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Review] 공기를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하이브리드 에어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4.09.15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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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토요타는 하이브리드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개했다. 당시 하이브리드는 성공여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자동차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현재는 대부분 제조사들이 1가지 이상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갖추고 있으며, 기술적 완성도 역시 상향 평준화를 이루고 있다.

하이브리드의 기본적인 개념은 2개 혹은 2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동력원을 함께 사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엔진+전기모터’의 공식을 따르면서 일반적으로 하이브리드는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 및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역시 전기를 발생시키는 과정상 차이가 있을 뿐 전기모터를 사용한다는 점은 동일하다. 그렇다면 전기모터 이외의 대안은 없는 것일까? 우리가 매일 들이쉬고 내쉬는 공기를 사용할 수는 없을까?

이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새로운 하이브리드가 PSA(Peugeot Citroën Automobiles)의 하이브리드 에어(Hybrid Air) 시스템이다. PSA는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과 관련해 8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우선 전기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기를 공급하는 배터리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는다면 무게 절감을 통한 경량화가 가능하고, 이는 효율 향상과 연결된다.

또 배터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실내공간이 넓어지고 트렁크에 더 많은 짐을 수납할 수 있기도 하다. 공간활용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소형화도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에 중형차와 소형차는 물론 경차급 차량에도 적용할 수도 있다. 또 하이브리드 시스템 이식을 위한 내외관의 변화도 크게 필요치 않는다.

그밖에 폐 배터리 처리에 따른 환경문제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배터리 수명 및 교체에 따른 수리비 절감 효과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전기나 수소와 같이 별도의 처리과정이 필요치 않고 있는 그대로 공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PSA와 보쉬(Bosch), 포레시아(Faurecia)가 공동 개발한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의 기본적 개념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병렬식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우선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 그리고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공압 모터가 탑재된다. 센터터널 부위에는 배터리 대신 압축공기를 담을 수 있는 탱크가 추가된다.

강하게 압축된 공기는 필요에 따라 공압 모터에 방출된다. 방출된 공기는 공압 모터를 작동시켜 동력을 만들어낸다. 공압모터는 변속기와 결합되어 있으므로 직접적인 동력이 구동축에 전달되어 자동차를 움직이게 할 수 있다. 공기 압축은 10초 이내에 이뤄지고 수시로 필요에 따라서 압축과 팽창을 반복한다.

압축공기가 공압 모터를 작동시킨다는 점 이외에 다른 작동 과정은 모두 기존 하이브리드와 동일하다. 정지상태에서 가속을 하는 상황에서는 엔진과 공압 모터가 동시에 작동해 내연기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이후 정속주행 상황이 되면 공압 모터는 작동을 멈추고 발전기로 역할이 변한다. 주행 구동력 일부를 회수해 압축 공기 탱크에 공기를 밀어 넣는 것이다. 이 기능은 브레이크가 작동하면 회수율을 보다 크게 변화시켜 적극적으로 압축 공기를 만들도록 한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점은 공압 모터 자체만으로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ZEV(Zero Emission Vehicle)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전기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전기모터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EV 모드를 지원하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공압 모터의 출력을 크게 향상시킨 것이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의 주요 기술이다. PSA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은 공압 모터만으로 70km/h의 속도까지 가속할 수 있으며, 주행 환경에 따라 도심주행의 60~80%를 ZEV 모드만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PSA 측은 공압 모터가 발휘하는 출력이 기존 자사의 HYbird4 시스템의 전기모터보다 높다고 강조했다. 공압 모터의 정확한 출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Hybrid4 시스템에 탑재된 전기모터가 37마력(hp) 수준을 발휘했기 때문에 적어도 40마력 이상의 출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덕분에 C-세그먼트는 물론 D-세그먼트까지 적용 가능하다.

무게 절감 효과도 적지 않다. 공압 모터와 압축 공기 탱크, 이를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 등 다양한 부품이 추가되면서 일반 차량 대비 약 100kg의 무게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 하이브리드 방식 차량의 경우 통상 200kg이 증가하기 때문에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 대비 100kg 가량의 무게절감 효과가 있다는 것이 PSA 측의 설명이다.

무게가 가볍고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가격적인 이점도 갖는다. 그동안 슈퍼미니 클래스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보급화되지 못한 이유는 무게증가와 이로 인한 연비 향상효과 미비, 높아진 가격에 따른 경재성 약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하지만 무게는 물론 가격 상승 부담도 상대적으로 덜하기 때문에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푸조 '208 하이브리드 에어 2L(208 HYbrid Air 2L)' 컨셉트에 탑재된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은 유럽기준 50km/L의 연비를 기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46g/km에 불과하다. 차체 외부를 카본으로 제작해 중량은 860kg 수준이다. 연료통이 가득 찬 상태에서는 추가 주유 없이 한번에 1,300km 주행이 가능하기도 하다.

PSA는 2015년까지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을 양산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PSA는 오는 2020년까지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의 실제 연비를 50km/L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리우스를 통해 하이브리드라는 개념이 등장한지 17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하이브리드는 누구에게나 거부감 없는 신기술 아닌 신기술이 됐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당연하다는 듯이 전기모터만이 사용돼왔다. 그러한 시점에서 PSA의 하이브리드 에어 시스템은 경쟁사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잔잔했던 물가에 돌 하나를 던진 것과 같이 고정관념을 깨는 혁신은 늘 크게 부각돼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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