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비 갖춘 소형쿠페...가격은 난감

2 시리즈 쿠페의 출시로 1부터 7시리즈에 이르는 BMW 전라인업이 완벽히 구축됐다. 그런데 국내사양의 2시리즈에서 조금 특별함이 엿보인다. 2.0리터 디젤 엔진을 기초로 하는 모델에 M 스포츠 패키지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출시 가격도 꽤나 높다. 과연 220d M 스포츠 에디션이 쿠페에 걸맞는 성능으로 가격에 대한 아쉬움을 만회시킬 수 있을까?

2 시리즈는 기존 1 시리즈 쿠페를 독립시켜 만들어졌다. 때문에 과거 판매되던 1시리즈 쿠페와 비슷한 인상을 보여준다. 우는듯한 인상을 보였던 1시리즈의 전면부와 달리 샤프해진 인상으로 변했다는 점이 좋다. M 스포츠 패키지의 적용으로 멋스럽게 바뀐 전,후면 범퍼와 사이드스커트도 눈에 띈다.

전면부 헤드램프 안쪽 끝 부분이 날카롭다. 1 시리즈 헤드램프와 달리 구성된 디자인 덕분에 모델간의 차별성이 극대화 되는 느낌이다. 또한 넓은 면적의 공기 흡입구를 갖춘 범퍼가 더해져 스포티한 이미지를 키워냈다.

측면부 디자인도 좋다. 기본적인 모습은 기존의 1시리즈 쿠페와 다르지 않지만 캐릭터라인의 변화로 입체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다. 휠은 18인치 크기다. M 스포츠 패키지 적용에 따른 것.

후면부는 다른 BMW 모델들과 맥을 같이 하도록 꾸며졌다. 어두운 컬러로 마무리 된 리어램프는 ‘ㄴ’자 형태로 변경됐고 범퍼에 삽입된 주름도 다른 BMW 모델과 같은 부분이다. 또한 범퍼 하단 패널이 유광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독특하다.

디자인만 바꾼 것이 아니다. 기존 1시리즈 쿠페 대비 자체 길이가 71mm 늘어났고 26mm 가량 넓어졌다. 휠베이스도 30mm 증가했으며, 비틀림 강성도 13% 향상됐다.

실내 디자인에서 개성을 찾기는 어렵다. 다른 모델을 통해 늘 봐왔던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의 구성 등이 같다. 모델간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은 기존 BMW 소비자가 BMW의 다른 모델로 옮겨 탈 때 만족감을 낮추게 된다. 5시리즈에서 7시리즈로 바꾸던 SUV인 X5, X6 등으로 옮기던 심지어 쿠페인 4시리즈를 타도 차고 및 공간의 차이 정도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구성이라면 BMW 연구소 내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한두명만 있어도 될 것 같다.

실내에도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다. 다코타 가죽으로 마감된 시트를 기본으로 실내 곳곳에 알루미늄 트림이 추가됐다. 스티어링 휠도 M 스포츠 사양이다. 쉬프트 패들의 기능성과 멋스러움이 부각되지만 각종 버튼 배치를 비롯한 편의성이 아쉽다.

계기판은 단순하다. 최근 화려한 그래픽을 앞세운 계기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지만 소형차의 특성상 필요한 정보만 확실히 보여주는 것 역시 나쁘지 않다. 하단 트립 컴퓨터 모니터를 통한 정보의 표출도 좋다.

아쉬운 점은 센터페시아 상단의 디스플레이다. 크기가 6.5인치에 불과해 답답한 느낌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휴대폰도 5인치급이 널리 쓰이는데 이 때문인지 매우 작게 느껴지는 경향이 있다. 또 내비게이션도 없어 활용성이 떨어진다. 제한적인 기능만 지원하는 아이드라이브(iDrive) 역시 형식적인 느낌이 크다.

사운드 시스템은 7개의 하이파이 스피커를 기본으로 한다. 일반적인 구성이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차체 사이즈가 작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만족감이 높았다.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또렷했으며 모든 영역에서 균형 잡힌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이 좋았다.

시트는 몸을 지지해주는 부분서 아쉬움이 없다. 사이드 볼스터 조절 기능도 갖춰졌다. 뒷좌석 출입을 위해 전동으로 시트를 슬라이드 시킬 수 있는 이지 엔트리(Easy Entry) 기능도 기본이다. 다른 BMW 모델들이 그렇듯 럼버서포트가 제공되지 않으며 기능적인 면에서 취약하지만 차량 성격을 감안하면 수긍할 수도 있겠다.

뒷좌석은 좁다. 소형 쿠페의 성격상 키가 160cm 전후까지만 무난하게 탑승할 수 있다. 레그룸이 21mm 길어졌다고 하지만 성인이 편하게 탑승할 정도의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소형 쿠페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제되지 않는다.

트렁크 공간은 390리터다. 1 시리즈 쿠페보다 30리터 넓어진 수치다. 뒷좌석 시트는 40:20:40으로 분할 접이가 가능하다. 때문에 뒷좌석을 화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트렁크와 실내의 연결 통로가 비좁아 대형 화물보다 스키나 보드 같은 긴 장비를 싣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220d 쿠페에 탑승해 시동을 건다. 익숙한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된다. 220d에는 BMW에서 널리 사용하는 184 마력과 38.8 kg.m 토크를 갖는 2.0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된다. 120d, 220d, 320d, 420d, 520d 모두 동일한 엔진을 쓴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측정된 소음은 45.5dBA 수준이다. 118d와 420d가 약 42dBA, 320d가 약 42.5dBA로 측정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음 유입이 제법 많은 편이다.

주행을 시작했을 때 느껴지는 여유로운 힘이 좋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차량 흐름을 쉽게 따라가기에 운전이 편하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느껴지는 만족스러운 토크감도 인상적이지만 이와 더불어 전개되는 가속감에 대한 만족도 역시 높다.

계측 결과 0-100km/h 도달 가속시간은 7.1초로 제조사 발표수치와 동일한 결과를 보였다. 자동변속기임에도 런치컨트롤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 역시 좋다. 가속을 지속하면 200km/h까지 오르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시간과 거리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180km/h 내외까지 쉽고 여유롭게 도달한다고 보는 것이 좋다.

220d의 실구동출력은 165 마력과 37.5 kg.m의 최대토크로 나타났다. 출력의 구동손실률이 약 10%, 토크 손실률이 약 3%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차체 중량은 1,481kg 수준으로 상급의 420d 대비 80kg 이상 가볍다.

승차감이 다소 딱딱하다 느껴진다. 이는 M 스포츠 서스펜션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일반 도로 주행시에도 대부분의 노면정보를 시트까지 전달해 주며 상황에 따라 튀는 모습도 보인다. 420d에는 일반 서스펜션이 적용됐지만 일반 주행과 와인딩 주행 등의 다양한 환경에서 만족스런 성능을 나타낸 바 있다. 220d 역시 일반 서스펜션의 적용도 좋았을 듯 하다. 보편적인 소비자 성향을 생각하면 M 스포츠 서스펜션은 다소 과하다. 또한 184 마력의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본격 스포츠성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기 때문이다.

다음 테스트는 와인딩 로드 주행이다. M 스포츠 서스펜션과 M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이 어떤 능력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가속부터 다시 시작한다. 두둑하게 전해져 오는 여유로운 토크가 한번 더 차체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코너를 맞이 하며 속도를 낮춘다. 제동력은 충분하다. M 스포츠 브레이크 시스템은 외형 뿐 아니라 성능면에서도 부족함을 느끼게 하지 않아 좋다.

코너에 진입하며 스티어링 휠을 돌린다. 후륜쪽의 움직임이 범상치 않다. 밸런스가 엉망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차체가 작고 휠베이스도 짧은 편이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싶었지만 뭔가 불안한 주행이 이뤄진 이유는 타이어 때문이었다.

테스트카의 프론트에는 225 /40 R18 사이즈의 브리지스톤 포텐자 RE 050A가, 리어에는 245 / 35 R18 사이즈의 던롭 SP 스포트 01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었다. 과거 던롭은 성능 좋은 타이어를 잘 만드는 브랜드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실망감만 안기고 있다. 스포트 01 역시 기본 성능서 RE 050A 대비 부족한 느낌이 크다.

결국 전륜 대비 부족한 후륜 타이어 그립이 이런 불만족스러운 주행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프론트 타이어에 그립에 맞춰 운전하면 리어가 쉽게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안전한 주행을 위해 리어 타이어의 그립에 신경을 쓰면 코너링 속도가 낮아지는 문제로 이어졌다.

사실상 이런 타이어 셋업을 하는 브랜드는 없다. 아마도 타이어의 펑크로 인해 급히 구한 타이어를 임의적으로 장착한 것이 이유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체의 거동 및 밸런스가 좋은 편이기 때문에 타이어만 고성능으로 바뀌면 이상적인 주행이 가능해 질 것이다. 주행 때의 다이내믹한 느낌서는 분명 420d를 능가한다.

변속기의 만족도 역시 높다. ZF의 8단 자동변속기, 특히 스포츠 8단 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인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의 내구성 및 정비비용, 울컥거림 등의 문제가 이슈화되는 만큼 현재의 8단 자동변속기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최근 ZF 변속기의 내구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 역시 생기고 있다. 10만km를 전후하는 시점서 밸브 바디 등에 문제가 생겨 변속기 전체 또는 일부를 교체하는 사례도 나오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빨라진 반응이 변속기 내부에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일반주행에서 다소 튀는 경향을 보였던 서스펜션. 다행히도 와인딩 로드에서는 이상적인 성능을 보였다. 코너에서 버텨주는 느낌이 좋기 때문에 반복된 코너에서 만족감을 높였다. 스포츠 서스펜션에 어울리는 성능을 바탕으로 단단히 차체를 붙들기 때문에 서키트 및 와인딩 로드 주행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반길 듯 싶다. 하지만 이런 소비자 층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적정 성능과 승차감을 구현한 서스펜션의 조합이 220d에게 더 어울릴 것으로 전망한다.

220d에 장착되는 2.0 디젤 엔진은 유로6 기준을 만족시킨다. 또한 8단 변속기와 맞물리니 연비가 수준급이다. 220d는 80km/h의 속도로 정속주행할 때 약 23km/L, 100~110km/h로 달리는 구간서도 20km/L 이상의 연비를 보여줬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주행에서도 12km/L에 근접하는 연비를 보여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연비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컴팩트한 차체에서 느껴지는 스포티한 감각과 높은 연비는 220d의 분명한 장점이다. 그럼에도 우리팀은 220d를 추천하지 않는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220d의 출시 가격은 5,190만원. 분명히 비싸다. 기존 1 시리즈 쿠페 대비 6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이며 상급 모델인 420d 럭셔리(5,530만원)와의 갭도 크지 않다. 혹은 200만원 저렴한 320d를 선택할 수도 있다. 사실 4천만원 중반의 가격표를 달고 나온 CLA 200 CDI의 가격 역시 높다고 생각했는데 220d를 보니 CLA 200 CDI가 헐값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쿠페의 특성상 수요층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제한적인 수요층에서 최대한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M 패키지를 추가하면서까지 가격을 높여야 했을까?

현재 220d의 월간 평균 판매량은 15대 수준이다. 같은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에 이처럼 낮은 판매량이 이해 된다. 현재 BMW의 각 딜러들은 220d를 발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 중이다. 결국 출시 후 급히 차를 구입한 소비자들만 손해를 보게 된 것. 사실상 상품성으로 본다면 현재의 프로모션 가격도 조금 높아 보인다. 220d에 대한 우리팀의 추천 가격은 4300만원 전후다.

또한 같은 상품을 어떤 소비자는 고가로, 또 어떤 소비자는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다. 특히나 출시된 지 1년도 안된 차량 가격이 고무줄 같아서야 되겠는가? BMW는 국내 수입차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다. 적어도 올바른 가격 정책을 만드는데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

220d는 합리성을 추구하면서 운전재미를 느끼도록 유도하는 소형 쿠페다. 불필요한 옵션으로 가격 상승을 꾀하기 보다 현실적이며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시장의 아이콘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아울러 제대로 된 성능을 보여줄 M235i의 데뷔를 촉구하고 싶다. 또한 합리적인 가격을 바탕으로 출시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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