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야기] 혼다 F1과 국내 자동차 기업의 공통점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05.2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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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F1에 혼다가 복귀했습니다. 정확히는 엔진 서플라이어로 참가한 것입니다. 2008년 F1을 떠난 이후 7년만의 복귀는 물론 새로운 경쟁구도 설정, 무엇보다 과거 영광을 재현할 혼다와 맥라렌의 재회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알론소가 이적해오면서 분위기는 메르세데스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많이 다릅니다. 알론소는 차량 문제로 경기를 완주하는 것 조차 벅찰 정도가 됐습니다. 혼다와 손잡은 이후 맥라렌은 마루시아와 꼴찌 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로 주저 앉았습니다.

물론 복귀한 첫 해인 만큼 이런저런 예상치 못한 난제들이 속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혼다도 F1에 놀러 온 것은 아니니까 꼭 개선해 낼 것입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부분이 한 가지 보입니다. 업무방식의 차이로 인한 갈등 가능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요는 이렇습니다. 혼다가 복귀를 하면서 개발한 엔진은 어찌됐건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면 빨리 개선을 해야겠죠. 하지만 혼다의 일본식 업무방식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엔진 어딘가에 문제가 발생하면 부품 개선 요청이 혼다 측에게 전달됩니다. 혼다 F1 부서는 일본 본사에 전달을 하고 본사에서는 해당 내용을 검토합니다. 이후 대응을 논의하고 이 결과를 F1 부서에 전달한 뒤에야 개선 연구가 진행됩니다. 특히 본사 논의 과정에서 이사회의 이런 저런 참견으로 엉뚱한 결론이 내려지기도 하고요.

단계 단계를 거슬러 올라간 후 결제를 받고 다시 내려오니 1분 1초가 급한 맥라렌으로써는 답답할 노릇인 것입니다. 이 때문에 맥라렌이 혼다를 달달 볶고 있고 혼다 쪽에서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하네요.

F1과 같은 공간에서 일본식 업무방식을 고수한 혼다에 한숨이 나오시나요? 이를 국내 자동차 업계에 대입해보면 너무나도 똑같아 보입니다.

일본만큼 수직적 업무구조가 뿌리깊게 내려져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거의 모든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문제는 국내 자동차 회사도 맥라렌과 손잡은 혼다와 같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업무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차량 테스트를 진행하면 이따금씩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과열이 발생하거나 배기가스가 들어오기도 하고 원인 모를 경고등이 점등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문제가 발생한 부분은 업체 측에 전달해 원인 규명과 향후 개선 의지를 확인 받습니다. 이 과정은 상당한 인내를 요합니다. 짧게는 5일, 길게는 한 달이 지나기도 합니다. 국내 브랜드는 그나마 빠르지만 수입 브랜드는 해당 내용을 해외 본사에 전달해야 한다며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수입 모 브랜드는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무소식입니다.

현대 기아차는 2007년 MDPS 자체 개발 성공 이후 줄 곳 소비자들로부터 각종 문제를 지적 받았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에 들어서야 차량 연식변경 등을 통해 32비트 사양으로 변경하고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온 나라가 떠들썩할 정도는 되어야 임원진들이 빨리 상황 파악을 하고 개선을 지시합니다. 조용조용한 문제거리는…… 글쎄요?

현대 기아차는 본사가 한국에 있으니 그나마 빠른 거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엠이나 르노삼성은 신차 하나 나오는데 위를 올라가고 올라가 해외 본사까지 보고가 닿아야 합니다. 반대로 차량 가격을 올릴 때 의사결정은 거의 LTE 급을 넘어서는 듯 해 보이기도 합니다.

수직적 업무구조라는 것은 매우 단편적인 것에 비유한 것입니다. 결국에는 높은 자리에 앉으신 분들이 자동차에 대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정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고급세단 뒷자리에만 앉은 상태에서 의사결정만 하면 한 순간에 연구진들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제조사는 차량의 개선을 위해 좀 더 자세를 낮추고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소비자들은 동호회를 중심으로 문제점을 옹호하지만 말고 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자세도 필요합니다. 빠른 피드백으로 더욱 좋은 상품을 내놓는다면 소비자들은 해당 브랜드를 더욱 믿고 구입할 것입니다. 결국 윈윈이 되는 것이죠.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소비자는 떠나고 앞날은 어두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알론소도 포디움에 오르기는 힘들어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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