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구동 이야기] 8부, 닛산 ATTESA 이야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3.12.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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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역사에 있어서 고성능 혹은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꼭 넘어서고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포르쉐다. 이를 위해 스카이라인부터 현재는 GT-R까지 발전시켜왔으며, 덩달아 여기에 탑재된 4륜 시스템도 함께 발전했다.

현재 닛산에서 사용하는 4륜 시스템의 정식 명칭은 ‘Advanced Total Traction Engineering System for All-Terrain Electronic Torque Split Pro’다. 직역하자면 ‘모든 지형에 대응하기 위한 진보된 총괄 견인력 기술 및 전자식 구동력 배분 시스템 프로버전’이라는 이름이다. 의역하자면 ‘슈퍼 울트라 캡숑 짱 좋은 4륜 시스템’ 정도 될까? 적어도 시스템 이름 길이에 있어서는 포르쉐는 물론이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줄여서 아테사(ATTESA)라고 불리는 닛산의 4륜 시스템은 1987년 출시된 블루버드(RNU12)를 통해 최초로 탑재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후 RNN14 GTi-R 펄서, HNU13 블루버드, HNP10 프리메라 등 다양한 차종으로 적용범위를 넓혀갔다.

초창기의 아테사 시스템은 기존에 존재했던 4륜 시스템과 큰 차이점를 보이지 않았다. 변속기에서 동력을 전달받은 구동축이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의 디퍼런셜과 연결되고 여기서 전후 구동력을 배분하는 형식이었던 것이다.

아테사 시스템이 크게 주목을 받은 것은 시스템 공개 후 2년이 지난 1989년부터다. 닛산은 기존 아테사에 전자식 구동력 배분 시스템인 E-TS(Electronic Torque Split) 추가한 시스템을 R32버전 스카이라인 GT-R과 스카이라인 GTS4에 탑재하기 시작했다. 특히 R32 GT-R의 경우 뉘르부르크링에서 8분 20초를 기록하여 전세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바 있다. 24년 전 8분 20초는 현재 7분 20초를 기록하는 것 보다 충격적인 기록이었기 대문이다.

전세계에 스카이라인 GT-R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킬 수 있도록 공헌한 아테사 E-TS는 구동력 배분을 위해 센터 디퍼런셜의 개선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졌다. 변속기는 4륜 시스템 구현을 위한 트랜스퍼 케이스와 함께 연결된 형태를 갖는다. 트랜스퍼 케이스 내부에는 습식 다판 클러치와 멀티-로우(Multi-Row) 체인으로 구성되어있으며, 유압펌프에 따라 내부에서 구동력이 변경되는 방식을 갖는다. 이 시스템은 포르쉐 959와 상당히 유사한 점이 많았는데, 959와의 가격차이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앞서나간 기술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도 있었다. 구동력을 분배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히 높은 압력이 필요했고, 일반 오일은 닛산이 필요로 하는 열과 압력을 견뎌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닛산은 NS-ATF(Nissan Special Automatic Transmission Fluid)라는 전용 오일을 개발했으며, 오일펌프를 위한 냉각장치도 개발했다.

구동력 배분을 실시간으로 진행하기 위해 닛산은 아테사 E-TS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16비트 사양을 탑재했다. 당시 흔하지 않았던 16비트 컨트롤 유닛 덕분에 아테사 E-TS는 초당 10회 차량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구동력을 배분할 수 있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전륜축에는 0~5%의 구동력만 전달되지만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이 감지되면 최대 50%의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낼 수 있다.

이 아테사 E-TS 시스템은 본래 스카이라인 GT-R만을 위한 것이었고, 이 때문에 수동변속기에서만 적용되었던 시스템이다. 하지만 아테사 E-TS 시스템이 발표된 시기와 같은 1989년, 닛산이 북미시장을 위한 브랜드 인피니티를 발표했고,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자동변속기와 결합된 형태의 아테사 E-TS를 개발했다. 그리고 이 자동변속기 아테사 E-TS를 현재 인피니티 Q70(M)의 전신인 세피로(Cefiro)에 최초로 탑재했다.

1995년, 닛산은 R33버전 스카이라인 GT-R을 발표하면서 아테사의 새로운 버전도 공개했다. 프로(Pro)라는 이름이 추가된 새로운 버전은 능동형 LSD가 탑재된 점이 특징이다. 후륜 축에 추가된 능동형 LSD를 통해 뒷바퀴의 구동력 배분이 가능하게 된, 즉 토크 벡터링을 지원하게 되었다.

각각의 센서와 이를 관리하는 컴퓨터도 똑똑해졌다. R32 GT-R은 초당 10회의 계산 및 구동배분이 가능했지만 아테사 E-TS 프로를 탑재한 R33 GT-R은 초당 100회의 가속도 센서, 스로틀 개도량, 과급압, 바퀴의 회전 속도 등을 감시하고 구동력 배분이 가능해 졌다.

하지만 이 능동형 LSD는 현재도 널리 탑재되지 못할 만큼 값비싼 장비이기 때문에 닛산은 R33 GT-R에 옵션으로 능동형 LSD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향후 성능강화 버전인 R33 GT-R V스펙 버전에서 기본으로 탑재시키면서 아테사 E-TS 프로가 재조명 받기도 했다.

스카이라인 GT-R의 마지막 버전인 R34 GT-R은 능동형 LSD가 기본으로 탑재된 아테사 E-TS 프로가 적용되었다. 사실상 R33 버전과 동일한 구동시스템을 가졌지만, 센서 및 컨트롤 유닛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초당 1,000번의 차량 움직임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스카이라인이라는 이름 대신 GT-R 자체를 모델명으로 부활한 GT-R 역시 아테사 E-TS 프로가 탑재되었다. 하지만 아테사 E-TS 프로 GT-R 버전이라고 소개되는 이 시스템은 사실상 이름만 아테사를 유지할 뿐 전혀 다른 구조로 개발되었다.

GT-R의 아테사 시스템은 구동축, 측 드라이브 샤프트가 2개다. 엔진에 연결되어있는 구동축은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고, 변속기가 위치한 뒷바퀴에 연결된 구동축은 앞바퀴로 동력을 전달시키는 방식이다.

기존의 아테사 시스템이 물리적인 움직임을 감지해서 구동력을 배분했다면 GT-R 버전에서는 각종 전자센서를 통해 주행 중 가장 이상적인 구동력을 배분시킨다. 특히 요(Yaw) 각도를 측정하는 센서를 통한 제어까지 새롭게 추가되면서 차량이 미끄러지는 각도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구동력은 평상시 전 후 2:98에서 상황에 따라 최대 50:50까지 배분이 가능하다. 특히 런치컨트롤(Launch Control)이 설정되면 50:50의 구동력이 배분되어 보다 빠른 가속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인피니티로 시점을 옮겨보자. 앞에서 설명된 세피로를 통한 인피니티 브랜드의 런칭 속에서 아테사는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성격이 강했다. 부족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데 있어서 아테사는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주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인피니티는 아테사 E-TS 프로에 기반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는 사실상 후륜구동과 동일한 상태로 주행을 하다가 차량의 급격한 움직임 변화가 감지되면 최대 50:50까지 구동력 분배가 가능하다. 닛산의 고급형 브랜드인만큼 주행 모드에 따라 오토, 스포츠, 에코, 스노우 등 네가지 주행모드를 지원하는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아테사 E-TS 프로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꼽히고 있는 능동형 LSD는 인피니티 버전에서는 제외되었다. 대신 능동형 LSD가 하는 일을 전자식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대체시켜 좌우의 구동력을 일정부분 배분할 수 있도록 했다.

인피니티 브랜드 이후 닛산은 2000년 이후부터 앞바퀴굴림 모델에도 아테사 시스템을 적용시키기 시작했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할덱스의 시스템보다는 조금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는 점이 특징. 먼저 전륜 디퍼런셜과 트랜스퍼 케이스를 연결시키고, 여기에 연결된 구동축이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방식이다. 평소에는 앞바퀴만, 상황에 따라 최대 50%의 구동력이 전달된다는 점은 일반적인 전륜 기반 4륜 시스템과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쥬크의 경우 앞뒤뿐만 아니라 좌우까지 구동력이 배분되는 형태를 갖는다. 후륜축에 추가된 디스크타입의 능동형 LSD의 제어를 통해 왼쪽과 오른쪽의 동력 배분을 제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내에서 중력가속도 현황과 전후좌우 동력 배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시스템은 고급 라인업을 통해 소개되었기 때문에 소형차에 적용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유럽의 브랜드와는 달리 닛산의 아테사는 도전정신이 깊이 새겨진 기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GT-R의 태생 자체가 타도 포르쉐를 외쳤으며, 포르쉐라는 높은 벽을 넘기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맞춰 넣은 독특한 4륜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그 기술이 이미 80년대에 완성되었다는 점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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