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형 아반떼, 차도 안보고 계약하는 소비자에게 과자 준다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5.08.27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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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전 계약엔 문제가 많다.

우선 다음 내용부터 살펴보자.

현대차는 26일부터 자사의 영업점을 통해 9월초 출시되는 신형 아반떼에 대한 사전 계약을 받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몇몇 장비와 인테리어 실루엣을 공개했다.

그리고 사전 예약 이후 출고한 소비자 10명을 추첨해 LA오토뷰, 미술관, 유니버셜 스튜디어를 방문하는 투어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했다.

이후 이벤트에 당첨되지는 않았지만 계약 후 출고하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프리미엄 쿠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정리해 보자면 차도 안보고 덜컥 계약한 뒤 구입한 소비자 10명을 추첨해 여행보내준다는 얘기다. 그리고 차도 안보고 계약 후 구입한 소비자들에게 과자를 주겠다는 것이다.

얼마나 대단한 과자인지는 알바가 아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전 계약 문화에 대해서 만큼은 지적이 필요하다.

뭐랄까. 사전 계약으로 차를 구매한다는 것은 맞선을 위해 만난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 결혼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이 얘기는 현대차나 아반떼를 꼬집는 것이 아니다. 현재 만연하고 있는 잘못된 자동차 문화 중 하나를 지적하는 것이다.

물론 대안이 없는 특별한 제품을 사전 예약해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는 다르다. 수천만원의 기본 가격을 갖고 있으며 최소 몇년 이상을 함께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상품을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구입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닐까?

또하나 소비자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바로 상품의 완성도다.

많은 소비자들이 대기업이 만든 상품인 만큼 아무런 문제 없이 출시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출시 시기가 임박한 상황서 발견된 일부 문제가 심각치 않다고 판단할 경우 우선 시장에 내놓고 보는 제조사들도 있다. 또, 제조사 자체 테스트에서 발견되지 못한 문제들이 소비자들에 의해 발견되기도 한다.

BMW와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라고 다를까? 2억 5천만원에 육박하던 가격표를 가졌던 과거 BMW 760Li의 엔진도 완벽치 못했다. M5와 같은 고성능 모델은 밸브타이밍 계통의 문제로 일정 주행거리마다 센터를 방문해 조율을 받아야 했다.

아우디 역시 다르지 않다. 우리팀이 시승한 아우디 Q7의 초기형 3.0 TDi 모델은 60km/h 미만의 일정 구간서 시동이 꺼지는 현상을 보인 바 있다. 때문에 이 부분을 지적했다. 당시 아우디 홍보팀은 해당 차량만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아우디 본사는 1년뒤 이 엔진의 문제를 공개하고 엔진을 변경했다.

먼저 차를 구입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얘기다. 기아 쏘렌토는 높은 완성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시트의 녹문제에 쌓여있다. 한국지엠도 2009년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내놓았을 때 CD플레이어의 가격을 매우 높게 책정한 바 있다. 당시 가격은 4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상급의 젠트라의 옵션 보다 비싼 가격을 갖고 있었다. 또한 중간 트림 미만급의 뒷좌석에 파워윈도우가 아닌 와인더를 장착했다. 하지만 6개월 뒤 CD플레이어를 기본 장착했으며 손으로 돌려 윈도우를 닫는 와인더도 없앴다. 결국 먼저 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손해를 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일부 소비자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차를 빨리 받기 위해 노력한다. 아반떼를 예로 들어보자. 처음 차가 출시된 지 얼마간은 다른사람들은 눈길을 받는다. 하지만 부러움의 눈길이 아닌 호기심일 뿐이다. 그나마 몇개월 지나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얼마전 출시된 기아 차의 신형 K5도 이미 택시로 판매되어 도로 위에서 만날 수 있다.

어떤 문제가 나왔을 때 제조사를 욕하는 소비자들은 많다. 하지만 자신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는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손해는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즉, 소비자 스스로가 똑똑해져야 손해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차량 출시 이후 일정기간 동안 시승차를 운영하지 않기도 한다. 대신 날짜를 하루 정해 기자들 수십명을 모아 놓고 짧은 시승을 통한 맛만 보여준다. 이후 포털의 메인화면을 차지하기 위한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제조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법이다.

수십만원 가량의 카메라 하나 구입하기 위해서도 이런저런 정보들을 참고한다. 하지만 수천만원짜리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안달낼 필요가 있을까? 지금 못사면 없어지는 자동차라면 얘기가 다르다. 물론 그런 상품군은 극소수의 VIP들을 대상으로 한다. 적어도 당신이 구입할 그 차는 언제든 공장에서 찍어낼 수 있는 상품일 뿐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의 완성도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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