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더 멀리 더 밝게, 레이저 라이트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4.11.03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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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BMW가 LED 라이트보다 한발 앞선 기술인 레이저 라이트 기술을 탑재한 i8 컨셉트를 공개했다. LED보다 1,000배 작지만 5배 밝고 2배 먼 거리인 600m까지 조사가 가능해 차세대 조명 기술로 주목 받았다.

BMW i8의 전세계 공식 출시일은 2014년 8월로 예정됐었다. 사실상 양산차 최초 레이저 라이트를 적용시킨 모델이라는 타이틀이 기정사실화 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아우디가 2013년 12월 내구 레이싱카인 R18 e-트론 콰트로를 통해 레이저 라이트 기술을 공개했다. 이후 2014년 1월에는 스포트 콰트로 레이저라이트 컨셉트(Sport Quattro Laserlight concept)를 통해 레이저 라이트의 양산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2014년 4월, 양산차 최초로 레이저 라이트 기술이 적용된 R8 LMX를 공개했다. 아우디가 양산차 최초 레이저 라이트 적용 차량이라는 타이틀을 BMW로부터 뺐는데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 BMW i8은 레이저 라이트를 옵션으로 준비한 것과 달리 아우디 R8 LMX는 기본적용 시키는 대담함도 보였다.

분명 아우디는 BMW보다 한 발 느리게 레이저 라이트 기술 개발에 동참했다. 어떻게 후발주자가 한 발 앞서 신기술 양산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그 열쇠는 조명 전문 업체인 오스람(OSRAM)이 갖고 있다.

현재 오스람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레이저 라이트 모듈을 제작할 수 있는 업체다. 2006년부터 레이저 라이트를 개발해온 오스람은 수년전부터 원격 인광물질 레이저 작동기술(Laser Activated Remote Phosphor)을 개발해 다양한 제조사에게 양산 의뢰를 요청한 바 있다. 그 결과 BMW와 아우디가 오스람과 함께 레이저 라이트를 양산하기로 손을 잡은 것이다. 레이저 다이오드는 오스람 옵토 세미컨덕터(Osram Opto Semiconductors)가 제작을 담당한다.

레이저 라이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두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는 기술 이름이 레이저 라이트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저를 직접 도로로 쏠 것이라는 것. 둘째는 자동차가 레이저를 발사(?)하면서 주행하고 있을 때 마주 오던 사람은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레이저 라이트는 레이저를 사용하지만 그 자체가 도로를 비추는 것은 아니다. 쉽게 말하면 형광등의 원리와 동일하다. 형광등은 내부에 자외선이 발생하면 형광물질과 반응하여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형태로 바뀌면서 빛을 내는 원리를 갖는다. 레이저 라이트 역시 레이저 광선이 형광 물질에 부딪쳐 밝은 빛을 만들어내는 구조인 것이다.

BMW i8의 경우 여기에 한가지 과정을 더 거친다. 형광물질을 통해 만들어진 빛이 일종의 반사판을 통한 뒤 도로를 비추는 것이다. 반사판을 거치게 되면 빛을 집중적으로 한 부위에 모으거나 퍼트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주행 상황에 따라 능동적으로 조명 범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우디 역시 카메라 기반의 센서 시스템을 활용해 조명 패턴을 변화시켜 상대반 방해 없이 먼 거리를 밝힐 수 있다.

물론 이 형광 물질은 고성능의 세라믹 물질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레이저를 사용하는 특성상 조명의 기하학적 특징, 적합한 재료의 선택, 제조과정 등 모두가 기존의 틀을 바꿔야 할 정도로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였다.

레이저가 형광물질과 만나면서 빛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사람이나 물체에게 해를 가하는 일도 없다. 더 밝고 멀리 빛을 보낼 수 있는 조명기술일 뿐이다.

광원으로 레이저를 사용하면 우선적으로 헤드라이트 모듈의 소형화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광도가 약 10만 칸델라(Candela) 정도를 갖는 할로겐 하이빔 헤드램프가 갖는 직경은 220mm의 크기를 갖는다. 하지만 동일한 빛을 레이저 라이트가 만들어낸다면 30mm면 충분하다. 레이저 라이트의 크기를 확대시키면 보다 높은 광도를 가질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도 하다.

같은 빛을 보다 작은 램프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헤드램프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각 제조사 마다 보다 뚜렷한 개성의 헤드램프 디자인이 가능해질 수 있다.

LED와 레이저 라이트의 공통점은 모두 반도체 기반의 광원을 갖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빛의 성격은 꽤 다른 편이다. LED 라이트는 조명 지점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빛의 면적이 넓어진다. 옆으로 누워있는 콘 모양을 생각하면 된다. 빛의 면적이 넓어지면 단위면적당 영향을 미치는 빛은 적어진다. 결국 조명 지점에서 멀어지면 빛은 어두워지는 것이다.

하지만 레이저 라이트는 상당히 작은 표면에서 빛이 나온다. 그만큼 빛의 밀도가 높고 조명지점에서 멀어져도 빛의 면적이 크게 널어지지는 않는다. 덕분에 한층 더 넓은 지점까지 빛을 전달할 수 있다.

BMW i8의 경우 레이저 라이트는 LED보다 1,000배 작지만 5배 밝고 2배 먼 거리인 600m까지 조사가 가능하다. 아우디 R8 LMX는 레이저 다이오드의 크기가 0.3mm에 불과하며, 이론상 풀-LED 라이트의 상향등보다 2배 먼 거리를 밝힐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레이저 라이트가 사용하는 레이저는 450nm의 파장을 갖는 블루 레이저다. 650nm 파장을 갖는 레드 레이저보다 집적도가 높지만 에너지 전환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블루 레이저는 레드 레이저보다 열 손실이 크기 때문에 이에 맞는 냉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오스람 측은 레이저 라이트의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모두 마쳤다고 강조하고 있다. 양산을 위해 영하 40도에서 영상 80도 사이의 온도 테스트와 습도 테스트도 통과했다. 강력한 진동도 견뎌 냈으며, 만약 충돌 사고로 헤드램프가 손상되는 경우 레이저가 바로 꺼지도록 설계되기도 했다.

레이저 라이트는 현재 어떤 광원보다 휘도가 높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우 밝기 때문에 하향등보다 상향등에 적합한 성격을 갖는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BMW와 아우디 모두 일반 조명은 LED를 사용하고 상향등에 레이저 라이트를 사용하고 있다. 레이저 라이트가 LED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각각의 장점을 살려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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