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뷰 포커스] 연료 첨가제의 진실 혹은 거짓

  • 기자명 김기태 PD, 김선웅 기자
  • 입력 2013.07.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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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정한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첨가제’는 자동차의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하여 자동차의 연료에 첨가하는 화학물질로 규정되어있다. 우리에게는 이 첨가제가 소위 ‘엔진 때’를 빼준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유명 연예인이 TV광고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고 주유소나 대형 마트에 가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광고만 본다면 연료 첨가제는 만병통치약 수준이다. 엔진 때가 빠지면서 엔진 속이 정화가 되고 이렇게 정화가 된 엔진은 출력이 향상되고 연비가 좋아지고 배출가스도 적어지고 소음도 감소하고…… 이 정도면 진시황제가 살아생전 그렇게 찾았던 ‘불로초’와 같은 효과다. 실제 B사의 경우 매출이 2010년 437억, 2011년 670억, 2012년 870억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업체측은 분명히 저마다 효과가 있다고 내세우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실제로 검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첨가제의 효과여부는 언제나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몇몇 전문가들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고온 고압의 환경에서 장기간 축적된 카본성분의 슬러지를 연료첨가제가 한번에 제거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과연 연료첨가제는 효과가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 수준이고 자동차 컨디션은 어떻게 바뀔까? 오토뷰가 국내에서 판매중인 연료 첨가제 중 하나를 선정해 직접 실험해봤다. 이번 테스트에 사용된 제품은 과거 국내 연료첨가제 점유율 1위였지만 불스원에 밀린 중외산업의 레덱스라는 제품이다. 원료가 영국으로부터 수입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엔진 속에 슬러지가 가득 쌓였을 법한 200만원 미만의 중고차를 구입했다. 1999년 10월 생산된 대우 누비라2이며, 구입 당시 누적주행거리는 136,571km였다.

실험 방향은 최대한 현실적인 사용 환경을 바탕으로 진행했다. 연료첨가제를 주입한 후 한번에 수백~수천km를 주행하는 소비자는 사실상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부 제품의 TV 광고나 온라인 홍보영상을 확인해보면 현실성이 결여된 것이 사실이다. 첨가제 주입 후 단번에 1,600km를 주행하고 결과를 비교했기 때문이다. 또 첨가제를 얼마나 주입했고 몇 번을 주입했는지, 주행 속도는 어땠는지, 엔진 회전수는 어느 정도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전혀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이번 테스트는 출퇴근을 비롯하여 국도와 고속도로 주행 등 일상적인 용도로 운전을 한 후 변화를 살펴보기로 했다. 단, 제조사측에서 한번 주입보다는 꾸준한 주입을 했을 때 효과가 더 좋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의 시간동안 연료를 주입할 때마다 첨가제를 넣기로 했다.

테스트 차량 구입 후 엔진 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실린더 내부를 확인해봤다. 실제로 피스톤 헤드 부위에 카본 슬러지가 가득했고 표면까지 거칠어진 상태였다. 밸브 부위 역시 동일하다. 기름종이로 강하게 문질러보고 손톱으로 긁어보았지만 이 정도로 슬러지를 벗겨내기에는 무리였다.

다음은 엔진의 컨디션(출력)을 확인하기 위해 섀시 다이나모를 이용했다. 누비라2 출시 당시 발표 제원은 최고출력 107마력(ps)/6,000rpm과 최대토크 14.0kg.m/4,200rpm. 출력측정 결과 최고출력은 66.62이고 최대토크는 8.94kg.m로 측정되었다. 압축비는 1,2번 실린더와 3,4번 실린더간 편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축비가 1이상의 차이가 발생하면 엔진의 불안정한 떨림이 느껴질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h 가속시간을 측정해봤다. 결과는 18.6초. 소음측정 결과는 현재 출시되고 있는 국산 SUV보다 평균적으로 3dBA 이상 높은 것으로 측정되었다.

마지막은 연비 테스트. Full to Full 방식으로 진행했으며, 오차를 최소화시키기 위해 교통량이 적은 대전-통영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인삼램드 휴게소에서 출발해 통영IC에서 돌아 다시 인삼랜드 휴게소까지 시속 100km/h를 유지하면서 주행했다. 중간에 산청 휴게소에서 10분씩 쉬고 이동했다. 이렇게 측정된 연비는 14.55km/L.

기본적인 데이터가 모두 수집되었으니 이제부터 1달간 테스트를 진행할 차례다. 일상적인 주행환경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주유시 연료 첨가제를 넣는다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다. 단, 대기환경보전법 제2조 15호에 따르면 제조사에서 제시한 최대첨가기준에 준하여 적합여부를 판정하기 때문에 최대첨가기준 이하인 300mL를 주입하기로 했다.

테스트는 평일에 70km구간의 고속도로와 국도를 활용한 출퇴근을 하고 주말에는 가까운 마트부터 시작해 경북 대구까지 장거리 여행을 다녀오는 등 불규칙적인 운행으로 구성되었다. 3주간의 시간 동안 적게는 71km부터 많게는 558km까지 주행했으며, 주유와 함께 첨가제를 모두 5번을 주입했다. 테스트 기간 중 주행한 거리는 총 3,044km.

테스트 시작 후 곧바로 차량에 변화가 느끼기는 어려웠다. 3일째 되는 시점부터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엔진의 회전질감이다. 테스트 초기에는 엔진회전수가 5,000rpm을 넘기면 엔진이 마치 터질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부드럽게 잘 돌아간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그렇다고 차량의 성능이 높아진 느낌은 아니었다. 힘은 없지만 전기모터처럼 부드럽게 돌아간다는 독특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진동도 상당히 작아졌다.

그 다음의 변화는 시동성이다. 초기 차량의 상태는 시동을 걸어도 푸드득 하고 꺼지는 증상이 있었는데 이 부분도 개선되었다. 간헐적으로 시동이 꺼지는 증상은 여전했지만 그 횟수가 감소하여 불안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다.

테스트를 시작한지 1주일이 지나고 나서부터 체감적인 변화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미 테스트 차량에 익숙해져 버렸고, 사람이 느낄 만큼의 큰 변화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했다.

한 달에 걸친 테스트가 종료된 후 연비테스트부터 진행해봤다. 동일한 대전-통영 구속도로 구간에 동일한 측정 방식, 동일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변수를 최소화했다. 다만 한 달의 시간이 지난 만큼 기온이 상승해 흡기 온도가 상승할 수 있는 만큼 환경 자체는 처음 대비 조금은 불리할 수 있었다.

2차 연비테스트 결과값은 16.02km/L. 리터당 1.5km가량 향상된 결과다.

다음은 휠마력과 토크를 측정해볼 차례. 측정된 출력은 70.19마력에 최대토크는 9.48kg.m. 약 3.5마력과 0.5kg.m의 토크가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다 직접적인 비교를 위해 1차 측정 데이터와 비교해봤다. 최고지점의 수치만으로는 측정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래프의 곡선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가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확인결과 전체적으로 출력과 토크가 향상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정도의 변화는 체감상으로 느끼기에 무리가 따르는 미미한 수준이다. 실제 정지상태부터 시속 100km/h 가속력 역시 18.6초를 기록해 1차 테스트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반면 엔진 압축비에 변화기 생겼다. 초기 측정 당시 1번 실린더와 3, 4번 실린더 압축비 차이가 1까지 났던 것에 비해 0.5 이하로 보다 균일해졌다. 테스트 당시 느껴졌던 진동 감소와 회전질감 향상의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던 부분이다.

소음 정도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평균적으로 1.2dBA 수준이 감소된 것. 하지만 매일 사람이 느끼지 못할 만큼 조금씩 변화가 진행돼온 결과이기 때문에 첨가제를 주입한 후 소음 감소를 체감하는 소비자는 극히 드물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측정을 마친 결과 대폭적이지는 않지만 일정부분 차량의 컨디션이 상승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이 엔진 속 카본 슬러지가 제거된 결과일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엔진을 분해해 실린더 속을 확인해봤다.

확인결과 TV 광고와 같이 피스톤 헤드가 새것과 같이 변하지는 않았지만 흡기 밸브를 통해 연료를 직접 받은 부분은 세척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피스톤 헤드 부분의 거칠었던 카본 슬러지는 어느 정도 매끈해진 변화가 일어났다.

첨가제가 직접적으로 접촉되는 부위인 흡기밸브는 한눈에도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반면 배기밸브와 피스톤 헤드의 변화는 이보다 작았는데, 보다 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장기간 꾸준히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연비의 경우 14.55km/L에서 16.02km/L로 향상됐다는 것은 1년 2만km 주행 기준 126리터를 아낄 수 있고, 이는 25만 2천원을 절약 할 수 있다는 것이다(리터당 2천원기준). 여기에 5,000km 주행마다 첨가제(약 1만원)를 주입해야 하니 실제 절약할 수 있는 금액은 21만 2천원이며, 106리터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의 구매빈도를 늘릴 경우 가격을 포함한 절감 효과가 축소될 수 있는 만큼 엔진의 컨디션 유지에 의미를 부여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다.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첨가제 자체는 다양한 부분에서 5~10% 내외의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대폭적인 변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장기간 꾸준히 사용하고 노후가 덜 진행된 시점부터 주입한다면 보다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한번의 주입만으로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의 이해가 필요해 보였다.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비타민 정도는 된다고 할까?

연료첨가제의 진실 혹은 거짓

Q. 엔진 때, 정말 빠지나?

A. 빠지긴 빠진다. 1달간 3천여km 주행 결과 흡기 밸브는 현격하게, 피스톤 헤드는 약 1/4~1/5 가량 카본 슬러지가 제거되었다. 배기 밸브는 큰 차이가 없었다. 첨가제 한번 주유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첨가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주유해줄 필요가 있어 보이고 신차부터 사용하면 엔진 관리 측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Q. 카본 슬러지가 쌓인 부품을 첨가제에 담가두면 녹아 없어지나?

A. 치약을 치아에 대고 있는 것 만으로 플라그가 제거될까? 치약이라는 연마제를 플라그가 있는 부분에 문질러주어야 제거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첨가제 자체가 카본 슬러지를 용해시키지는 않는다. 열과 폭발이라는 환경조건이 있어야지만 카본 슬러지를 제거할 수 있다.

Q. 엔진 출력, 정말 상승하나?

A. 섀시 다이나모 상으로 약 5~6% 가량 향상됐다. 오차 범위 안에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반적인 그래프 곡선이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도 출력 개선이 체감 성능이나 차량의 동력성능이 향상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역시 한번의 주입만으로 효과를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Q. 노킹과 진동 감소하나?

A. 첨가제 주입 후 체감적으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첨가제 자체에 연료의 옥탄가를 향상시켜주는 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RPM 불안정 혹은 노킹 현상을 억제시킬 수 있다. 이 변화는 엔진 회전질감 차이로 바로 느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자체가 엔진 성능향상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주의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

Q. 소음의 감소 정도는?

A. 첨가제 주입을 통해 평균적으로 1.2dBA 정도 소음이 감소했다. 하지만 이는 1달여의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감소해온 결과이기 때문에 첨가제 주입 후 바로 소음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Q. 연비 상승을 통해 연료비까지 아낄 수 있나?

A. 고속도로 시속 100km/h 항속주행 기준으로 약 1.5km/L 가량이 향상되었다. 첨가제 구입 가격을 제외하고 테스트 차량인 누비라2로 1년 2만km를 주행한다면 126리터를 아낄 수 있고, 25만 2천원을 절약 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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