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6가 뭐길래… 소비자는 가격인상 주의해야

  • 기자명 김기태 PD
  • 입력 2015.04.2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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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9월 본격적으로 실시되는 유로6 배출가스 규제로 인해 자동차 업계가 분주하다. 환경부가 공표한 기준을 만족시키기 못하면 차량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유로6는 유럽연합에서 시행하고 있는 배출가스 규제 제도다. 국내에서는 대기환경보전법 제 46조에 의거, 유럽과 동일한 시점부터 적용시켜 운용되고 있다.

규제에 따르면 승용차의 경우 신규 모델은 2014년 9월 1일부터, 기존에 판매되던 모델들은 2015년 9월 1일부터 이 기준을 적용 받게 된다. 때문에 새롭게 개발돼 판매되는 차량들은 이미 유로6기준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문제는 현재까지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기존 판매차량들이다. 9월까지 유로6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생산도, 수입도 금지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는 기술개발을 통해 유로6 기준을 통과할지, 아니면 차량을 단종시킬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유로6 기준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엔진을 새롭게 개발하거나 배출가스를 별도로 분해시켜주는 후처리 장치를 추가해야 한다. 특히 후처리 장치의 가격이 수백만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통상 100만원에서 많게는 300만원까지 차 값이 오를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고가의 수입차들의 경우 수백은 물론 1천만원 이상 오를 가능성도 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인기 모델인 SM5 디젤과 QM3는 현재 유로5 기준에 맞춰져 있다. 이미 르노가 개발한 신개발 엔진이 적용될지, 아니면 현재 엔진을 르노삼성측에서 개선시킬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수입차량 특성상 QM3의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짙다. 시장서는 200만원 이상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현재 예상되는 유로6엔진은 성능이 110마력으로 높아지지만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소비자의 경우라면 현세대 유로5 버전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한국지엠 말리부 디젤, 크루즈 디젤과 올란도, 캡티바도 유로5 기준에 머물러있다. 이들 차량 역시 GM 계열사를 통해 엔진을 공급받거나 자체 개발을 하는 선택을 내려야 한다. 당초 상반기 등장할 것으로 알려진 트랙스 디젤의 경우도 유로6 기준에 맞춰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트랙스 디젤의 가격은 현재의 1.4T 가솔린 대비 높아질 전망이다. 높아진 가격 차이가 향후 트랙스 디젤의 판매량을 좌우하게 된다. 풀옵션의 LTZ 기준 2500~26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상급 모델인 현대 투싼 등으로 옮겨갈 소비자들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가격적인 이점을 발휘하게 되면 트랙스 특유의 성능에 경제성이 더해지며 소형 SUV를 리드할 모델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경우 이미 대부분 차량의 엔진 개선을 마친 상황이다. i30, i40, 쏘렌토, 카니발 그랜저 디젤 등도 유로6 기준에 맞춰 출시됐다. 다른 국내 제조사대비 발 빠른 대응이다. 유로6 기준을 만족한 엔진은 1.7리터, 2.0리터, 2.2리터 디젤 엔진 등이다. 최근 일부모델에 듀얼클러치 시스템까지 탑재하며 연비서도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차에서도 지적받는 듀얼클러치의 내구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제외한 순수 파워트레인에 대한 경쟁력은 높은 편에 속한다.

문제는 베라크루즈와 모하비다. 2.0리터 전후의 배기량을 갖는 엔진은 상대적으로 유로6 통과가 수월하지만 3.0리터의 배기량을 갖는 베라크루즈와 모하비는 상황이 다르다. 기술적 난이도가 높고 그만큼 가격 상승폭도 커지게 된다. 모하비는 월평균 1천여대 가량 판매되고 있지만 베라크루즈는 이에 1/3도 못 미치는 300여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베라크루즈를 단종시킬 것이라 알려져 있다. 현대차 입장서 베라크루즈는 효자모델 중 하나다. 오래된 만큼 수익적인 측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량이 나온지 너무 오래된 만큼 실직적인 완성도는 싼타페, 기아의 쏘렌토 대비 낮다. 단지 비싼차로만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모델의 투입이 더 이상적이다.

쌍용차는 올 초부터 코란도C에 장착되던 181마력의 엔진을 단종시켰다. 현재는 149마력으로 출력을 대폭 낮춘 모델을 판매 중이다. 곧 유로6 기준의 신형 2.2리터 디젤엔진이 탑재될 계획이며, 유로6를 충족하지 못한 2.0 엔진은 수출용에만 탑재될 예정이다. 반면 유로6 엔진이 탑재된 티볼리 디젤의 정보가 유럽서 먼저 공개했다. 국내 시장에는 6월경 출시될 예정이며 115마력과 30.6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1.6리터 신개발 디젤엔진이 장착된다.

수입차 업체들은 유로6 기준이 시행되기 전 유로5 재고모델을 판매하기 위해 공격적인 할인을 진행 중이다.

아우디와 폭스바겐의 상당수 모델이 유로6 기준을 통과했지만 A6와 파사트, 티구안 등 일부 모델은 여전히 유로5 기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이 차량들을 조기에 떨어내기 위해 올해 초부터 수백 만원 이상의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아우디 측은 서울모터쇼를 통해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A6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한 바 있으며 기존 재고모델의 소진 이후 해당 신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소소한 디자인 변화 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소비자라면 현세대 모델을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아우디코리아가 현재모델과 같은 가격으로 유로6(페이스리프트) 버전을 출시할 수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동결로 포장해 여론 반응을 끌어내고 실제 할인율을 대폭 낮춰 자사의 수익감소에 대한 충격을 완화하는 방법 등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도 예상해봐야 한다.

BMW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유로6 기준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판매 중인 320d xDrive, 730d xDrive, 740d xDrive, X1 18d, X1 20d 등 5개 모델을 제외한 모든 모델이 이미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키고 있다. MINI 브랜드의 판매 모델들은 이미 유로6 기준에 맞춰져 있다.

렉서스, 토요타, 혼다, 닛산은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분위기다. 가솔린 엔진에 대한 규제가 존재하지만 현재 판매 모델에 대한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로6 도입에 맞춰 국내시장서의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토요타는 2015년 판매 목표를 토요타 7,700대, 렉서스 7,100대로 세우면서 각각 전년대비 11%와 9.8% 높게 설정했다. 혼다도 신형 레전드를 출시하며 가솔린 모델의 판매량 증대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로6 준비에 바쁜 제조사들과 달리 소비자들은 조금 차분하게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유로6 도입은 분명 국내 환경을 개선하는데 의미가 크지만 이에 대한 가격인상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성능 면에서도 유로5와의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에 보다 저렴한 가격에 현재 모델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때문에 어느것이 더 이상적인 구매가 될지 소비자 스스로 따져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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