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낸 자동차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10.0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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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이끈 자동차, 1부

사람마다 이유는 다르지만 자동차를 선택하는데 있어서 일종의 ‘유행’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유행은 대중 브랜드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먼저 제시를 하고 선도해나가는 것이 보통이다. 새로운 시도는 시장에서 실패할 수 있는 위험도 높다. 하지만 성공하면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큰 영향력을 미친다.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어낸 자동차로 가장 널리 알려진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의 CLS-클래스다. 200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컨셉트카로 등장한 CLS-클래스는 4도어 쿠페의 장르를 개척한 모델이다.

CLS-클래스는 첫 등장부터 많은 말을 만들어냈다. 판매에서 E클래스 고객을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았다. 하지만 CLS-클래스는 기존의 정형화된 세단과 차별화된 독창성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또 E-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의 틈새 시장을 창출해 내기도 했다. 1세대 CLS 클래스는 출시 후 6년 동안 17만대 넘게 판매됐다.

4도어 쿠페라는 장르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아우디는 A7을, BMW는 6시리즈 그란쿠페를 내놨다. 포르쉐의 파나메라, 애스턴마틴의 라피드 등도 연이어 출시됐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러한 움직임을 뒤따라 대중 브랜드 역시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폭스바겐의 파사트 CC가 대표적이다. 현대 아반떼와 쏘나타 역시 쿠페를 연상시키는 둥근 루프라인을 갖고 있다.

벤츠가 세단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면 BMW는 SUV 시장을 흔들었다. BMW는 1999년 자사의 첫 SUV 모델인 X5를 출시했다. 당시 SUV의 인식은 ‘비포장도로를 주행할 수 있고 큰 공간을 갖는 자동차’였다. 하지만 BMW는 X5를 내놓으면서 마치 스포츠세단을 타는 것과 같은 성능을 강조했다.

출시 초기에는 SUV가 달리기 성능을 언급한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할 자동차가 일반도로에서 빨리 달린다는 것 자체를 불필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SUV도 잘 달릴 수 있다는 것이 X5를 통해 증명되자 순식간에 인기를 독차지하게 됐다. SUV를 구입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오프로드 주행을 하지 않는다는 계산이 적중한 것이다.

X5의 성공은 많은 SUV를 도심형 승용차로써 변화시키게 됐다. 그만큼 디자인 역시 강인하고 투박한 인상보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BMW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고성능 브랜드 ‘M’과 함께 X5M을 출시하기도 했다. 잘 달리는 SUV에 이어 가장 잘 달리는 SUV로 시장의 입지를 확고이 한 것이다.

SUV의 쿠페화 역시 BMW가 주도했다. X5가 SUV의 정체성을 유지했다면 2007년 등장한 X6는 스포츠 쿠페라는 뜻의 SAC(Sports Activity Coupé)임을 주장했다. 마치 쿠페를 연상시키는 모습뿐만 아니라 실제 달리기 성능도 한층 강화됐다. 고성능 모델인 X6M과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브 하이브리드 X6 등 다양한 제품군도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출시됐다.

스타일과 성능에 매료된 소비자들은 X6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BMW는 동생격 모델인 X4를 추가하면서 SAC 라인업을 확장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경쟁모델로 GLE 쿠페를 공개하면서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X5부터 시작된 새로운 SUV 시장은 포르쉐가 뛰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맏이 했다. 매우 높은 성능만큼 매우 높은 가격을 갖는 호화 SUV 시장이 열리게 된 것이다.

1억원 이상을 쉽게 넘기는 SUV인 카이엔 역시 출시 초기 많은 말들이 오고 갔다. 스포츠카 브랜드와 SUV간에 연결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격대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카이엔은 대성공을 거뒀다. 상류층을 만족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와 희소성,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활용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포르쉐의 성공을 목격한 럭셔리 브랜드는 앞다투어 SUV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가장먼저 시장에 진입할 브랜드는 벤틀리다. ‘가장 호화롭고 빠른 SUV’라는 타이틀을 갖는 벤틀리의 SUV는 2012년 제네바 모터쇼서 컨셉트카를 공개해 시장 반응을 살펴본 뒤 이번 2015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를 통해 ‘벤테이가’를 정식 공개했다. 벤테이가는 벌써 2천대 이상 사전계약이 진행됐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브랜드 마세라티 역시 ‘르반테’라는 이름의 SUV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르면 2016년 공개할 예정이다.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도 ‘우르스’를 통해 SUV 시장에 뛰어든다. 이외에 아우디도 현행 Q7보다 상급으로 위치할 Q8을 준비 중에 있다.

SUV가 다양한 형태로 변화중에 있다면 해치백 시장은 변함없이 골프를 중심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특히 골프 GTI는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대표적인 고성능 해치백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소형 해치백이지만 스포츠카 못지 않는 주행성능을 발휘한다는 점 때문에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다. 특히 누가 타도 빠른 주행이 가능한 안정적인 성능 발휘와 높은 완성도 덕분에 ‘중앙일보 2015 올해의 차 성능상’을 받기도 했다.

성능을 중심으로 또 다른 이색적인 도전을 한 모델이 있다. 인피니티 Q50 S 하이브리드가 그것이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는 연비를 높이기 위한 기술로 인식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고성능 엔진과 고성능 모터를 결합시켜 매우 높은 성능의 스포츠세단을 만들어냈다. 실제 Q50 S 하이브리드의 엔진과 변속기를 장착한 M35h가 가장 빠른 가속력으로 기네스 기록을 달성한 바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빠를 수 있다는 것을 직접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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