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륜구동 이야기] 7부, 포르쉐 4륜 시스템 이야기

  • 기자명 뉴스팀
  • 입력 2013.11.2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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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는 콰트로, BMW는 xDrive와 같이 자동차 메이커들에게는 4륜구동 메커니즘을 브랜드화 시키고 있다. 최근에 현대차 역시 HTRAC이라는 4륜 시스템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브랜드화에 별 관심 없어 보이는 메이커도 있다. 바로 포르쉐다. 포르쉐의 4륜 시스템에는 별다른 이름이 없다. 그저 네바퀴를 굴리니까 모델명 뒤에 숫자 ‘4’만 붙이거나 어떤 모델에는 아예 붙이지도 않는다.

사실 역사적인 측면에서 포르쉐는 세상에서 2번째로 4륜구동 자동차를 제작한 바 있다. 1899년 페르디난드 포르쉐(Ferdinand Porsche) 박사가 각각의 바퀴에 전기모터를 결합시켜 4륜구동 자동차를 개발했었기 때문이다. 최초의 4륜구동 역사가 1983년에 시작되었으니, 상당히 시대를 앞서갔었던 형태였다. 기술적으로 미완성 수준이고 무게가 상당했지만 당시 기술로 만들 수 있는 가장 빠른 자동차 중에 하나로 꼽히기도 할 정도였다.

이후 1931년 포르쉐가 설립된 이후 등장한 모델들은 모두 스포츠카였고, 4륜 시스템은 애초에 고려되지 않았다. 당시 기술로는 윌리스 오버랜드(Willys Overland, 짚의 전신)의 군용 차량용 4륜 시스템이 존재감을 나타내는 시기였으며, 1966년에 되어서야 영국의 젠슨(Jensen)에서 FF를 통해 스포츠카에 4륜 시스템이 최초로 도입될 정도로 기술적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1981년, 포르쉐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911SC 카브리올레라는 컨셉트카를 통해 최초로 4륜 시스템을 선보였다. 하지만 1년 후 양산형 911 카브리올레가 등장했지만 4륜 시스템은 탑재되지 않았다.

포르쉐에게 4륜 시스템의 매력을 깨우쳐준 모델은 역사적인 슈퍼카로 손꼽히는 959를 통해서다. 포르쉐는 1981년부터 그룹 B(Gruppe B)라는 프로젝트명으로 랠리전용 고성능 스포츠카 개발을 진행해왔다. 이후 1983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911을 기초로 4륜 시스템을 이식한 그룹 B 프로토타입을 공개했고, 1984년 파리-다카르 랠리에 참전했다. 결과는 우승.

이후 1985년에는 경기에서 리타이어했고, 보완점을 개선시킨 포르쉐는 1986년 파리-다카르 랠리에 프로토타입 3대를 다시 한번 참전시켰다. 그리고 1위와 2위, 6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성과를 등에 업고 FIA의 경기참가 규정을 맞추기 위해 양산형 모델로 1987년 공개된 모델이 바로 959다. 959에 탑재된 4륜 시스템은 다판 클러치 구조의 센터 디퍼런셜을 탑재한 가변 분배 방식의 상시 4륜 시스템이었다. 당시로써는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기술.

959의 4륜 시스템은 시스템은 가속도 센서, 엑셀 페달 포지션센서, 과급압 센서 등의 정보를 연동시켜 구동력 배분을 위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었다. 또한, 드라이(Dry), 웨트(Wet), 아이스(Ice), 트랙션(Traction)의 4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일반적인 주행을 하는 드라이 모드는 구동력 배분이 40:60으로 나뉘며, 상황에 따라 20:80까지 구동력 배분이 가능했다. 웨트 모드는 구동력 배분을 40:60에서 고정되며, 아이스 모드는 센터 디퍼련셜을 잠가 50:50으로 고정시켰다. 비상용으로 사용하는 트랙션 모드는 전륜과 후륜의 디퍼런셜을 잠금으로써 험로 탈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본 450마력, 레이스 세팅 600마력, 최고속도 시속 315km/h로 1987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라는 타이틀과 신개념의 4륜구동 시스템까지 갖추면서 포르쉐 959는 최초로 ‘슈퍼카’라는 칭호를 받게 되었다.

959로 4륜 시스템의 높은 잠재력을 직접 확인한 포르쉐는 1989년 2세대 911인 964 시리즈부터 모델명 뒤에 4를 더한 4륜 모델을 라인업으로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959와는 다르게 911의 4륜 시스템은 전륜의 구동력을 보조해주는 용도로 활용했다. 964 시리즈 당시는 다판클러치 방식으로 구동력을 배분해 전후 31:69로 배분했지만 911 특유의 핸들링이 부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993 시리즈로 발전한 911부터 비스커스 커플링 방식의 센터 디퍼런셜을 탑재해 평상시 5:95의 구동 배분을 하다가 주행 상황에 따라 40:60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보그워너에서 제공받은 ITM3e 4륜 시스템은 보다 간단한 구조로 4륜 구동을 지원할 수 있었고 911 특유의 핸들링도 유지했으며, 상황에 따라 4륜의 트랙션을 확보해 보다 뛰어난 주행이 가능했다.

996과 997 버전에서도 부분적인 개선만 이루어졌을 뿐, 기본적인 시스템 자체는 큰 변화 없던 4륜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997버전의 911 터보 모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시간이 지난 만큼 커플링 방식의 반응성은 한계가 드러났고, 480마력까지 높아진 출력을 순간적으로 전후로 보내는데 무리가 따랐기 때문이다. 때문에 997 터보부터는 다판클러치 방식의 센터 디퍼런셜을 사용했고, 0.1초만에 57.5kg.m의 토크를 4개의 바퀴로 배분이 가능했다.

2002년, 포르쉐 최초의 SUV인 카이엔을 내놓으면서 포르쉐는 SUV를 위한 4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카이엔 자체가 폭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의 형재 모델인 만큼 4륜 시스템은 할덱스에서 제공받아 탑재하고 있다.

카이엔의 4륜 시스템은 전후 38:62라는 다소 독특한 구동 배분률을 보인다. 이후 차량의 속도와 횡 가속도, 스티어링휠의 조타각, 가속페달의 개도량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구동력을 한쪽으로 100%를 전달시킬 수 있다. 다판 클러치 방식의 센터 디퍼런셜 이외에 험로주행을 위한 트랜스퍼 케이스도 탑재하고 있는데, 2H, 4H, 4L, 오프로드 모드를 지원한다. 여기에 차고조절 기능 및 감쇄력 조절기능을 갖춘 PASM(Porsche Active Suspension Management)과 능동형 안티-롤 스태빌라이저 시스템인 PDCC(Porsche Dynamic Chassis Control)는 카이엔에게 SUV의 한계를 뛰어넘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 요소다.

얼마 전 공개된 새로운 라인업인 마칸의 경우 다판클러치 방식의 액티브 AWD 시스템이 기본이다. 일상 주행시 구동력은 후륜에 집중되는 구조이지만 상황에 따라 100%의 구동력을 앞바퀴로 보낼 수 있다. 센터콘솔의 스위치 조작을 통해 시속 0~80km/h의 속도 구간에서 비포장 도로를 주행할 수 있는 오프로드 모드도 지원하며, 옵션으로 에어 서스펜션을 선택하면 높이가 40mm 높아지기도 한다. 3~30km/h 속도 구간에서 내리막길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며 내려올 수 있는 PHC(Porsche Hill Control) 시스템도 지원한다.

하이퍼카 918 스파이더에는 포르쉐가 독립식 AWD(Independent All-Wheel Drive)라 부르는 4륜 시스템이 탑재되었다. 독립식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후륜구동축과 전륜구동축이 각기 다른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 후룬의 경우 V8 4.6리터 가솔린 엔진이, 전륜은 전기모터가 각각 담당하여 구동력을 전달한다. 여기에 후륜이 3도 내외로 조타 가능한 리어-액슬 스티어링 시스템까지 더해져 4륜의 안정적인 움직임과 후륜 특유의 민첩한 움직임 모두를 만족시키도록 했다.

포르쉐의 4륜 시스템은 959를 통해 정점의 기술력을 갖추고, 이후 모델은 순차적으로 성격에 맞는 시스템을 탑재해 오고 있다. SUV의 태생적인 주행능력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능동형 안티-롤 시스템을 개발할 만큼 기술력도 갖췄다. 그럼에도 포르쉐는 4륜 시스템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바로 스포츠카의 DNA를 더욱 부각시킨다는 근본적인 목적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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