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독일서 만난 신형 E-클래스의 신기술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07.13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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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좋다는 것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좋고 어떤 부분에서 진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는지 까지는 모호한 것이 사실이었다. 또 벤츠는 이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리려 하지도 않았다. 어떤 기술이건 벤츠의 기술은 최고라는 점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벤츠의 태도가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연구원들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5세대로 풀-모델체인지를 앞두고 있는 신형 E-클래스(W213)에 최초로 탑재될 것들이다. ‘비행기와 비교하면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퍼스트 클래스로 승격’했다고 강조하는 벤츠의 신기술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직접 만나봤다.

스마트폰으로 자동주차를, 리모트 파킹 파일럿 (Remote Parking Pilot)

주차보조 시스템의 최신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법도 매우 간단하다. 스마트폰의 앱을 실행시킨 뒤 원하는 주차 모드를 선택하고 화면을 터치해 빙글빙글 돌리기만 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주차를 해준다. 물론 주차공간을 찾기 위한 운전은 직접 해줘야 한다.

스마트폰을 활용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벤츠는 앞으로 스마트 디바이스와 차량의 융합이 미래를 이끌어갈 기술이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iOS와 안드로이드 플랫폼 모두를 지원하기도 한다.

리모트 파킹 파일럿은 차량과 스마트폰이 3미터 거리 이내에 있을 때 작동한다. 연결 방식은 블루투스를 통한 페어링이다. 3미터의 의미는 주차에 대한 전 과정을 운전자가 판단하고 통제하기 위한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자동차 스스로 주차를 하는데 문제가 없다.

간단하게 버튼만 누르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화면을 터치한 상태로 빙글빙글 돌린다는 의미 역시 동일하다. 시계 방향으로 돌릴 수 있는 움직임 자체가 사람만이 상황을 판단하고 차량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움직임을 멈추면 차량도 멈춘다.

자동주차 활성화시 차량이 움직이는 속도는 2km/h로 제한된다. 안전을 위한 통제다. 주차 공간은 차량 좌우로 각각 40cm정도는 있어야 한다. 양 옆 차량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보다 좁은 공간에서도 주차가 가능하다. 이 경우 운전자에게 공간이 좁지만 주차를 하겠냐고 먼저 물어본다. 공간이 좁으면 자동으로 사이드미러도 접어 추가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장애물을 스스로 피해서 주차를 해주는 기능도 지원한다. 익스플로어 모드(Explore Mode)라는 이름의 이 기능은 개인 차고가 있는 환경으로, 앞으로 전진이나 후진만 할 때 작동된다. 그저 앞으로만 가거나 뒤로 가면 차고 내 자전거나 각종 용품 등 돌출된 부분과 사고 발생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익스플로어 모드는 차량에 장착된 12개의 초음파 센서가 주변의 위험요소를 탐색해 스스로 피해서 주차를 완료해준다.

이와 같은 자동주차 보조 시스템은 BMW가 신형 7시리즈를 통해 먼저 공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BMW의 경우 전진 혹은 후진만 가능한 기능이다. 반면 벤츠는 평행주차, 직각주차, 차고지 주차는 물론 빼주는 기능(심지어 왼쪽으로 뺄지 오른쪽으로 뺄지)까지 지원한다.

서로의 눈과 귀의 역할을, 카-to-X 커뮤니케이션(Car-to-X Communication)

이미 볼보, 아우디, BMW 등 많은 메이커들이 제안한 개념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기술 중 하나다. 하지만 양산차량에 실제로 적용한 것은 벤츠가 최초다. 카-to-X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은 우리가 내비게이션을 통해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실시간 교통정보 기능의 고차원적인 기술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각 차량은 다임러 차량 백엔드(Daimler Vehicle Backend)라는 이름의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된 상태로 주행을 하게 된다. 무선통신 접속은 별도의 전용 SIM카드를 통해 4G LTE 접속이 이뤄지게 된다.

만약 차량이 고장이나 사고를 당하거나 기후의 변경 혹은 어떤 위험한 차량의 움직임 등을 인지하면 차량 스스로가 해당 위험 발생 지역을 클라우드 서버에 전송시킨다. 이후 다른 차량이 위험 발생 지역 9km 반경 내에 접근하면 내비게이션에 표시를 해 운전자에게 알려준다. 운전자는 갑작스런 위험 상황들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심각한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대안경로까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빙판길로 인해 자동차의 바퀴가 순간적으로 미끄러지는 경우에도 해당 노면이 얼었다는 정보를 서버에 전송한다. 물론 벤츠의 ESP가 운전자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미끄러운 노면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가도록 돕는다. 자동차 스스로 빙판길을 인지하고 다른 차량에게 주의하라고 알려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물론 운전자는 이 과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운전만 하면 된다.

이 기술의 특징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된 차량의 숫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다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다. 아직 이 기술은 앞으로 출시될 신모델부터 탑재될 계획이기 때문에 차량 분포도는 ‘0’이다. 기존 모델들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이 기능을 추가하면 단번에 전세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될 듯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별도의 하드웨어가 필요해 앞으로 출시될 모델에만 적용될 예정이다. 개발 관계자는 향후 타 업계 차량의 정보도 서로 호환할 수 있도록 기술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클라우드 서버는 주력시장인 유럽, 중국, 미국에 각각 서버를 설치해 정보를 수집하도록 했다. 운전자가 차량 정보 전송을 원치 않는다면 기능을 해제시킬 수도 있다. 물론 차량별로 무작위 일련번호가 생성되기 때문에 개인정보 수집과는 관계가 없다.

물론 정보 이용에 대한 비용은 지불해야 한다. 최초 3년간은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되며, 이후 시스템 업데이트시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헤드램프도 고해상도 시대, 멀티빔 LED

독일 연방도로안전사무소(BASt)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야간 시골길에서는 낮보다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 사고가 다섯 배 가까이 더 많이 일어난다. 또, 야간 주행은 전체 주행의 20% 정도만 차지하지만 전체 대형 사고 발생의 4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한 조명기술이 2014년 CLS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통해 선보인 멀티빔 LED다. 현행 CLS에 탑재되는 멀티빔 LED가 24개의 LED를 사용했다면 이번에 내놓은 신형 멀티빔 LED는 84개에 이르는 LED소자가 사용됐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상향등과 하향등 부분만을 언급한 개수며, 주간주행등을 비롯해 헤드램프 한쪽에 탑재되는 전체 LED 개수는 109개에 이른다.

높은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보다 깨끗한 화면을 보여주는 것처럼 헤드램프도 LED가 많아지면 빛을 한층 구체적으로 조작할 수 있다. 전방에 자전거나 보행자가 있으면 보다 정확히 해당 부분만 어둡게 할 수 있다. 반대차선에서 차량이 접근해도 보다 정확한 빛 제어로 반대차선 운전자가 눈부심을 느끼지 않게 해줄 수 있다. 심지어 비가오는 환경에서는 노면에서 빛이 반사될 수 있는 정도까지 판단해 빛을 비춰준다.

기존 기술도 이와 같은 기능을 지원했지만 LED 수가 적어 대략적인 조명 범위 설정만 가능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LED가 84개로 확대되면서 조명 패턴의 해상도 역시 3.5배 가량 향상됐다. 또 상향등 조명의 출력도 2.5배까지 높아졌다. 대충 비슷하게 어둡고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고 깨끗하며 더 넓고 밝게 조명 조작이 가능해진 것이다.

84개의 LED는 1번부터 84번까지 모두 개별적인 제어가 가능하다. 여기에 왼쪽과 오른쪽 헤드램프 역시 완전히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를 그리딩(Gridding) 라이팅 기술이라고 한다. 상대방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운전자에게 넓은 시야각을 제공하기 위해 헤드램프는 쉬지 않고 LED 패턴을 바꿔주게 되는 것이다.

심지어 내비게이션과도 연동되어 헤드램프가 제어된다. 차량이 교차로에 위치한다고 인식되면 헤드램프는 자동으로 왼쪽, 오른쪽, 반대편에서 접근하는 차량들에게 눈부심을 주지 않도록 해당 부위의 조명을 어둡게 해준다.

리어램프의 경우는 조명의 밝기가 2단계로 변경될 수 있도록 업데이트됐다. 낮에는 브레이크등의 밝기가 문제되지 않지만 밤에는 후방 차량에 눈부심을 가해 사고를 발생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낮에는 일반적인 밝기로 작동하기만 밤에는 밝기가 낮아진 상태로 작동하게 된다. 방향지시등 역시 마찬가지다.

4세대로 진화,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패키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액티브 세이프티의 개념으로, 차량 전방위에 설치된 초음파 센서, 레이더 센서, 카메라 센서 등을 통합 관리해 안전한 운전을 돕는 기술이다. 센서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정보를 처리해야 하는 양도 어마어마하다. 단 10초만 정보를 수집해도 데이터 양이 120GB에 이를 정도다. 4세대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패키지는 다양한 신기술들로 구성된다.

- 디스턴스 파일럿 디스트로닉 (Distance Pilot DISTRONIC)

차간거리를 유지시켜주고 정지부터 재출발까지 해주는 크루즈 컨트롤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운전자의 설정에 따라 0km/h에서 200km/h의 속도까지 주행을 할 수 있다. 스티어링 파일럿 (Steering Pilot) 기능은 커브길까지 스스로 조작해줄 수 있는 기능이다. 기존에는 차선만 인식해서 스티어링 조작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차선이 전혀 없더라도 주변 상황을 스스로 인지해 작동한다. 고속도로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로 변신하는 것이다. 스스로 스티어링휠까지 작동시키는 기능은 130km/h까지 속도에서 작동한다.

- 스피드 리미트 파일럿 (Speed Limit Pilot)

자동으로 제한속도를 맞춰주는 크루즈컨트롤이다. 내비게이션의 속도제한 정보나 도로 위 표지판의 속도제한 정보를 읽어 들이면 그에 맞춰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거나 늘려주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시내에서 50km/h로, 고속도로에서는 100km/h의 속도로 자동 조정된다.

-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 (Active Brake Assist)

기존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밟는 힘보다 강한 제동력을 발생시켜주는 기능이었다. 여기서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높은 제동력 발휘는 물론 스스로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주는 기능까지 지원해준다.

기능 실현을 위해 차량은 스테레오 카메라뿐만 아니라 레이더 센서까지 사용한다. 앞 차량이 속도를 줄이는지, 멈추는지, 정지상태로 있는지 등을 감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교차로에서는 측면에서 다가오는 차량이나 보행자까지 감지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준다.

기본적으로 먼저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빨리 밟지 못하면 보조 제동력을 추가하고, 운전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동을 실시하도록 설계됐다. 만약 상황이 긴박하다면 속도를 더 빨리 줄이기 위해 경고와 동시에 제동력을 가할 수도 있다.

능동형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움직이는 사물은 7~250km/h 속도에서, 정지된 물체는 7~100km/h 사이의 속도에서 반응한다. 일반적으로 65km/h까지의 속도에서는 위험 판단 후 완전정지까지 가능하다. 교차로에서는 70km/h까지 사고를 방지하거나 사고의 심각성을 줄일 수 있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판단한다는 점 역시 이채롭다. 만약 갑작스런 제동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차량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피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게 된다. 그럼에도 회피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강한 제동력을 가해 사고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 이 기능은 최대 90km/h의 속도에서 사고를 방지시켜줄 수 있다.

- 조향 회피 어시스트(Evasive Steering Assist)

운전자가 사고를 피하기 위해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운전자 조작보다 더 큰 힘으로 스티어링휠을 조작해 사고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차량에 탑재된 레이더 센서와 스테레오 카메라가 먼저 보행자를 감지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운전자가 놀라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계산된 스티어링휠의 조타력이 더해지게 된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부분은 운전자의 의도다. 기술적으로 자동차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려 사고를 예방할 수 있지만 운전자가 놀라 카운터 스티어를 시도하면 오히려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먼저 운전자가 스티어링휠을 조작하면 사고 회피 의도를 알아차리고 스티어링휠을 조작해준다.

NFC의 생활화, 디지털 자동차 키

국내에서는 교통카드 용도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NFC(Near Field Communication)가 차량에 접목됐다. 그것도 자동차 키를 대신해서 말이다.

먼저 인증된 스마트폰을 도어핸들에 위치시키면 잠겼던 문이 열린다. 시동도 걸고 운전까지 할 수 있다. 차량당 스마트폰 255개까지 인식시키도록 할 수 있으며, 반대로 1개의 스마트폰이 255대의 차량에 사용할 수 있기도 하다. 스마트폰 주인에 따라 시트 설정과 창문의 위치, 선호하는 라디오 채널과 같은 개인적인 세팅도 자동으로 맞춰진다.

벤츠는 이 기술이 개인은 물론 렌터카나 카 쉐어링, 업무용 회사차량 등에서 높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키의 역할이 스마트폰으로 이전된 것이다.

스마트폰 해킹의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차량과 스마트폰은 심카드와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리얼 번호의 조합을 활용해 정보를 암호화시킨다.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웹사이트에 접속해 폰 등록 해지만 하면 된다. 그 즉시 도난된 스마트폰은 자동차키의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피해를 최소화시켜라,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 프리-세이프 사운드

벤츠의 프리-세이프 기술은 액티브 세이프티와 패시브 세이프티의 중간상에 위치하는 개념이다. 먼저 액티브 세이프티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주는 장치다. 앞서 언급한 인텔리전트 드라이브 패키지에 탑재되는 기술들이 이에 해당한다. 패시브 세이프티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차체 골격, 에어백 등을 꼽을 수 있다.

프리-세이프는 차량이 사고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면 탑승객을 최대한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다. 눕혔던 시트를 바른 자세로 올리고 내렸던 창문도 올리며 안전벨트를 강하게 조여주는 것 등이다.

-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여기에 추가된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는 측면 충돌 사고 발생시 갈비뼈의 부상을 감소시켜주는 기능을 한다. 이를 위해 사이드 볼스터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압축가스가 팽창하고, 이 팽창되는 힘이 탑승자를 옆으로 밀어내 사고시 발생하는 충격을 감소시켜준다.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는 사람을 순간적으로 옆으로 밀어줌으로써 수mm라도 추가적인 여유공간을 만들어주며, 이와 더불어 사이드 에어백이 전개될 수 있는 공간도 생성된다. 또한 충돌이 발생하는 시점과 사람이 밀려나는 순간이 겹쳐짐으로써 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상대속도와 충격이 감소된다. 벤츠에 따르면 이를 통해 탑승자의 갈비뼈 부상위험은 30~50%까지 낮아진다고 한다.

- 프리-세이프 사운드

재미있는 기능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신체의 부상 이외에 청각적인 손상도 함께 입게 된다. 사고시 발생하는 갑작스런 큰 소음으로부터 청각을 보호해주기 위한 장치가 프리-세이프 사운드다.

프리-세이프 사운드는 등골근 반사작용이라는 신체 반응을 이용한 기술이다. 조용한 상태에서 갑자기 큰 소리를 들으면 충격이 크지만 어느 정도 큰 소리를 듣는 상황에서 다시 큰 소리가 들리면 상대적으로 충격이 크지 않은 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피할 수 없는 측면 충돌 사고가 감지되면 스피커를 통해 약 80~85dB 정도의 소음을 발생시켜준다. 이는 탑승자의 청각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의 반사작용을 활용하는 최초의 시스템이다.

안전벨트도 안전하게, 벨트백

S-클래스를 통해 소개된 벨트백이 이제는 E-클래스에도 탑재된다. 벨트백의 개념은 간단하다. 전방 충돌 사고 발생시 안전벨트를 부풀려 탑승자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것이다.

벨트백의 작동은 압축가스가 아래에서부터 위로 전달되면서 접혀있던 벨트가 팽창되면서 탑승자를 보호해준다. 여기에 안전벨트가 접힌 상태로도 압축가스가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를 2중 구조로 제작했다.

벨트백은 안전벨트를 몇 번 접어 박음질로 마무리하면 될 듯 하지만 이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다고 한다. 펼쳐지면 한 개의 원형이지만 접힌 상태에서는 2겹의 구조와 일반적인 안전벨트의 모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3차원의 형태로 박음질을 할 수 있는 기계가 필요했다.

아이디어는 다름아닌 속옷 밴드에서 얻었다고 한다. 최근 출시되는 남성 속옷의 밴드 부위는 바깥 부분이나 안쪽 부분 모두 동일한 메이커 이름이 새겨져 있다. 한번의 박음질로 이면 그래픽 연출이 가능한 기술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 기술을 자동차 안전벨트에 맞춰 개량시킨 뒤에야 벨트백이 탄생할 수 있었다.

기술의 완성도와 자신감, 벤츠는 한발 더 도망하고 있었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역할은 엄연하게 다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가장 우수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대중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이라면 새로운 자동차 기술과 문화의 방향을 새롭게 제시하는 것이 프리미엄 브랜드가 할 일이다.

사실 그 동안 새로운 자동차 기술을 공개해온 브랜드는 벤츠보다는 BMW, 아우디, 볼보가 적극적으로 해왔었다. 그런 벤츠가 기술 홍보의 필요성을 인지했던 것일까? 단지 신형 E-클래스에 탑재될 몇 가지 기술만으로도 이렇게나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기술의 공통분모는 ‘안전’과 ‘디지털화’ 연결된다는 점이 놀라웠다. 모든 기술은 궁극적으로 안전을 추구해야만 빛을 볼 수 있다는 철학이 변치 않고 지속돼온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업계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잘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자동차에 있어서 디지털화는 없어서는 안될 기술이며, 특히 벤츠는 이 분야에서 높은 성과를 얻었음을 자신 있게 내보였다.

작정하고 투자를 시작하면 가장 무서워지는 3대 자동차회사가 있다. 다임러, 포르쉐, 토요타가 그렇다. 궁극적으로 무사고 주행과 연결시키겠다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포부. 이 자신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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