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구입 그리고 길들이기

  • 기자명 오토뷰 | 김기태 PD
  • 입력 2011.09.26 17:25
  •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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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글은 차량 발표 기준 수년전 개발에 들어간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해 작성된 것으로 최신 자동차들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길들이기에 대한 내용은 하단 기사를 참고해 주세요.

▶자동차 엔지니어가 말하는 신차 자동차 길들이기란?



지난회에 언급한 것처럼 차량은 ‘크루즈5 디젤’로 결정되었고 이제 구매할 차례다. 지난번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구매는 집 근처 매장을 방문해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한국GM 본사 측의 도움을 받았다. 본사를 통할 경우 대략 2가지 혜택이 주어질 수 있는데 차량을 조금이나마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것과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각 메이커 또는 수입사마다 정책은 다르지만 각 미디어 담당자 및 기자들을 위한 할인 정책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한국GM은 협력사 할인과 유사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의 할인 혜택을 매체 담당자들에게 제공해준다. 직원 할인에 비하면 할인율이 다소 낮긴 해도 일반 소비자 대비 메리트가 큰 것은 사실이다. 참고로 국내 브랜드로는 현대차가 할인에 가장 인색하며 한국GM은 할인율이 큰 편에 속한다.

할인율 만큼 구입차량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기분 좋은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남았다. 차량 인도시기다. 한국GM 대리점을 통해 확인해 본 결과 한달 정도 빨라야 2주 이내에 차량을 받게 될 것이라 전했다.

크루즈5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모델이며 한국GM의 휴가 기간과 맞물려 인도 시기가 한달 가량 소요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담당자에게 문의했고 빠른 출고가 가능한 리스트를 받을 수 있었다. 차량은 옵션이 구비된‘LTZ+’로 정했기 때문에 세부 옵션 사양에 대한 것이 이슈가 되었다. 원하는 것은 썬루프와 내비게이션. 하지만 이 두가지 옵션이 갖춰진 모델은 없었다. 이 두가지 옵션으로 고민하던 중 아쉬움을 발견하게 됐으니 바로 내비게이션이다. 11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 책정되었지만 후방 감시 카메라가 없었다. 2012년형 크루즈 세단에는 제공되기 때문에 해치백인 크루즈5도 기본 사양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예외였다. 결국 내비게이션 하나에 110만원을 투자하는 것보다 애프터마켓 제품의 이용이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썬루프만 장착된 차량을 선택하기로 했다. 이 차량에 대한 불만은 없었지만 한가지 아쉬움이 있었으니 인테리어에 적용된 브릭 가죽시트였다. 어찌보면 멋스럽다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블랙을 더 선호한다. 차량 색상은 애초부터 관심사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내게 선택 권한이 없었다. 이는 애초부터 와이프의 몫으로 해두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화이트 컬러의 크루즈5로 결정이 났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레이 컬러의 크루즈5에 마음이 갔던 것이 사실이다.

서류 정리 등을 마치고 한국GM의 휴가가 끝나는 날에 맞춰 차량을 인도 받기로 했다. 국산 차량의 경우 탁송을 할 것인지 직접 픽업할 것인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기자는 직접 군산 공장을 방문하는 것으로 정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오래 전 부산 여행을 하고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울로 돌아온 적이 있는데 울산 부근을 지날 무렵이었다. 톨게이트를 나서 본선에 진출한 신차들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당시 차량들은 동일한 작업복을 입으신 분들께서 운전하고 계셨다. 차가 막히자 갓길 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누군가는 저 차를 받아 길들이기를 하려 하겠지?

물론 최근에는 탁송 전문 차량을 이용해 차를 운반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가 없겠지만 당시로선 신선한 충격이었다. 물론 13~14년 전 그 차를 구입한 소비자는 그 사실을 몰랐을 것이다.

직접 픽업을 선택하게 되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길들이기였다. 서울에서 차를 받을 경우 막히는 시내도로에서 길들이기를 하게 되는데 이 조건은 차량에 스트레스를 주는 조건에 해당한다.

RPM을 쥐어짜가며 기자가 운전할 때, 시동 걸고 부드럽게 차를 몰고 마트를 가시는 어머니의 운전 중에서 어떤 환경이 엔진에게 부담이 될까? 후자 쪽이 엔진에 버거운 환경이 된다. 메이커의 연구원들 역시 이 환경에 대한 내구성 확보가 더 어렵다 말한다. 시동 걸고 출발해서 몇 분 가량 달린 뒤 다시 시동 끄고를 반복하는 운전 스타일은 자동차의 엔진에 있어 가장 가혹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엔진 내부에 축적되는 카본의 양도 많아진다.

시내서 길들이기를 할 경우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만큼 엔진에 많은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주행 거리만 늘어날 뿐 실제 길들이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고속도로라면 일정 속도로 달리면서 RPM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버스를 타고 군산 터미널에 내려 다시 택시로 갈아탔다. 일부 신호등을 무시한 채 달리기를 즐기신 택시 기사님 덕분에 빠른 이동은 가능했지만 일부 구간서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출고장에 도착해 서류 제시후 차를 기다리는 중이다. 올란도와 크루즈 세단을 픽업하러 온 소비자들이 몇몇 눈에 띄지만 휴가 시즌이 맞물려서 인지 한가한 편이다. 올란도를 살피는 한 소비자는 엔진룸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확인을 마친 이후 시동을 건 후 바로 출발한다. 워밍업이라도 좀 하시지…

잠시 후 화이트 컬러의 크루즈5가 나타난다. 기자 앞까지 오기까지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이보다 조금 더 속도가 낮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워밍업도 안된 차의 rpm을 높이는 것은 신차를 구입한 소비자 마음에 상처를 주는 행위니까.

차량에 대해 각 사항을 확인해 보라는 직원 분의 말에 따라 (시동을 걸어둔 채) 차량의 이곳 저곳을 살폈다. 기자라고 다를 것은 없다. 남들이 하듯 운전석에서 각 버튼 및 레버를 다뤄보고 차의 도장 상태 등을 살피면 끝이다.

차량 점검은 끝났지만 엔진 시동은 계속 유지해두고 있다. 처음(?) 구동되는 엔진이 적응할 최소한의 시간을 벌어주고자 하는 것이다. 지겨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오디오를 틀었다.

20~30분 가량 지났다. (크루즈 디젤은 냉각수 온도가 정상까지 오르려면 타모델 대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냉각수 온도가 정상치에 올랐다면 꼭 오랜시간 기다릴 필요는 없다. 기자 역시 점검 때문에 시간이 조금 더 소요되었을 뿐이다.) 이제 길을 나서려 한다.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으며 출입구로 향한다. 큰 트레일러가 먼저 입구에 도착했지만 담당 직원 분께서 일반 고객 차량부터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환한 웃음. 지긋한 나이의 어르신께서 (자사) 고객을 위해 지어주신 그 환한 웃음 덕분에 출고장을 나서며 기분이 좋아진다. 기회가 되면 한국GM의 임원께 말하고 싶다. 어렵지 않은 방법으로도 고객들의 기분을 좋게 할 방법은 많다고. 만약 기자가 한국GM의 고위층 임원이었다면 감사의 표시로 금일봉이라도 전달해 드렸을 듯 싶다.

출고장에서 고속도로를 향하는 길이 좋지 않다. 화물차들에 의해 노면 상태가 많이 나빠진 것이 원인이다. 서스펜션에 가해질 충격이 적은 차선을 골라가며 주행하고 있다. 덕분에 차선 변경이 잦았다. 브레이크 페달의 조작도 가속페달의 조작처럼 부드러움을 기반으로 컨트롤 하는 중이다. 몇 년 만에 다시 해보는 차량 길들이기지만 쉽지 않다. 적산거리계의 변화가 너무 더디게만 느껴진다.

드디어 고속도로에 올랐다. 각종 페달에 대한 컨트롤이 수월해지는 만큼 마음이 놓인다. 크루즈5에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어 길들이기가 쉬워진다. 2차선에 붙어 80km/h로 주행 중이다. 100km 가량의 거리 동안 이 속도를 유지한 채 주행하고 있다. 휴게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한다. 휴식 이후 다시금 애프터 아이들 시간으로 3분 정도를 할당한 뒤 다시 주행에 들어갔다. 이후부터는 속도를 90~100km/h 까지 끌어올렸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의 최종 마일리지는 약 230km 정도에 이르렀다. 차를 세울 때도 약 5분 정도의 애프터 아이들 시간을 확보했다. 장거리 주행에 따른 피로감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다.

다음날은 오토뷰 촬영이 있는 날이다. 장거리 운행이 동반되는 환경이라 차량 길들이기에 유리할 듯 싶다. 앞서 말했지만 시내 주행서의 길들이기는 적산거리계의 수치만 늘릴 뿐 엔진 자체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통상 우리팀이 진행하는 시승 프로그램인‘오토뷰 로드테스트’를 진행할 때 400~500km 이상을 달리게 된다. 여기서 와인딩 로드 주행 및 기타 테스트 조건을 뺄 경우 최소 250km 정도의 주행거리를 추가할 수 있게 된다. 촬영을 위해 테스트카를 운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동안은 크루즈5를 운전했다. 길들이기 기간 중에는 시내 주행을 하지 않았다. 적어도 마음 먹은 수준까지 길들이기를 완료하고 싶어서다. 길들이기의 최종 목표는 2500km. 현재의 주행거리는 600km 에 조금 못 미친 상황.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당초 크루즈5 디젤 편의 촬영을 위해 한국GM에 시승차를 요청해 두었는데 비교 시승 행사로 인해 시승차 지원이 약 한달 가량 지연된다는 것이다. 스케쥴이 한번 어긋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야 재촬영이 가능해지는 만큼 내부 회의를 통해 기자의 차로 시승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직 길들이기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촬영 외에 스케쥴도 있기 때문에 2주일 내에 1,900km를 추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짧은 시간안에 2,000km 남짓한 거리를 달릴 수 있을까?

차량 소통이 적은 밤길에 크루즈5를 타고 나섰다. 일단 중부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고 정속 주행을 하고 있다. 주행 속도는 113km/h. 도착 예정지가 없는 상황이지만 그보다 노면이 좋고 차에 부담을 적게 줄 도로를 물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 순간 떠오른 고속도로 하나.

바로 대전 통영간 고속도로다. 이 도로는 직선 구간이 많고 차량 소통이 적어 노면이 매우 깨끗하다. 통영까지의 길은 내리막이라 엔진에 가해지는 부담도 적다. 주행거리를 늘리면서도 차에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적어 최상의 코스라는 결론이 나왔다. 처가집이 경남 진주에 있는 기자에게는 익숙해진 길이기도 하다. 카메라 등에 의한 급작스런 감속 등을 막기 위해 크루즈 컨트롤을 103km/h에 맞춘다. 앞서 중부 고속도로에서도 약 3km/h 정도를 추가해 달렸는데 이유가 있다면 실제 속도와 스피드 미터간 3km/h를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다음날에도 길들이기를 진행하고 있다. 대전으로 행하는 길은 미세한 오르막 길의 연장이다. 하지만 경사도가 완만해 부담은 크지 않다. 대전에 서울과 진주간을 왕복한 뒤 약 650km 이상이 더해졌다. 현재의 마일리지는 약 1300km.

길들이기 겸 새 차와 함께하는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님들께는 통영까지의 길을 추천하고 싶다. 경치도 그렇지만 차에 부담이 적은 깨끗한 도로 환경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서울에 도착한 이후엔 시간이 될 때마다 차를 끌고 간선도로를 헤맸다. 오토뷰 로드테스트 크루즈5편 촬영까지는 아직 1주일 정도의 시간이 남아있다. (주행과 무관한 기본 촬영은 1800km 선에서 먼저 진행되었다.)

주말에 진주에 있는 처가로 향했다. 서울서 먼 처가를 일주일 만에 다시 방문한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방문에서 주행거리는 내려가는 동안 주행거리는 2,000km를 넘어섰고 이제 고회전 길들이기를 진행하려 한다. 이제는 속도가 우선이 아닌 RPM이 우선이다. 기어를 수동모드에 놓고 RPM을 3천에 맞춘다. 약 50km의 거리를 3천rpm을 이용해 주행을 완료한다. 이후부터는 4천 RPM 영역이다. 시끄럽긴 하지만 20km 정도의 거리를 고회전 영역을 이용해 달렸다. 이후부터는 속도를 낮춘 뒤 각 단에 기어를 고정한 채 각단 기어를 이용한 주행을 시도한다. 말이 그렇지 정말 따분하다. 이후부터는 수동모드를 활용해 다양한 RPM 영역을 사용하며 운전을 시도하고 있다. 4단 이후로 밀어주는 토크감이 인상적이다.

물론 운전자에 따라 다른 길들이기를 구사할 수도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초기에는 부드럽게 후반에는 다양한 RPM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사실이다. 어느것이 정답이라 말하기 어렵고 메뉴얼화 되어 있지도 않은 것이 길들이기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좋다. 누군가 특정 조건만이 정답이고 나만의 방법이 최상이라 고집한다면 그는 외고집의 바보일 뿐이다.

다양한 주행 조건이 반복되는 상황서 적산거리계의 누적 수치가 2500을 넘어섰다. 이제부터 자유주행이다.

다른 테스트카를 타듯 RPM을 최대한 허용하며 다양한 주행을 펼치고 있다. 수동모드를 통한 엔진 브레이크의 활용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참고로 길들이기 기간 중에는 브레이크 페달도 천천히 다뤄야 한다. 패드와 디스크에서 정상적인 마모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통상 500km 이상이 되어야 마모를 통한 제 성능이 나온다.

고속 주행 시험 결과 계기판 끝까지 무리 없이 달려주는 것으로 검증되었다. 컨디션도 나쁘지 않다. 오일 교환을 하면 좋겠지만 시간상의 이유로 촬영 이후 교체하기로 했다. (보통의 경우는 길들이기 이후 한번 정도 오일 교환을 해주는 것이 좋다)

촬영 당일 출력 측정을 위한 다이나모에 크루즈5를 올린다. 다른 테스트카를 올릴 때와 기분이 다르다. 지난번 촬영한 올란도 디젤은 매우 좋은 출력을 보여준 바 있다. 최소 올란도 이상 나왔으면 좋겠는데…

측정결과 최종 수치는 154마력, 최대토크는 34.7Kg.m로 기록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마니아들이 기준으로 삼는 기본 모드다. 이를 기준으로 구동손실율을 계산하면 약 5.5% 라는 수치가 나온다.

우리팀이 기준 삼는 SAE 모드로 환산하니 149.8마력, 최대토크는 34Kg.m로 기록됐다. 이 정도의 성능이라면 만족이다. 이 출력이 최고라 할 수는 없겠지만 평균적인 크루즈 디젤의 성능과 견준다면 몇 마력이라도 높은 수치임에 분명하다. 오랜만에 해본 길들이기.. 후회는 없다.

차량을 타고 다니며 매우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장거리 주행서의 안정감에 감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찜찜한 문제가 남았다. 바로 크루즈의 문제로 떠오른 누수건이다.

기자는 크루즈의 누수건을 알고 구입했다. 어쩌면 한국GM 측의 누수에 대한 대응 방안을 알고 구입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소유한 차에서 물이 샌다면 기분은 좋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모방송의 프로그램은 모든 크루즈 소비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과연 크루즈 누수… 진실은 무엇일까?

*** 오는 10월 4일 크루즈5를 비롯한 동급 모델의 누수 관련 테스트 결과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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