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으면서 또 다른 과급장치의 세계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07.27 13:45
  • 댓글 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재 전세계 자동차 트렌드는 ‘다운사이징’이다. 다운사이징이란 이름 그대로 무엇인가 덜어내는 것을 뜻한다. 엔진의 기통이나 배기량을 축소시키는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며, 자동차 무게의 경량화에도 사용된다. 심지어 생산 원가 절감 역시 이 범위에 해당한다.

이중 일반인들이 가장 쉽게 접하는 다운사이징이 바로 엔진 부분이다. 르노삼성이 국내 중형세단 최초로 SM5에 1.6리터 엔진을 탑재했는가 하면 한국지엠은 1.4리터의 소형엔진을 아베오와 트랙스, 크루즈에도 폭넓게 사용하고 있다. 엔진의 배기량을 낮췄음에도 오히려 성능과 연비가 향상될 수 있었던 비결에는 흔히 ‘터보’로 불려지는 과급장치 덕분이다.

과급장치의 역사는 항공기에서부터 시작됐다. 공기가 희박한 높은 고도를 비행해야 하는 항공기 특성상 엔진에 안정적으로 공기를 불어넣어줄 장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엔지니어 알프레드 부치(Alfred Buchi)가 발명한 이후 1920년대부터 비행기 엔진에 상용화가 이뤄졌다. 본래 터보슈퍼차저(Turbosuperchargers)라는 다소 복잡한 이름이 사용됐지만 현재는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로 나눈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터보차저(Turbocharger)로 대표되는 과급장치는 엔진의 배기가스를 활용해 회전력을 만들어주는 터빈(Turbine)과 터빈의 회전력을 이용해 공기를 불어넣어주는 컴프레셔(Compressor)로 이뤄진다. 컴프레셔에서 만들어진 압축공기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인터쿨러(Intercooler)라는 보조 냉각장치가 함께 장착된다.

터보엔진의 장점은 일반적인 자연흡기 엔진보다 출력 향상이 용이하다는 점이 꼽힌다. 제한된 용량의 실린더지만 공기의 양이 많아지면 마치 배기량이 커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갖게 되면서 높은 출력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배기량을 낮춰도 터보차저가 더해지면 기존 엔진보다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덕분에 저배기량 엔진과 터보차저의 조합은 기존 고배기량 엔진의 출력을 유지하면서 연료 소모는 낮출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터보랙(Turbo lag)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남아있다. 터보랙이란 일종의 엔진 반응의 지연현상을 뜻한다. 터보엔진에 지연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고 여기에 연결된 컴프레셔가 공기를 압축해 엔진으로 밀어 넣어 출력이 발생하는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터보랙이 발생하면 자동차는 짧은 시간 동안 가속페달을 밟아도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답답한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 상태로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있으면 터보랙이 끝나고 갑작스럽게 큰 출력이 발휘되면서 운전자를 불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

슈퍼차저는 이러한 터보랙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엔진의 출력축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아 컴프레셔를 작동시키기 때문에 자연흡기 엔진과 동일한 빠른 반응과 저회전 영역부터 높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고회전 영역의 출력 부족과 중량 및 부피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터보차저의 경우 초기에는 터보랙을 감소시키기 위해 터보차저의 크기를 축소시켰다. 작고 가벼우면 터빈을 돌리는 것이 용이하고, 이것은 터보랙 감소를 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빨리 돌아가는 만큼 회전 한계도 금방 찾아왔으며, 한계 이상으로 터보차저가 회전하면 내구성 악화 및 출력 감소라는 역효과를 불러왔다. 이를 위해 웨이스트 게이트(Waste Gate)라는 장치가 장착되기 시작했다. 이는 흡기압력이 일정수준 이상이 되면 공기를 배출시키는 문을 열어 안정적인 흡기압력을 유지시켜주는 장치다.

소형터보차저의 제어가 가능해지면서 2개의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초기에는 빠른 반응의 소형 터보를 사용하고 일정 출력 이상으로 상승하면 대형 터보가 바통을 이어받아 소형터보가 발휘할 수 없는 영역의 높은 출력을 만들어주는 기술이다. 이를 흔히 트윈-터보(Twin-Turbo)라고 부른다. BMW의 경우는 터보차저를 3개나 활용한 트라이-터보(Tri-Turbo)도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2개의 터보차저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터보차저와 슈퍼차저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술도 등장했다. 트윈차저(Twincharger)라는 이름의 기술은 저속 영역에서는 슈퍼차저가 작동하고 고속 영역은 터보차저가 작동하기 시작해 빠른 반응성과 넓은 속도 영역을 아우르는 기술이다.

이처럼 트윈터보 혹은 트윈차저가 사용되면서 보다 빠른 반응과 높은 출력 발휘가 가능해졌지만 복잡한 구성과 많은 부피, 잔고장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결국 1개의 터보차저가 유연하게 소형터보의 반응과 대형터보의 출력을 만족시키려는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됐다.

이로 인해 VGT(Variable Geometry Turbo)라는 이름의 가변터보 기술이 상용화가 이뤄졌다. VGT 기술은 저속 상황에서 터빈에 공급되는 배기가스의 통로를 좁게 만들어 배기가스의 속도를 증대시키고 고속에는 배기가스 통로를 넓게 만들어 높은 출력을 만들어내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하지만 VGT는 공기통로를 직접적으로 제어하기 때문에 고속, 고온, 고압 상태에 노출된 터보차저에서 고장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가격도 고가에 속한다.

트윈 스크롤 터보(Twin-scroll Turbo) 시스템은 엔진의 배기통로로부터 터빈까지 이어지는 통로를 2갈래로 나눠놓은 기술이다. VGT보다 구조가 간단하면서도 보다 효율적으로 배기압력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넓은 영역의 엔진회전수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성능과 효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됐다.

물론 트윈 스크롤 터보 역시 만능은 아니다. 엔진의 저회전 영역의 반응성 향상에는 이점이 있지만 고출력 발휘 면에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형 터빈 특성상 일정 회전수 이상에 도달하면 컴프레셔 회전수의 한계와 2갈래로 나뉜 공기통로가 오히려 엔진 흡기를 방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가솔린 2.0리터 엔진 기준 300마력 전후까지 발휘할 수 있어 다양한 제조사들이 적극 사용하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배기가스가 터빈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모터가 터빈을 돌려주는 일렉트릭 터보(Electric Turbo)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즉각적인 반응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모터가 터빈을 직접 구동시켜주면 E-터보, 전기모터가 터빈에 바람을 불어넣어주면 e-부스터라고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일렉트릭 터보의 대표적인 예를 F1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F1 엔진은 1.6리터에 불과한 소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대형 터보차저를 사용해 출력을 500마력 이상까지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기모터와 결합해 700마력 내외의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중 소형엔진에서 대형 터보차저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일렉트릭 터보차저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