨가해 강도를 높인 것이다. 쉽게 다양한 철 성분 중 최고 수준으로 높은 강도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초고장력강 밑에 고장력강이, 고장력강 밑에 일반 강판이 존재한다고 이해하면 쉽다.

정답인듯 아닌듯 초고장력강의 범주

사실 초고장력 강판의 공식 국제 규격은 없다. 철강사에서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철강 제품들이 통일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세계 자동차 철강 협회(World Auto Steel)는 고장력 강판은 HSS(High-Strength Steels), 이보다 높은 강판(초고장력강)은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로 정의하겠다고 공표했다. 이에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철강사를 포함한 많은 철강사들이 초고장력 강판을 AHSS로 표기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표기법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다. 때문에 일부 철강사들은 UHSS(Ultra High Strength Steel)라는 이름으로 초고장력 강판을 표기하고 있다. ‘Ultra’라는 이름 때문에 ‘Advanced’보다 높은 등급 같아 보이지만 사실 동일한 개념이다. 단, 수치는 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수치. 00kg급, 혹은 000MPa급 강판이라는 뜻 역시 법적인 정의가 아닌 철강사들 간 통용되는 약속에 해당한다. 현재 세계 자동차 철강 협회는 AHSS의 정의를 인장강도 590MPa, 환산시 60kg/㎟급 이상을 지칭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UHSS는 780MPa, 환산시 80kg/㎟급 강판으로 통용되고 있다.

60kg급이건 100kg급이건 200kg급이건 모두 AHSS, 즉 초고장력 강판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다.

수치에 민감해질 필요가 없다.

일부 제조사는 새로 출시한 신차에 초고장력 강판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좋다. 초고장력 강판의 정의는 철강업체간 약속으로 정해졌지만 제조사가 발표하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 수준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 수준을 AHSS 기준인 60kg/㎟ 이상부터 퍼센트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100kg/㎟ 이상 강판부터 초고장력 강판 적용 수준을 표기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보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 수치가 낮을 수 밖에 없다. 르노삼성은 SM6 출시와 함께 아예 130kg/㎟급 강판 적용 비율을 앞세우고 있다. 수치적인 적용 비율은 낮을지 모르지만 일반적인 초고장력 강판보다 2배 이상 강력하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인장강도와 항복강도에 따른 수치 변화도 존재한다. 인장강도(Tensile Strength)는 1㎟ 면적을 양쪽으로 당겨 끊어지는 시점의 힘이다. 항복강도(Yield Strength)는 1㎟ 면적을 복원하지 못하는 시점까지 변형시키는 힘이다. 끊어지는 시점까지 힘이 가해져야 할 인장강도의 수치가 더욱 높을 수 밖에 없다.

단순한 계산으로 초고장력 강판이 많이 사용되면 적게 사용한 차보다 튼튼하다. 하지만 이는 “철”이라는 재료만 사용했다는 가정에 한에서다.

제네시스측이 EQ900을 출시했을 때 강조한 부분은 51%(인장강도 60kg/㎟ 기준)의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때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같은 프리미엄 대형세단의 평균 적용 비율은 27%라고 비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는 강철만으로 차량을 제작하지 않는다. 알루미늄 합금을 비롯해 마그네슘 적용 비율도 증가시키고 있으며, 최근에는 탄소섬유도 사용하고 있다. 수치적인 초고장력 강판 적용비율 자체는 낮아졌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보다 견고하면서 무게도 감소시킬 수 있고 안전성능까지 강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재료를 접목시키고 있다.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이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또한 초고장력 강판 자체가 만능은 아니다. 특성상 연성이 부족해 가공이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사고 발생시 높아진 수리비는 소비자와 보험사의 부담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좋은차는 초고장력 강판 수치로 결정되지 않는다.

제조사는 신차를 출시하기 위해 많은 수많은 실험을 반복한다. 더 커졌지만 가벼워졌으며, 더불어 안전성능까지 향상돼야 경쟁 모델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파워트레인 개발은 물론 신소재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결국 초고장력 강판과 같은 소재는 어떠한 형태든 적용 범위가 넓어질 수 있으며, 다시 낮아질 수도 있다.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초고장력 강판은 좋은 자동차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한 부분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써 좋은차라는 것을 대변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필요한 재료를 적절하게 분배해 최고의 성능을 내도록 하는 기술과 노하우다. 소비자는 초고장력 강판 00%와 같은 수치에 현혹되기보다 직접 타보고 자신에게 맞는 차량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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