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크라이슬러의 현 모습

아직도 미국차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크라이슬러도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몫 했던 브랜드 임에 분명하다. 현재는 단종된 세브링의 어마어마한 완성도(?)가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발전이 없었던 크라이슬러는 소비자들로부터 멀어졌고, 결국 피아트 그룹에 인수되고 말았다. 그리고 심기일전하는 자세로 만든 첫번째 모델이 바로 2세대 200이다. 메이커가 강조하는 휘황찬란한 미사여구에 현혹되지 않기 위해 바로 테스트에 임했다.

1세대 200이 조금 날카로운 이미지를 가졌다면 2세대 모델은 차분하고 둥근 디자인을 갖췄다. 전면부에는 크라이슬러 최초로 그릴과 헤드램프가 통합된 모습이 비춰진다. 헤드램프는 HID,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은 LED를 사용한다.

측면부도 부드러움을 추구하고 있다. 높은 벨트라인과 둥근 루프라인이 적용됐다는 점은 기존 미국차와 다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 디자인은 상당히 스포티하지만 그만큼 시인성은 부족한 편이다.

후면부는 트렁크리드가 스포일러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리어램프가 조금은 높게 위치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머플러가 숨겨져 있는데 이 자리에 크롬장식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

200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선을 강조한다. 때문에 시각적으로 조금 작아 보이는 경향도 있다. 크라이슬러 측은 600시간 이상의 윈드터널 테스트를 거쳐 공기저항지수 0.266Cd를 만족하는 디자인임을 강조한다.

실내는 크라이슬러의 노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워즈오토(Ward’s Auto) 선정 세계 10대 인테리어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스티어링휠은 두툼한 모습을 바탕으로 그립감을 높이도록 디자인됐다. 버튼 배치 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차가운 인상을 주는 계기판은 시인성과 디자인 사이에서 잘 타협한 모습이다. 특히 어지간한 센터페시아 모니터에 해당하는 7인치 디스플레이가 계기판에 이식돼 있다. 다양한 정보를 깔끔하게 표시해주는 것은 물론 한글화도 만족스럽다.

센터페시아는 8.4인치 크기의 유커넥트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갖춰졌다. 이는 앞서 테스트를 진행한 체로키에 적용된 것과 같은 부분이다. 본사개발 내비게이션이 탑재됐지만 향후 정보 데이터 업데이트가 필요해 보인다. 안내양은 한국어를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센터페시아 하단에는 공조장치와 변속 다이얼이 배치돼 있다. 전자식 변속 다이얼이 적용되면서 아래 부분에 추가적인 수납 공간이 마련됐다. 더불어 센터콘솔 용량도 크게 넓어졌다.

나파가죽을 사용한 시트는 동급을 넘어 럭셔리 세단과 비교해도 좋을 수준이다. 운전석은 럼버서포트도 갖추고 있어 몸을 감싸는 능력도 충분하다. 뒷좌석 레그룸은 보편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 쏘나타가 중형세단의 뒷좌석 기준을 크게 넓혀놨기 때문에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이보다 루프라인 때문에 헤드룸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아쉽다. 전륜구동 모델이지만 센터터널 돌출 정도도 큰 편에 속해 시각적으로 조금 더 좁아 보이기도 한다.

사운드 시스템은 알파인 제품을 사용하고 9개 스피커를 사용했다. 에어백은 4세대 에어백을 포함해 총 8개를 갖추고 있다. 트렁크 공간은 453리터다. 돌출부위가 최소화되어 깔끔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테스트 차량은 고급형 모델인 200C다. 하위트림인 200 리미티드 모델보다 600만원 높은 3,780만원의 가격을 갖는다. 그만큼 구성차이는 상당하다. 아래 표를 확인해보자.

실내외를 꾸미는 액세서리 요소 이외에 액티브 세이프티 부분서 상당한 구성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다. 정차부터 재출발까지 지원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티어링 보조까지 이뤄지는 차선이탈 방지 시스템, 평행 및 직각 자동주차 시스템이 특히 눈에 띈다. 차값이 2배 가까이 비싼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모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구성이다.

본질적인 기본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시동버튼을 눌렀다. 아이들 소음은 약 39.5dBA로 측정됐다. 가솔린 엔진임에도 살짝 독특하게 ‘달달’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직분사 엔진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크라이슬러 측에 문의한 결과 캠샤프트 대신 솔레노이드 밸브를 사용하는 멀티에어 엔진의 특징일 가능성이 높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일상적인 주행감각은 조금은 느긋한 모습이다. 가속페달 전개에 따른 엔진의 반응도 빠른 편은 아니다. 적당한 승차감도 확보해 내고 있다. 특징적인 모습이 부각되지 않지만 패밀리 세단의 성격에 충실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이탈 유지 시스템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두가지 시스템만으로 무인 자동차에 한결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보여준다. 차선이탈 방지와 연동되어 자동으로 움직이는 스티어링휠의 조작 범위 또한 꽤나 넓은 편에 속한다. 속도를 줄여야 하는 코너가 아니라면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스스로 차선을 유지하며 달려준다. 물론 스티어링휠을 일정시간 이상 잡고 있지 않으면 경고 메시지를 띄운 이후 시스템 작동을 멈춰 운전자의 개입을 요구하기도 한다.

자동주차 시스템의 완성도 역시 높다. 평행주차의 인식률은 거의 100%에 가까운 수준이다. 다만 직각주차는 좀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한다. 좁은 직각주차가 대부분인 국내 환경 자체가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듯한 모습이다.

주행 중 변속 다이얼을 잘못 조작하는 경우를 감안해 주행 도중 D 에서 R로 전환해 봤다. 계기판에 변속을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나올 뿐 실제 변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올라 가속력을 힘껏 끌어올려 본다. 한번 탄력을 받은 뒤로 꾸준한 속도 상승이 이뤄지고 있다. 170km/h 구간까지 무난한 가속이 가능하다. 고속 영역서의 서스펜션 처리도 깔끔한 수준이다.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주면서 탄탄하게 잡아주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고속도로 주행 상황에서도 9단 기어가 작동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주행중 약 140km/h까지 속도를 올리고 나서야 9단이 들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9단 자체가 고속도로 항속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0.48의 매우 낮은 기어비로 셋업되었기 때문이다.

크라이슬러측을 통해 확인한 9단 기어의 적용시점 환경은 다음과 같다.

1) 고속 도로 주행

2) 120km/h 이상의 속도로 주행(최적의 속도 구간 130km/h~140km/h)

3) 평탄한 노면(오르막길 제외)에서의 정속 주행 상황(가속 페달은 15~40% 적용)

4) 엔진의 부하가 적정한 구간

5) 엔진 냉각수/변속기 오일 적정 작동 온도

참고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고속도로 설계 속도는 120km/h다. 대부분의 고속도로 구간의 법정 최고속도는 100km/h, 일부 구간은 110km/h까지다. 9단 변속기의 활용성이 보다 현실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테스트 장소를 옮겨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소요된 시간을 측정했다. 결과는 9.1초를 기록해 무난한 수준임을 나타냈다. 다만 동급의 일본산 경쟁모델이 8초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조금 더 분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100km/h 속도서 정지상태까지 이동한 제동 기록은 40.4m 수준이었다. 확실히 최신 모델답게 제동성능에도 신경 쓴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초반 응답성도 좋은 편이기 때문에 조작성 부분서도 아쉬움이 없다.

200에는 187마력에 24.2kg.m의 토크를 발휘하는 2.4리터 가솔린엔진이 탑재된다. 기존 엔진에 비해 출력은 6%, 토크 19%가 향상된 사양이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보편적인 성능이다. 하지만 휠에서 발휘되는 실제 구동출력을 측정한 결과 약 136마력과 19kg.m의 토크로 측정됐다. 마력 부분의 구동손실률이 27%나 됐다. 경쟁모델들이 150마력대를 발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차량의 주행 완성도를 테스트하기 위해 와인딩 코스로 자리를 옮겼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한 템포 쉰 이후 엔진 회전수가 상승한다. 이후 코너 진입 직전 브레이크를 밟으면 rpm이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속 다이얼을 L 모드로 위치시키자 스포츠모드 비슷한 효과를 보이며 RPM이 상승했지만 아무래도 수동모드 대비 아쉬운 성능이다.

최대 가속력을 사용하는 환경서 GM의 Gen II 변속기와 상당히 유사한 감각을 보여준다. 변속 속도나 반응 면에서는 보편적이지만 간혹 저속 환경서 쇼크를 보이기도 하는 만큼 조금 더 숙성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9단이라는 다단화의 의미보다 완성도를 높였으면 한다는 것.

일상 주행서 부드러운 감각을 전해줬던 서스펜션이 코너를 만나자 다른 성격을 보여준다. 차량의 거동이 상당히 타이트하다 느끼도록 만들며 실 주행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분명 중형 세단이지만 마치 소형차를 타고 있는 것과 같은 민첩함도 느껴진다.

서스펜션의 댐핑 스트로크도 짧은 편에 속한다. 코너에서 발생하는 바디롤에 대응하는 능력도 좋기 때문에 성능 발휘 면에서 좋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승차감까지 잘 살려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2가지 성격을 모두 만족시켜 주고 있는 만큼 세련미 부분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복합적인 코너를 만났을 때 진중하지 못하고 다소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본산 중형세단과 비교해도 성능과 승차감서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앞서기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고급스럽게 느껴지는 승차감 부분은 200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도 좋은 수준이다. 혼다 어코드와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중형세단 중에서 훌륭한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핸들링과 코너링 성능 향상에 일조한 부분 중 하나가 타이어다. 200은 18인치 휠에 235mm 너비의 타이어를 사용한다. 타이어는 브리지스톤의 저저항 타이어 에코피아 제품이며 물리적인 면적이 넓기 때문에 어지간해서 슬립을 허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연비는 동급 일본 중형세단과 비교했을 때 80km/h 연비서는 앞서는 모습을, 100~110km/h 연비서는 조금 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80km/h 정속 주행시 기록된 연비는 17.2km/L 수준으로 15km/L 후반 내외를 보여주던 경쟁모델들 대비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반면 100~110km/h 연비는 14.2km/L를 기록해 약 1km/L 낮은 효율성을 보였다.

테스트를 진행하며 놀라웠던 점이 있다. 처음엔 단순 200이 어떤 차인지에 대한 궁금함만 있었다. 하지만 어느순간부터 경쟁모델들과 비교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크라이슬러 200은 이제 국산차는 물론 일본 중형세단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수준까지 발전해 있었다. 특히 동급을 넘어서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해도 될 정도의 편의 및 안전장비는 200C가 갖는 최고 경쟁력이다.

아직은 몇몇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기존 크라이슬러 이미지를 180도 바꿀 만큼의 완성도를 갖췄다는 점은 분명한 장점임에 분명하다. 또한 200C는 달라지고 있는 크라이슬러의 현재 모습을 대변함에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앞으로 크라이슬러가 내놓을 신차들에 자연스레 관심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오토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