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러가는 타이어 속 복잡 미묘한 구동 방식의 세계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5.04.24 17:5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이전 마차나 인력거를 활용한 수레는 복잡한 구조물 없이 외부 힘에 의해 끌려가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스스로 동력을 만들어 움직이는 자동차(自動車)가 등장하면서 과학자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들게 된다. 바퀴는 4개, 동력원은 하나. 이것을 어떻게 연결시켜 움직이도록 할 것인가? 그리고 이와 같은 고민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구동방식을 결정짓는 요소는 ‘엔진을 어디에 장착했는가’와 ‘어떤 바퀴를 굴리는가’로 나뉜다. 엔진은 통상 자동차의 앞에 위치한다. 하지만 차량의 목적에 따라 뒤 또는 차의 중심부에 위치하기도 한다. 바퀴의 굴림은 앞바퀴 또는 뒷바퀴를 돌리거나 4개 바퀴를 함께 움직이는 형식으로 나뉘게 된다.

FF(Front engine, Front wheel drive) : 앞에 탑재된 엔진이 앞바퀴를 굴리다.

현재 자동차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일부 모델을 제외하고 국내 제조사들이 내놓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엔진과 더불어 구동에 필요한 부속들이 앞에 있으니 뒷부분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게 된다. 덕분에 작은 차에서도 최대한 넓은 실내 공간을 뽑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하지만 모든 구동계통을 앞쪽으로 몰아넣어야 하는 특성으로 1920년대 들어서 양산화되기 시작했으며, 40~50년대에 이르러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엔진 무게가 차량의 앞부분을 눌러주며 앞바퀴를 구동하는 만큼 뒷바퀴를 굴리는 후륜구동에 비해 눈길 등 미끄러운 노면에서 안정적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하지만 엔진, 변속기를 비롯한 주요 부속들이 앞쪽에 몰리기 때문에 앞쪽으로 치우친 무게 배분을 갖게 된다. 때문에 빠르게 코너링을 하면 차량의 앞부분이 코너 바깥으로 밀려나려는 특성이 두드러진다. 이를 언더스티어(understeer)라고 표현한다.

FR(Front engine, Rear wheel drive) : 앞에 탑재된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다.

FF와 더불어 가장 많이 쓰이는 방식 중 하나다. 엔진이 앞에 위치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뒷바퀴를 굴린다는 점이 다르다. 앞에 있는 엔진과 뒷바퀴를 굴리기 위한 구동축이 추가되는 것도 특징이다. 이 구동축이 지나갈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뒷좌석 중앙 발 밑 부분이 불룩하게 솟아오르게 된다. 때문에 같은 차체 크기의 FF 방식 모델보다 실내가 좁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반면 엔진과 변속기, 구동축 등이 세로 형태로 나열되면서 차량의 전 후 무게배분을 고르게 만든다는 장점도 생긴다. 또한 차량의 뒤쪽에서 부드럽게 밀어주는 뒷바퀴 굴림의 특성상 승차감을 높이는데도 이점이 생긴다. 때문에 고급 세단들이 이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 벤츠나 BMW, 재규어 등은 물론 최근에는 국산 에쿠스, 제네시스와 같은 모델도 FR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또, 전륜구동 방식 대비 차의 앞부분이 가벼워져 차량 선회를 비롯한 조종성 측면서도 이점이 커진다. 때문에 운동성능을 강조하는 스포츠카나 스포츠세단에도 FR방식이 널리 쓰인다. 하지만 빠르게 코너링을 할 때 뒷바퀴의 축이 코너의 바깥쪽으로 향하는 오버스티어(Oversteer) 증상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ESP, ESC, VDC 등으로 불리는 자세제어장치가 개입해 차량의 미끄러짐을 막아내도록 하고 있다.

RR(Rear engine, Rear wheel drive) : 뒤에 탑재된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다.

엔진이 뒤에 있으면서 뒷바퀴를 굴리는 RR 방식은 FF형식과 반대되는 구동방식이다.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FF방식을 기술적으로 구현시키기 어려웠던 당시의 기술력 때문이다.

과거의 개발자들은 엔진을 앞에 위치시키고 앞바퀴를 굴리게 하면 실내공간을 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좁은 엔진룸에 엔진, 변속기, 구동축을 앞으로 몰아넣고 여기에 조향장치까지 추가하기엔 한계가 따랐다. 그래서 제안된 아이디어가 엔진과 변속기를 차체의 뒤쪽에 몰아넣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작은 공간에서도 넓은 실내를 갖춘 자동차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딱정벌레차로 잘 알려진 폴크스바겐의 오리지널 비틀과 피아트의 오리지널 500이 이와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또한 포르쉐 박사가 만든 비틀을 바탕으로 고성능 모델로 진화한 포르쉐 911 시리즈 역시 아직 이와 같은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무게 중심이 뒤쪽으로 몰려있다 보니 주행 중 언더스티어나 오버스티어 등의 증상이 크게 일어났으며 운전자들이 대처를 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랐다. 때문에 최근에는 RR방식이 이용되지 않고 있으며 포르쉐 역시 엔진을 뒤쪽에 장착했음에도 무게 중심을 차량의 중간 쪽에 배치시켜 안전성을 높이는 구조로 911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MR(Mid engine, Rear wheel drive) : 중앙에 위치한 엔진이 뒷바퀴를 굴리다.

엔진의 위치는 차량의 무게배분에 영향을 끼치는데 특히 코너를 돌아나갈 때 관성의 영향을 크게 받게 한다. 때문에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가 1초의 기록이라도 단축시키고 싶어하는 고성능 스포츠카들은 무거운 엔진을 차량 중앙에 배치시키기도 한다. 이를 미드쉽(MR) 방식이라 부른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등의 슈퍼카나 포르쉐의 일부 모델들이 이와 같은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엔진이 차량 중앙부에 위치하는 만큼 뒷좌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2인승으로 만들어진다. 이처럼 운전석 바로 뒤에 두는 형식을 RMR(Rear Mid engine, Rear wheel drive)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2인승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제한적이다. 때문에 구조에서 오는 운동성능의 향상과 뒷좌석의 확보가 필요했던 자동차 제조사들은 엔진을 운전석 바로 앞에 두는 FMR(Front Mid engine, Rear wheel drive) 방식의 자동차를 만들기도 한다. 닛산의 GT-R, 페라리 FF 등은 FMR방식을 바탕으로 뒷좌석까지 갖춘 미드쉽 스포츠카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