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배기량, 다른 성격의 두가지 해치백

폭스바겐이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있다. 독일 내 골프 모델의 경우는 1.2리터와 1.4리터 사양이 대중화된 상황이기도 하다. 최근 1.0리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다.

독일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시장도 다운사이징 추세를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서울모터쇼를 통해 출시된 폴로는 4기통 1.6리터에서 3기통 1.4리터로 실린더와 배기량을 덜어내고 등장했다. 골프는 디젤이 주력이지만 1.4리터 TSI 버전도 판매되는 중이다. 1.4리터 소형엔진이라는 공통점 속에서 폴로와 골프가 각각 어떤 매력들을 보여주고 있을까?

먼저 폴로다. 페이스리프트가 적용되면서 디자인 일부가 변경됐지만 과거와 같은 R-라인 패키지의 적용으로 조금 더 스포티한 멋을 낸 것이 특징이다. 공격적으로 다듬은 범퍼는 물론 하부 공기흡입구 면적을 늘려 냉각 효율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사이드 스커트와 새로운 디자인의 16인치 휠도 적용했다.

후면부 범퍼에는 디퓨저 디자인이 넓게 자리한다. 범퍼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넓은 면적을 갖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머플러는 크롬으로 처리했고, 루프 스포일러 면적도 한층 확대시킨 모습이다.

인테리어는 기본적으로 과거 폴로 모델과 큰 차이가 나는 정도는 아니지만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크롬을 사용해 중앙 콘솔과 통풍구 부위를 감싸는가 하면 기존에 밋밋해 보이던 스티어링휠을 세련된 느낌으로 수정했다. 디자인도 D-컷 스타일이다. 계기판도 상급모델인 골프와 동일하게 변했다.

센터페시아에는 6.5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골프 기본형 모델이 5.8인치 모니터를 갖추고 있으니까 이 부분은 폴로가 앞선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없기 때문에 활용성이 매우 높다 보기는 힘들다.

직물 시트는 편안하면서도 몸을 잘 감싸준다. 시트백은 수동으로 조절하지만 2단계 열선 기능을 갖추고 있다.

차량의 클래스에 따른 이슈로 뒷좌석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성인이 앉아 큰 부족함을 느낄 수준은 아니다. 즉, 차량의 등급을 감안한 뒤 타협할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트렁크 공간은 280리터 크기를 갖는다. 2단 선반을 낮추고 뒷좌석 시트를 접으면 최대 952리터까지 넓어지기도 한다. 소형 해치백 모델인 만큼 트렁크는 뒷좌석 폴딩을 통한 확장성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겠다.

편의장비 중에서는 크루즈 컨트롤이 눈에 띈다. 상급모델인 골프, 특히 프리미엄 트림에도 없는 사양을 갖췄다는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외부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6개 에어백을 비롯해 피로 경보 시스템, 다중충돌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등을 통해 안전성을 높인 것도 장점이 된다.

폴로와 함께 주행에 나서기 위해 키를 돌려 시동을 건다. 3기통 저배기량 디젤엔진의 특징으로 다소 소박하게 시동이 걸리는 느낌이다.

3기통 디젤엔진의 특성상 진동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실제 엔진룸을 열어서 보면 4기통 디젤보다 떨림이 부각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실내로 넘어오는 진동이 크지 않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일반 디젤엔진 수준의 진동 수준만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진동으로 인한 불쾌한 느낌은 없다. 구조적인 약점을 마운팅 기술 등으로 극복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즉, 구조적 약점을 기술로 잡아내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숙성도 좋은 편이었다. 아무래도 소형차의 특성상 소음 부분서 취약한 모습을 보일 수 있는데 폴로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과거 우리팀이 측정한 폴로 1.6 TDI 모델의 아이들 소음이 약 46dBA을 기록했는데 신형 폴로는 약 44dBA로 오히려 더 조용해졌다. 참고로 골프 2.0 TDI의 경우 약 44.5dBA로 측정된 바 있다.

주행을 시작한다. 초반 반응이 빠르지는 않다. 저배기량 디젤터보 특유의 반응에 의한 현상이다. 하지만 이내 활기찬 엔진의 회전을 바탕으로 경쾌한 주행질감을 살려내기 시작한다.

폴로에 탑재된 3기통 1.4리터 엔진은 90마력과 23.5kg.m의 토크를 발휘한다. 여기에 7단 DSG 변속기를 매칭시켜 동력을 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체감성능 면에서는 90마력 이상을 발휘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만큼 실용구간서 발휘되는 성능도 충분하다.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측정해본 결과 13.1초를 기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출된 가속 데이터를 확인해본 결과 90km/h까지는 10.8초만에 도달해 무난한 성능을 기록했다. 90~100km/h 가속에 2.3초를 소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00km/h까지의 전력 질주를 목적으로 폴로를 구입할 소비자는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이 아쉬움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최대 가속력을 이끌어내면 140km/h까지 어느정도 여유로운 가속을 이어나간다. 160km/h까지도 어려움 없이 도달한다. 이때 느껴지는 고속안정감도 상당한 수준이다. 역시 독일차는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는 부분이다. 재미있는 부분은 가속 때 엔진에서 발생하는 음색이 볼보의 5기통 디젤엔진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와인딩로드에 진입해 본격적인 밸런스 점검에 들어간다. 인상적인 부분은 하체 설정이다. 일반 주행서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고속주행 때는 안정적으로 차체를 잡아주고 있다. 여기에 와인딩 환경에서의 만족감 역시 높았다.

참고로 폴로의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 구조다. 흔히 저가형 차량에 적용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사양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제조사의 셋팅 능력이다. 어떤 서스펜션 구조가 장착됐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완성도를 높였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폴로의 서스펜션은 토션빔 구조의 본보기와 같은 역할을 해낸다고 평하고 싶다.

타이어의 성능도 훌륭하다. 215mm급의 브리지스톤 투란자 ER300 제품이 사용됐는데, 엔진 출력이 하체를 이기지 못할 정도로 높은 접지력을 제공해 준다. 현재 상황이라면 205mm급 사이즈만으로도 충분해 보일 정도다.

핸들링 성능은 고속주행 안정성과 더불어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였다. 단순히 소형차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상급모델인 골프와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능력을 자랑했다. 차 급 이상의 핸들링 성능을 바탕으로 체감성능을 높였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을 듯 하다.

제동성능도 인상적이다. 100km/h에서 정지까지 소요된 거리가 37m대를 꾸준하게 유지했다. 일반적인 차량이 40~41m 전후의 제동거리를 갖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형차로써 상당한 수준이다. 서스펜션부터 시작해 타이어, 브레이크까지 하체에 대한 부분서 지적할 점을 찾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연비는 폴로의 가장 큰 강점이다. 실린더를 덜어내고 배기량까지 축소시켰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고속도로서 100~11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22km/L의 효율을 나타냈다. 내리막길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25km/L 이상을 보이기도 했다. 80km/h 정속주행 환경에서는 26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부분은 평속 15km/h의 정체구간 환경에서 나타낸 연비가 14km/L를 보였다는 점이다. 대형 세단은 고속도로에서 정속주행을 해야 기록할 수 있는 연비를 가다서다하는 환경에서 보여준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고속주행 테스트를 위해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있는 환경에서도 폴로는 20km/L 전후의 연비를 기록했다. 다운사이징의 기술이 이 정도로 발전한 것이다.

폭스바겐은 폴로 1.4 TDi의 공식연비가 기존의 1.6 TDi 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발표했는데 아무래도 최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보수적인 수치를 제시한 것이 원인으로 예상된다.

모든 테스트를 종료하고 이번에는 골프로 옮겨 탔다. 같은 1.4리터 엔진. 하지만 폴로는 디젤이고 골프는 가솔린이다. 여기에 골프는 폴로의 상급 모델이다. 독일산 다운사이징 모델의 완성도는 어느 정도일까?

외적으로 기존 소개된 골프 TDi들과 차이가 없다. 파워트레인 변화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에 실내외에서 구성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대신 테스트 모델이 상급 트림의 프리미엄 모델이기 때문에 기본형과 비교해 가죽시트와 버튼시동 및 스마트키 시스템, 하이패스, 8인치 디스플레이 등 편의장비서 앞서는 모습을 갖게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을 꼽으라면 골프에는 크루즈 컨트롤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포르쉐는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시간이 2% 줄어들면 차량의 연비가 10% 가량 높아진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크루즈 컨트롤은 기존 연비 좋은 골프의 연비를 한층 더 높여줄 부가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또, 하위모델인 폴로에도 탑재됐기 때문에 향후 페이스리프트 모델 때 탑재시키길 희망해본다.

골프 TSI에는 140마력과 25.5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1.4리터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된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많았다. 우리팀은 테스트 과정을 거치며 수차례나 폭스바겐에 문의를 했다. 이 수치가 맞느냐는 것으로... 아무래도 140마력짜리 차량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잘나가기 때문이다. 체감적으로는 160마력 이상이라 해고 믿을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시간 때문에 계측기에서의 성능 측정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회를 만들어 실구동 성능을 꼭 확인해 봐야겠다.

속도를 올리는 것이 매우 쉬웠다. 테스트 패널 4인이 승차환경서도 180km/h는 물론 200km/h를 넘나드는 것도 가능했다. 계측장비를 활용해 정지상태부터 100km/h까지 도달하는데 소요된 시간 역시 8.7초를 기록했다. 골프 TSI가 보여주는 체감성능은 결코 140마력에 머물지 않는다.

디젤모델과 차별화되는 점은 가솔린엔진만의 부드러운 회전질감이다. 진동 부분에서도 디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느끼는 피로도는 훨씬 낮다. 소음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들 상태에서 측정된 소음이 약 42dBA. 가솔린 모델로써 조금 시끄럽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는 측정장비가 사람이 듣지 못하는 영역대의 소음까지 잡아내기 때문이다. 실내에서 직접 들어보면 소음이 안정적으로 잘 억제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인딩 테스트에 돌입하니 성능 부분서 폴로와 골프 TSI가 지향하는 방향성의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폴로의 경우 탄탄하면서 안정적인 자세를 잡아준다는 것이 좋았다. 괜히 R-라인 배지를 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반면 골프 TSI쪽은 승차감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조금 더 여유로운 느낌을 보였다. 그렇다고 성능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다. 코너링에서 약간의 바디롤은 허용하지만 그상태로 꾸준히 밀어붙일 수 있는 타입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는 충분하지만 보다 부드럽고 편안함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핸들링 역시 차체 거동과 방향을 같이한다. 예민함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차량이 민첩하게 다루는데 있어 아쉬움을 주지는 않았다. 또한 반응이 매우 솔직하기 때문에 골프가 갖고 있는 기본기를 발휘하기에 전혀 어색함이 없는 수준의 완성도마저 보였다.

제동성능의 경우 폴로와 비슷한 수준인 약 37.3m 내외였다. 제동성능도 만족스럽지만 이보다 제동밸런스가 좋다는 점을 높이사고 싶다. 폴로의 경우도 좋은 제동밸런스를 보였지만 골프는 이보다 안정적인 제동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골프 TSI가 우리팀에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은 연비다. ‘가솔린이니까 연비 부분은 어느 정도 손해를 봐야겠지’라는 예상을 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100~110km/h로 주행하는 환경에서는 18.1km/L를 보였다. 주행 환경에 따라 18.5km/L 이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80km/h 정속주행 환경에서는 19km/L 이상의 연비를 보이기도 했다. 덕분에 장거리를 이동하며 주행테스트를 진행하면서도 유류비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물론 소음과 진동을 비롯한 승차감에서도 앞서기 때문에 피로도 역시 낮았다. 가솔린이지만 실주행 연비 만족도가 상당했다는 것.

우리팀이 폭스바겐 차량의 테스트를 진행할 때 공통적으로 모아지는 의견이 하나 있다. ‘뭔가 흠잡을 것 없이 모난 부분이 없어 다소 심심하다’는 것이다. 실제 그렇다. 단점이 딱히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람을 홀리는 엄청난 매력은 없다. 하지만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다.

컴팩트 해치백 골프와 소형 해치백 폴로도 역시 그렇다. 기본기를 잘 갖춘 잘 만들어진 차다. 폴로는 아기자기한 구성과 재미난 달리기 실력, 매우 높은 실연비가 강점이다. 골프 TSI 는 보다 다양한 편의장비와 넓은 공간, 가솔린만의 부드러운 승차감을 잘 살려놨다.

얼마 전 2014년 한 해 동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자동차 순위가 발표됐다. 이중 폭스바겐의 골프와 폴로가 각각 3위와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인종, 문화, 환경조건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차. 폴로와 골프가 그런 차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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