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국내 환경부가 벌금 부과할 자격 있을까?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5.09.24 14:32
  •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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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중심이 되던 디젤 모델들의 배기가스 논란이 거세다. 또, 많은 매체들이 이번 이슈를 바탕으로 환경부에서 40억을 부과할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리고 대상은 4개 차종 기준 6천여대로 집계돼 있다.

우리는 여기서 몇 가지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비 및 출력 향상을 위한 폭스바겐의 꼼수는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내에 차를 판매하는 폭스바겐코리아에서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자동차 수입사의 프로세스로 봤을 때 폭스바겐코리아가 이 사실을 알 가능성은 희박하다. 폭스바겐 코리아가 할 수 있는 것은 상품 구성(편의장비 등)에 대한 오더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기본 상품이 수입된 이후 한국형 내비게이션 등을 장착해 판매하는 것이 수입사가 할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환경법이 특별하지 않은 이상 별도의 ECM 프로그램을 독일 본사가 만들어줄 이유도 없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코리아에게 고의성이 있었을까? 가능성은 희박이다. 정확히 그런 정보를 가질 위치에 있지 않다. 단순 수입에 머물 수 밖에 없는 수입사의 한계 때문이다.

포드 익스플로러를 예로 들어보자. 국내 수입되었던 인기모델 익스플로러는 트렁크 부분 누수로 곤혹을 치뤘다. 하지만 미국 본사는 이 사실을 보고받고도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다. 결국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수입한 차량마다 직접 실리콘 처리를 해서 차를 출고했다. 본사에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 수입사들의 현실이다. 이런 실정에서 ECM 등의 내부적인 정보까지 공유해준다는 것이 가능할까? 업계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국내 매체들이 주목하는 것은 환경부에서 얼마의 벌금을 물리느냐에 맞춰져 있다.

국내 대기환경보전법을 근거해 업체가 배기가스 규제를 고의로 속이거나 신고 사항과 실제 제원이 다를 경우 차종 당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4개 차종에서의 문제로 결론나면 최대 40억원이 부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매체는 이번 사태로 현대차그룹의 신뢰도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를 내놨다.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그럴싸한 얘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시장서 이와 같은 사태를 겪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정확히 더 많은 차량에서 유사 문제가 있었던 전례가 있다.

현대차는 유로5 엔진을 내놓으면서 친환경성을 강조했다. 또한 해외 차량에 뒤쳐지지 않는 성능을 부각하고자 노력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은 2.0 R 엔진이었다.

과거 우리팀이 테스트한 현대 투싼IX는 하단 자료처럼 158마력의 성능을 보인 바 있다. 이 차량은 현대차에서 공식 제공한 것으로 좋은 컨디션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1년 뒤 같은 파워트레인을 사용하는 스포티지R의 테스트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차량은 렌터카에서 섭외한 모델이었다. 그리고 이 모델은 하단 그래프와 같이 170마력 이상의 성능을 보여준 바 있다. 어느 순간부터 성능이 급격히 향상된 것이다. 물론 계측장비는 동일했다.

무려 10%에 달하는 성능 향상이 이뤄진 것이다. 성능 향상에 대해 문의한 결과 현대차 측은 성능 개선을 위한 노력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엔진은 그대로이지만 효율성을 개선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엔진 자체의 튜닝을 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동일 파워트레인에서 성능을 올리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 어쨌든 당시의 2.0R 엔진은 어느 순간부터 상급 2.2 R엔진과 유사한 성능을 내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당시 2.0 R엔진의 EGR 밸브가 특정 조건에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와 같은 EGR 밸브의 활성화 여부는 엔진을 제어하는 ECM에 의해 결정된다. 그리고 ECM의 핵심은 소프트웨어... 즉, 프로그램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에 의해 작동조건이 변경될 수 있다.

EGR은 유로5 디젤 엔진에서 친환경성을 유지하는 핵심 부속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면 성능 및 연비가 저하된다. 결국 연비와 성능을 올리기 위한 꼼수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참고로 모든 조건에서가 아닌 특정 조건에서만 작동되도록 만드는 작업이 더 복잡해진다.

실제 일부 동호회(카페)에서는 ECM 업데이트 이후 출력과 연비가 떨어진다는 내용이 공유되기도 했다.

그리고 투싼ix, 스포티지R 등2.0 R 엔진을 사용하는 모델들이 대상으로 밝혀졌다. 폭스바겐처럼 6천여대 수준이 아니다. 국내 인기 모델들이 바탕이 된 만큼 20만대 이상이 이에 해당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알려지자 현대차는 자발적 수리라는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대처에 대한 적극성이 떨어졌다.

자발적 수리라는 명목으로 ECM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 하다 보니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르고 넘어간 소비자들도 부지기수다. 다른 문제로 서비스 센터 등을 방문해야 ECM 업데이트가 있다는 사실을 안내 받을 수 있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마니아들은 이와 같은 ECM 업데이트를 환영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환경적 측면보다 가시적인 성능과 연비를 잃는 것에 대한 반감이 컸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도 도로를 다니는 수많은 R엔진들이 매연을 뿜어내고 있다. 환경부에서는 업데이트 미적용 차량이 4만여대에 달한다고 알고 있다.

한편 공식화 되었던 스포티지R, 투싼iX 외 쏘렌토R의 경우도 ECM 업데이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다. 또, 업데이트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에게 향후 업데이트를 받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아갔다. 자사의 꼼수 등에 의한 업데이트의 책임을 '동의서'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우리팀은 2011년형 쏘렌토R을 보유한 직장인 이모씨를 통해 현재도 이와 같은 업데이트가 이뤄지는 확인해 봤다. 중요한 것은 현재는 서비스센터에서 업데이트를 해주지 않고 있다. 9월 24일 기준 고객센터와 서비스 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에 대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또한 차량 번호를 입력해도 그와 같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이미 지난 일이다. 지금에 와서 잘잘못을 따지기엔 많은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환경부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큰 실망감을 표하게 된다.

현재는 미국 환경청의 근거를 바탕으로 이제서 일부 차량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고 있다.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국내에서 차량이 판매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인증이 필수다. 하지만 이와 미국 환경청이 발표하기 전까지 국내 환경부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에 와서 자체 검사와 벌금 부과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이제서 환경부의 이름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려는 것일까?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일어났던 문제에 대해서는 왜 묵묵부답이었을까? 정확한 기준을 근거로 1%를 초과해도 20%를 초과해도, 또한 그 이상을 초과해도 문제는 문제다.

관련법을 근거로 본다면 현대차 그룹이 판매했던 차량대수를 근거로 수십억 가량의 벌금을 부과했어야 한다. 판매대수를 감안한다면 이 역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6천대와 수십대를 같은 수준으로 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폭스바겐코리아에 벌금이 부과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적어도 형평성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한다면 현대차그룹에 대한 벌금 부과를 다시 검토하거나 폭스바겐코리아에 대한 벌금을 부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이제서 폭스바겐코리아에게만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것도 우스운 꼴이 된다는 말이다.

국민에게 힘이 있다면 미국 환경청처럼 문제를 찾아내지 못하고, 과거 문제를 방치했던 환경부에 벌금을 물리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어떤 경우건 미국 환경청에 대한 신뢰도는 상승했다. 반면 이제서 뒷북 친 국내 환경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저하는 막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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