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편한 데일리 슈퍼세단

아우디 RS7은 RS라인 중에서도 최상위 모델이다. 때문에 아우디의 모든 모델을 통틀어서 가장 높은 출력을 가진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560마력과 71.4kg.m의 수치를 내세우는 RS7은 얼마만큼 폭발적인 성능으로 존재감을 드러낼까?

RS라는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만큼 RS7은 겉모습부터 A7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한눈에 봐도 전투적이다.

전면부를 장식하고 있는 그릴은 모두 육각형무늬로 변경됐다. 색상도 모두 블랙 컬러로 바뀌었다. 범퍼 양 측면에 대폭 확장된 공기흡입구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차량은 공기흡입구 디자인을 흉내 냈지만 RS7은 정말 다 뚫려있다. 블랙 베젤 처리된 헤드램프는 LED 라이트가 기본이다.

측면을 바라보면 가장 먼저 휠이 보인다. 휠의 크기는 21인치다. 해외에서는 20인치가 기본이지만 국내 사양은 가장 큰 사이즈가 들어온다. 가장 큰 휠을 사용하는 만큼 타이어도 가장 넓은 275mm 사이즈가 4바퀴 모두 적용된다.

앞바퀴를 살펴보면 휠 안쪽을 가득 채운 대형 세라믹 브레이크 시스템이 눈에 띈다. 디스크 직경만 무려 420mm다. 참고로 부가티 베이론도 전륜 브레이크 사이즈는 400mm다. 브레이크 디스크 크기로만 따지자면 RS7이 세계 최고가 될 듯.

후면부는 대구경 머플러와 디퓨저로 꾸며졌다. 머플러 내부는 메인 배기구와 가변 배기구 한 쌍으로 구성된다. 디퓨저는 고광택 처리가 이뤄졌다. 리프트게이트에 숨어있는 리어 스포일러는 130km/h에서 자동으로 펼쳐진다.

실내는 기본적으로 블랙을 테마로 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의 모델이 그렇듯 실내 곳곳을 카본 파이버로 장식했다.

그런데 시선이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에서 멈춘다. RS D-컷 스티어링 휠과 수동변속기를 연상시키는 둥근 기어 레버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우디 측에 확인해보니 RS 전용 D-컷 스티어링 휠에는 열선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한다. 때문에 국내소비자들을 위해 열선 기능을 지원하는 일반 스티어링 휠을 선택해 적용했다고 한다. 그럼 기어레버 디자인은 왜 바뀌었을까? 스티어링 휠과 기어레버는 한세트란다.

발코나 가죽으로 덮인 시트는 신체를 부드럽고 편안하면서 확실하게 잡아준다. RS5의 시트가 꽤나 단단하고 측면에 볼록 솟은 부분이 커서 타고 내리기 불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RS7은 상당히 편하다. 육각형 디자인의 스티칭 디자인이 주는 시각적인 효과도 만족스럽다.

뒷좌석은 버킷시트 디자인을 한 독립식 시트 구성이다. 가운데 부분은 작은 수납 공간을 마련했다. 뒷좌석 열선과 4존 공조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오디오는 15개의 스피커를 활용하는 뱅&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기본이다. 팝업 형식의 전면 트위터는 이제 아우디에서 익숙한 구성이다.

트렁크 공간은 535리터다. 깊지는 않지만 넓고 돌출 공간도 많지 않기 때문에 화물 수납에 용이하다. 트렁크도 리프트 게이트 형식이기 때문에 넓게 열려서 좋다. 뒷좌석을 접으면 1,390리터로 확장된다. 대신 뒷좌석은 버킷 타입이기 때문에 평평하게 접히지는 않는다.

이제 RS7과 함께 주행에 나설 시간. 기어레버 좌측에 위치한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어본다. 처음에 강력한 사운드를 토해내듯 하지만 이내 조용해진다. 실내에서 느끼는 정숙성도 좋은 수준이다. 적어도 고성능을 지향하는 RS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렇다.

실내 소음을 측정해본 결과 46.5dBA로 측정됐다. 이 정도면 소음이 다소 높은 디젤 차량 정도 수준이다. 물론 음색은 전혀 다르다. 80km/h로 정속주행하는 상황에서 측정된 소음은 62dBA. 정속주행 소음은 배기음이나 바람소리보다 타이어가 굴러가는 소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도심에서 차량 흐름에 따라 주행을 시작하면 가장먼저 다루기 쉽고 부드럽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은 무겁지 않고 비례제어 방식의 페달도 조작이 쉽다. 서스펜션까지 부드러워 승차감도 좋다. 순수 승차감은 스포츠카가 아닌 대형 세단과 비교해도 좋을 수준이다.

저속영역부터 넘치는 수준의 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운전이 편하다. 가감속의 스트레스도 거의 없으며 추월 가속도 시원스럽다. 원하는 속도까지 가속하는 것이 간단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고속도로에서 크루징 할 때 좋다.

가속력을 확인하기 위해 한가한 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아본다. 미묘한 진동과 함께 엔진 회전수가 상승한다. 아차… 잊고 있었다. RS7에는 가변실린더 기술인 COD(Cylinder On Demand) 시스템이 적용됐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4기통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여유로운 힘을 발휘했다.

제대로 출력을 끌어내 본다. 우렁찬 배기음이 발생하고 마치 튕겨나가듯이 가속을 시작한다. 제원상 0-100km/h 가속시간은 3.9초. 우리팀이 측정한 기록은 4.3초로 측정됐다. 200km/h까지 순식간이며, 250km/h 영역까지도 힘들이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RS7의 공식 제원은 최고출력 560마력에 최대토크는 71.4kg.m이다. 계측기에서 측정된 출력은 556마력, 최대토크는 72.1kg.m로 나타났다. 구동손실률은 사실상 없고 최대토크는 더 높게 나왔다. 특히 대부분의 영역에서 60kg.m 이상의 토크가 발휘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물론 이런 토크가 꾸준히 나오는 것은 아니다. 순간적인 오버부스트 영향 덕분에 수치가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다양한 속도 영역을 달리는 동안 느껴지는 특징 중 하나는 서스펜션의 부드러움이었다. 드라이브 모드 셀렉터를 스포츠로 설정하면 조금 단단해지지만 ‘RS’ 모델이라는 것을 생각했을 때는 여전히 의외다. 사실상 이 조차도 부드럽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부드러운 서스펜션이 와인딩 코스에서 통할까?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며 가속력을 끌어낸다. 멋진 배기음을 뒤로한 채 빠른 속도 향상이 이뤄진다. 브레이크 시스템도 강력한 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코너에 진입했을 때는 아쉬움이 커진다. 무엇보다 차체를 지지하는 능력서 부족함이 느껴진다. 아우디 측은 RS7에 탑재된 에어 서스펜션이 0.001초 단위로 댐핑 값을 조절해준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런 수치적 면모 보다 코너에서 차체를 보다 확실하게 지지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서스펜션과 더불어 아쉬웠던 부분은 타이어다. 테스트차량에 적용된 타이어는 컨티넨탈의 크로스 컨텍이며 폭도 275mm다. 이 타이어는 높은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지만 560마력과 2톤이 넘는 무게를 견디기에는 다소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덕분에 언더스티어 성향의 스티어 특성이 쉽게 나타났다. 타이어 사이즈를 키우거나 보다 고성능의 타이어 사용을 추천하고 싶다.

나머지 운동성능은 수준급이다. 스티어링 휠 조작에 따른 차체 반응도 좋다. 무게감이 느껴지지만 이를 출력과 토크로 만회하기에 아쉬움이 없다. 또한 잘 조율된 스티어링 시스템과 4륜 시스템이 빠른 달리기를 돕는다.

하지만 차량이 크고 무겁기 때문에 중저속 구간이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 기대만큼의 성능을 보여주지는 못한다. 이 보다는 도로 폭에 여유가 있는 서킷에서 달리는 것이 더 좋을 듯 싶다.

변속기 반응도 좋다. S-트로닉의 토크 대응력 한계 때문에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지만 높은 완성도로 만족감이 높다. 변속 반응도 매끄럽고 빠르며 강력한 출력과 토크를 잘 전달해주는 모습이다. 반복적인 가감속 상황에서도 반응이 지연되거나 하는 등의 문제도 보이지 않았다.

제동성능 역시 뛰어나다. 고속 영역에서 속도를 줄이는 능력도 인상적이고 지속적인 부하 조건에서도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르쉐의 PCCB를 경험해봤다면 기대만큼 제동력이 발휘되지 않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파나메라 터보의 PCCB의 능력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물론 가성비에서는 RS7이 크게 앞선다.

RS7의 국내 복합연비는 7.9m/L로 발표됐다. 우리팀이 80km/h 속도로 정속 주행한 결과 12km/L 정도의 연비가 계측됐고, 100~110km/h 주행상황은 14.5km/L 수준의 연비를 보여줬다. 가변실린더 기술 덕분에 저부하 조건에서 연비를 높인 결과다. 정속주행이 아닌 가감속이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연비가 빠르게 하락했다. 대신 기름을 소비한 것 이상의 폭발적인 가속감을 보상받을 수 있다. 막히는 도심에서 가다서다를 반복하면 4km/L 내외의 연비를 보였다.

RS7은 많은 장점을 갖는다. 4인가족의 승차환경을 갖고 짐도 넉넉히 실을 수 있다. 편안한 승차감으로 장거리 여행도 불편하지 않으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도 있다.

가격 경쟁력도 좋다. 국내시장에서 경쟁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CLS63 AMG 4MATIC, BMW M6 그란쿠페, 포르쉐 파나메라 터보가 꼽힌다. CLS63 AMG와는 가격이 동일하지만 M6 그란쿠페는 2억원이 넘는다. 파나메라 터보S에 옵션 몇 개를 추가하면 RS7 가격의 두배 이상이 된다.

하지만 여러가지를 갖췄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한가지 성격이 모호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RS’배지를 달고 있는 모델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희석됐다는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때문에 RS7은 달리기 위한 스포츠카 자체로 접근하기보다는 다양한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일리 슈퍼세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A8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승차감을 가지면서 이렇게 달릴 수 있는 차도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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