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모터쇼 취재하러 간 것이 민망했습니다.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4.06.0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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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모터쇼가 시작됐습니다.

벡스코는 신관을 추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행사를 진행합니다. 11개국 179개 업체가 참가하고 출품 차량은 211대나 됩니다.

이중 아시아 최초 공개 6대, 한국최초 공개 22대로 각 메이커들의 참가 의지도 높아졌습니다. 미쓰오카의 참가는 현재 한국시장의 발전 가능성과 시장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일 것입니다.

면적이 커진 만큼 부스도 화려해졌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볼거리가 갖춰지면서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요소도 풍부해졌습니다. 그냥 자동차만 전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해당 브랜드에 대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관심을 끌어내도록 했다는 점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었습니다.

상품을 빛내는 레이싱 모델들도 복장도 한층 성숙한 모습입니다. 노출로 인한 순간적인 관심이 아닌 브랜드 성격과 차량의 특성을 생각해 맞춰 입으니 이제서야 모터쇼의 ‘꽃’다워 보였습니다.

발전을 위한 노력을 했고, 노력의 흔적이 곳곳에 보였다는 점은 높이 칭찬해 줄만 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부산 모터쇼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모터쇼를 취재하는 사람(기자 外)들의 수준은 제자리 걸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습니다.

모터쇼에는 각 매체들의 기자들을 비롯해 각사들이 초청한 VIP(고객들)과 블로거들이 참여합니다. 과거엔 취재 중심의 쾌적한 환경이 연출되었지만 현재는 북새통을 이룹니다.

모터쇼에는 많은 차량이 출품됩니다. 모든 사람이 부산모터쇼에 출품된 200대가 넘는 차량의 정보를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때문에 해당 브랜드의 모델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프레스킷(Press Kit)을 받아 기사작성에 참고합니다.

대부분 인쇄물과 USB로 구성되고 몇몇 업체는 작은 기념품도 지급합니다.

여기에 눈 먼 분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줄을 서서 명함을 건내주고 받아가는 것이 맞지만 우르르 몰려들어 질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서로 밀고 언성이 높아졌습니다. (사실 매 모터쇼 때마다 볼 수 있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통제 요원들이 나섰지만 말을 듣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몰려든 사람들이 흩어질 때는 프레스킷이 모두 소진되었을 경우입니다.

프레스데이는 메이커의 비전을 제시하고 신모델을 공개하는 자리입니다. 많은 분들이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일찍 도착해 좋은 자리를 잡습니다. 하지만 또 다른 많은 분들은 프레스킷 배포 자리를 선점합니다. 늦게 가면 기념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프레스 컨퍼런스가 끝날 무렵이 되면 프레스킷 배포 자리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분명히 발표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가 프레스킷 배포자리로 이동합니다.

멋진 행사를 위해 준비한 사람들은 얼마나 허탈했을까요? 반대로 프레스킷을 나눠주는 도우미와 통제요원들은 진땀을 뺍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프레스킷을 탐내는 이유에는 기념품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몇몇 분들은 프레스킷 자체가 짐이 됐던 모양입니다. 기념품만 빼고 나머지는 부스 옆에 버렸습니다. 아쉽게도 그런 분들이 많았습니다. 기념품만 빠진 프레스킷은 금세 수북히 쌓입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해당 제조사 측에 미안한 마음마저 듭니다.

모터쇼에 기념품이 필요할까요? 기념품 지급을 하지 않으면 기사를 쓰지 않는 매체들이 있나요?

차라리 필요로 하는 분들의 e-mail로 자료를 전송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많은 비용들여 준비한 기념품 때문에 수개월간 준비한 발표 자리를 망쳐서야 되겠습니까?

모터쇼는 최초로 공개되는 모델도 적지 않고 순간순간 중요한 장면도 많이 등장합니다. 때문에 사진 찍기 좋은 자리를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많이 일어납니다.

종종 앞사람이 일어서 뒷사람을 가리는 일도 발생합니다. 중요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짜증도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소리를 질러서는 안됩니다. 그 자리는 제조사 및 수입사를 대표해 각사의 담당자들이 상품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많은 브랜드들이 노출이 심한 모델로 관심을 끌고 있다는 질타를 피하기 위해 신경 쓴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분명 미디어의 순기능일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여전히 노골적인 사진 찍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망원 렌즈 장착하고 자동차가 아닌 모델만 찍어야 했을까요? 바닥에 앉아서 모델을 올려다보면서 찍으면 얼굴이 더 예쁘게 나오나요? 어떤 편집장도 가슴만 확대해 찍으라고 주문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부산 모터쇼는 질과 내용에서 많은 노력을 했고 그만큼 일보 발전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취재하는 문화는 어땠는지 스스로 점수를 주기 부끄러웠습니다.

一魚濁水(일어탁수). 물고기 한 마리가 물을 흐리게 한다는 뜻입니다. 한 사람의 악행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죠. 여전히 많은 분들이 묵묵히 열심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물을 흐리는 물고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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