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엔진도 물이 필요하다, 워터 인젝션 시스템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08.24 16:35
  • 댓글 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연기관 엔진 내부에서 연료를 연소시키고 이 힘을 회전력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가솔린, 디젤, LPG등의 연료가 사용된다. 모두 폭발을 통해 에너지를 전환시키는 것이 가능한 물질들이다. 하지만 여기에 물을 분사한다면 어떻게 될까?

엔진에 물을 분사하는 장치는 이름 그대로 WI(Water Injection)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과거에는 연료가 미리 폭발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ADI(Anti-Detonant Injection)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실제로 엔진에 물을 분사하는 기술이다. 왜 엔진에 물을 넣을까?

학창시절 기화열, 혹은 증발열과 관련한 내용을 접했을 것이다. 액체가 기화하여 기체로 변하는 과정에서 흡수하는 열을 뜻한다. 한여름 길 위에 물을 뿌려 열기를 식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하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워터 인젝션은 이러한 현상을 응용한 것이다. 압축과 폭발을 반복하는 특성상 엔진 내부는 고온 고압의 환경을 갖는다. 여기에 물을 뿌려 엔진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물론 연료와 물이 섞이는 것 자체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물은 연료분사장치가 아니라 엔진의 흡기 부위에 뿌려준다. 흡기 온도를 낮춰주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온도를 25℃를 낮출 수 있다.

온도가 높으면 밀도가 낮아진다.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밀도가 높아진다. 실린더 내부에는 온도가 높은 공기보다 온도가 낮은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공기가 더욱 많아지면 폭발력이 강해져 성능 발휘에 유용하다. 또한 완전연소 비율도 높아진다. 완전연소 비율이 높아진다는 것은 질소 산화물의 발생 비중도 낮아진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효율이 높아지는 것이다.

온도를 낮춰준다는 것은 연료가 점화시점보다 앞서 폭발해버리는 노킹까지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고성능 차량의 경우 노킹 발생 억제를 위해 옥탄가가 높은 고급휘발유를 사용한다. 참고로 옥탄가라는 뜻은 노킹을 억제하는 정도를 표현한 것이다. 고급휘발유의 사용이 노킹을 억제하는 수동적인 방법이라면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노킹을 억제하는 능동적인 방법인 것이다.

노킹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면 휘발유 엔진의 압축비를 더욱 높일 수 있다. 터보 엔진의 경우는 부스트 압력을 높여 보다 강력한 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열에 민감한 부품들의 내구성도 높아져 엔진의 신뢰성도 높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기술은 세계 2차대전 당시부터 사용됐다. 당시 가솔린을 사용하는 피스톤 방식의 엔진을 사용했던 비행기들은 이륙하기까지 많은 활주거리가 필요했다. 엔진의 출력을 높이면 짧은 거리만으로 이륙을 할 수 있었지만 엔진에서 노킹이 발생했다. 또 전투기의 경우 근접 전투가 발생하는 도그 파이트 상황에서 기동력 향상을 위해 순간적으로 출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때 워터 인젝션 기술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2년 공개된 올즈모빌의 F85라는 자동차를 통해서다. 6~8리터에 이르는 거대한 용량의 엔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고 안정적인 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이후 사브의 99 터보 모델 등에 적용되기도 했다.

워터 인젝션 시스템의 개념은 현재 우리가 매우 친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가지 장치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다. 바로 ‘인터쿨러’다. 실제로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인터쿨러의 발명 이후 자리를 내주면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하지만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최근 들어 다시 재조명 받게 됐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엔진 배기량을 줄였지만 출력은 계속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터보차저를 폭넓게 사용하기 시작했고 냉각을 위해 수냉식 인터쿨러까지 사용했다. 그럼에도 더 높은 출력과 효율을 위해 냉각성능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게 됐고, 다시 워터 인젝션 시스템이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워터 인젝션 시스템에는 당연히 물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용 물 탱크와 펌프가 추가된다. BMW가 공개한 모토 GP M4 세이프티카에는 워터 인젝션 시스템이 시범적으로 적용됐으며, 트렁크에 약 5리터 크기의 물 탱크가 추가됐다. 물 탱크 안에는 엔진으로 물을 공급하는 워터 펌프와 센서, 밸브 등을 갖췄다.

물론 이름 그대로 물을 주로 사용하지만 메탄올을 섞어서 사용하기도 한다. 메탄올을 섞어줌으로써 물의 어는점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폭발력 상승 효과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BMW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사용하는 물은 일반적인 주행 조건에서 주유소에 다섯 번 들어갈 때 한 번씩 보충하는 수준의 사용량을 보인다고 한다. 물 분사 시스템에 필요한 부품 때문에 차의 무게는 늘어나지만 시스템 덕분에 높아진 성능과 효율은 늘어난 무게를 상쇄한다. 이 시스템으로 줄어드는 연료소비량은 약 8% 수준이다.

현대 차량에 사용할 수 있는 워터 인젝션 시스템을 개발한 업체는 보쉬(Bosch)다. 보쉬의 워터 인젝터는 350바의 압력으로 물을 안개와 같은 형태로 분사시켜주는 것이 가능하다. 온도를 낮춰 효율을 높임으로써 엔진의 저회전 영역이나 고회전 영역에서 효율도 4%가 증가하게 됐다.

여기에 물을 실린더 내부에 직접 분사시켜주는 직분사 시스템까지 개발했다. 3세대 워터 인젝션 시스템인 이 기술은 200바의 압력으로 실린더 내부에 물을 뿌려준다.

이 기술은 다시 BMW 차량에 최초로 적용됐다. M4의 워터 인젝션 시스템이 고성능 차량을 위한 장치였다면 이번에는 1시리즈 3기통 모델에 탑재해 효율성을 높였다. 보쉬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통해 효율을 13%까지 높일 수 있다고 한다.

1시리즈에는 직분사 방식의 워터 인젝션 시스템 이외에 에어컨이 냉각되면서 생기는 물로 물 탱크를 채우는 장치도 탑재됐다. 덕분에 에어컨에서 생긴 물이 호스를 통해 물 탱크로 모여 물을 보충하는 횟수도 줄였다.

워터 인젝션 시스템은 어느덧 70년의 역사를 갖게 됐다. 이후 2020년부터 양산을 앞두고 있다. 한때는 기억에서 사라진 기술이지만 각종 규제가 강화되는 시점에서 성능과 효율 모두를 향상시키기 위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과거의 기술도 1%의 성능과 효율이 향상된다면 다시 꺼내 사용할 정도로 기술 경쟁이 한계 지점까지 다다랐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